팔각과 원, 완벽한 시간을 품다 > 정치∙사회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치∙사회 팔각과 원, 완벽한 시간을 품다 문화∙스포츠 편집부 2012-12-13 목록

본문

기능 단순화한 불가리 ‘옥토 워치’
우주 뜻하는 팔각 건축에서 영감
 
이탈리아 브랜드 ‘불가리’의 시계 ‘옥토(OCTO)’는 흥미로운 제품이다. 팔각형과 원형이 조화를 이룬 시계 케이스만 보고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 먼저 눈길을 끈다.
 
이 브랜드는 올해 내놓은 신제품에서 시각을 확인하는 기본 기능만을 탑재한 ‘옥토 워치’를 대표 상품으로 정했다. 최근 고급 시계 브랜드가 각종 기능을 복합해 넣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최신작으로 출시하고 이것에 홍보 역량을 집중하는 것에 비하면 신선한 행보다.
 
시계 디자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팔각에 대한 해석도 독특하다. 우주와 철학을 담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가면 황궁우(皇穹宇)가 있다. 웨스틴서울 조선호텔 앞마당처럼 보이지만 사적 157호로 지정돼 있는 문화재다. 이곳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를 칭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장소다. 제를 올리던 곳 전체는 ‘환구단’ 또는 ‘원구단’이라 일컫지만 지금은 하늘신과 조상신의 신위를 모신 황궁우 건물만 남아 있다. 황궁우는 건물 모양도 팔각이고 건물 기둥도 팔각이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난간석도 팔각으로 돼 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팔각지붕을 얹은 정자, 즉 ‘팔각정’은 웬만한 대단지 아파트 쉼터에도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본래 옛 건축에 쓰인 팔각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동양철학에서 원은 우주와 신, 사각은 땅과 인간을 뜻한다. 팔각은 원형과 사각형의 형상을 두루 갖춰 하늘의 뜻을 땅에 전하는 신성한 도형이었다.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전까진, 조선의 궁궐 건축에도 팔각지붕이나 팔각기둥 등이 함부로 쓰일 수 없었다는 건축사의 기록이 이를 방증한다. 라틴어로 8을 뜻하는 ‘옥토’라는 이름과 이를 반영한 팔각, 여기에 원을 교차시킨 시계 디자인에는 이런 철학이 담겨 있다. 불가리 쪽에 따르면 옥토의 팔각은 ‘영원’ ‘불멸’ ‘완벽’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런 뜻을 담았는지, 이탈리아를 고향으로 하는 불가리는 옥토의 팔각 디자인 철학이 “이탈리아 고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남동부 풀리아 지역의 카스텔 델 몬테가 그것이다. 카스텔 델몬테는 13세기 지어진 팔각형 석조 건축물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팔각형의 건물은 여덟 개의 건물 모서리에 또 다른 팔각형 탑이 연결돼 있는 구조다. 이탈리아학자들은 성을 축조한 신성로마제국의 프레데릭 2세 황제가 땅을 의미하는 사각형과 하늘을 뜻하는 원형을 조합한 팔각형 건축을 지시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옥토를 상징하는 팔각은 우주와 땅, 신과 인간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케이스의 가장 바깥쪽이 팔각이라면 그 안쪽은 원, 다시 그 안쪽은 팔각으로 조합돼있다.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급 시계의 필요조건인 세공 작업도 치밀하다. 팔각과 원이 접하며 이루어진 케이스는 총 110개의 면으로 돼 있다. 모든 면은 윤이 나는 ‘새틴브러싱’ 작업과 무광택의 ‘폴리싱’ 작업을 번갈아 거쳤다. 덕분에 110개의 면 중에서 접하는 면과 면 사이, 어느 것 하나도 비슷한 빛을 내지 않는다. 새틴브러싱의 매끈함과 폴리싱의 무심함이 ‘완벽’을 상징하는 팔각케이스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