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의 네덜란드 식민지시대 350년, 맞나? 사회∙종교 편집부 2025-05-1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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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식민지시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강제노역 현장 (사진=Gallery Nasional자료)
인도네시아 문화부가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립 80주년이 되는 올해 8월 17일 이전까지 완료할 목적으로 인도네시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가운데,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네덜란드의 식민지배 350년이란 기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점이다.
10일 CNBC인도네시아에 따르면, 파들리 존 문화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가 350년 동안 식민지배를 받은 것이 아니라 350년이란 기간이란 인도네시아가 식민 종주국에 맞서 항거했던 치열한 투쟁의 시간이었다며 그간 주류 사관과는 다른 결의 시각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네덜란드와 일본의 식민지배에 항거했던 인도네시아 각 지역의 저항 노력을 더욱 부각시키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350년 식민지 지배는 코르넬리스 데 후트만(Cornelis de Houtman)이 1596년 반뜬에 도착한 시점부터 1945년 독립선언이 나올 때까지로 보는 시각도 있고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설립일로부터 1949년 12월 독립전쟁이 끝나며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주권을 이양하던 시점까지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전역이 네덜란드에게 완전히 정복당한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므로 네덜란드 식민지배 시대를 언제부터 기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 정복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기를 ‘네덜란드의 인도네시아 식민지배 시대’로 간주해 산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여러 인물들이 제기해 온 것도 사실이다.
1935년 당시 네덜란드의 동인도 총독 드 용어(de Jonge)는 ‘우리가 지난 300년 동안 이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총칼을 휘둘러 300년 더 이곳에 있을 것’이라 말한 기록이 있다. 그가 말한 300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인도네시아에 대한 네덜란드의 식민지배가 최소한 163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이는 1930년대 독립을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운동가들의 강력한 압력으로 네덜란드령 동인도 식민지 존속에 위기감을 느낀 네덜란드가 식민지배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논리이자 상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시각을 가진 이들은 비단 네덜란드인들만이 아니었다. 수까르노와 모하마드 야민 같은 인도네시아의 주요 인사들도 스스로 350년의 식민지 지배라는 인식을 가지고 이를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했다.
실제로 수까르노는 대중 연설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350년 동안 네덜란드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물론 이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패배의식을 건드리려는 것보다는 독립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마침내 독립을 쟁취한 자신과 초대 정부의 업적을 칭송하도록 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946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 1주년 기념일에 그는 인도네시아가 35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지였으므로 국가의 기틀을 새로 닦아 그 위에 공화국을 건설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연설한 바 있다.
그는 “350년 동안 우리는 네덜란드 식민지배를 경험했지만 마침내 1945년 8월 17일, 우리는 단번에 독립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1956년 독립기념일에도 "350년 동안 인도네시아가 다른 민족으로 인해 피를 흘렸다"고 열변을 토했다.
모하마드 야민 역시 수까르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발언을 해왔다. 역사학자 아스비 와르만 아담(Asvi Warman Adam)은 그의 저서 『한 세기의 역사적 논쟁(Seabad Kontroversi Sejarah (2007)』에서 "야민은 민족주의와 반식민주의 정신으로 350년간의 식민주의 서사를 대중화했다"고 말했다.
독립 초창기 초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지도자들이 이런 인식을 유감없이 표출하면서 네덜란드의 식민지 시대 350년이란 인식이 오랫동안 주류 사관의 정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역사
네덜란드 법률 전문가 G.J. 레싱크(G.J Resink)는 350년간의 식민지 역사를 파헤치면서 쓴 『인도네시아의 신화 속 역사: 법률 역사와 역사 이론에 관한 에세이(Indonesia's
History Between the Myths: Essays in Legal History and Historical Theory (1968)』에서 1596년부터 식민지 시대로 기산하는 것은 당시에는 단지 무역만 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G.J 레싱크의 저서 『350년 식민지가 아니다』
또한 1900년대까지 동인도 구석구석엔 아직 네덜란드에 정복 당하지 않은 왕국들이 많이 남아 있었으므로 마치 인도네시아 전역을 350년 간 네덜란드가 식민지배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큰 오류하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7세기에는 현지 왕국들이 동인도회사(VOC) 총독부의 규제 없이 다른 나라들과 외교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외교권을 가진 나라를 식민지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900년대에 들어서서도 아직 정복되지 않은 지역왕국들이 남아 있었다. 예를 들어 아쩨 왕국은 1903년에 함락되었고 보네(Bone)는 1905년, 발리 끌룽꿍은 1908년이 되어서야 네덜란드군의 수중에 떨어졌다.
따라서 레싱크는 인도네시아의 어느 지역도 350년 동안 진정한 식민지 지배를 받은 곳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1908년 발리 끌룽꿍 함락을 기점으로 계산한다면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식민통치한 기간은 고작 37년에 불과하다. [CNBC인도네시아/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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