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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팬데믹 기간 빈민 생계를 도운 지역사회 무료 급식소 사회∙종교 편집부 2021-11-0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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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바야에 있는 지역 시민단체 ‘친구들의 주방’에서 준비한 무료급식소에 온 주민들이 먼저 손을 씻고 음식을 받아가고 있다. (Courtesy of PawoneArek-Arek)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계가 끊기고 음식 구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어떤 이들에겐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급식소가 기아의 구렁텅이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길목에서 팔을 굳게 잡아준 천사의 손길과도 같다. 활동가들은 그것이 단순한 자선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음악가이자 지역사회 조직가인 헤리 수트레스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직장과 생계를 잃고 집에 머물며 배를 곯는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지역사회들이 궁핍과 굶주림에 내몰리자 전국 곳곳에서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급식소들이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추어 요리사들, 밤새 수고한 농부들과 마음 단단히 먹은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한 급식소들은 오늘날 불확실성의 시대 속 많은 이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
 
대부분은 산간지역이나 도시 빈민촌처럼 지원이 절실한 지역에서 급한 불을 끄는 듯한 활동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현실적 타격이 점점 더 커지면서 당장 각자가 속한 지역사회 앞마당에서 상부상조 프로그램들을 시작했고 보다 실험적인 지역사회 경제 네트워크 구축 같은 활동을 더욱 확대했다.
 
헤리는 “사람들은 정부가 그런 문제에 개입해 도움을 주는 기적을 기다릴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점 파악
팬데믹이 시작된 지 불과 한 달 되던 2020년 4월 활동가 니키 수리야만은 서부 자바 렘방(Lembang) 소재 두 개 마을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카사바 잎(싱콩)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비통한 소식을 듣고 즉시 식료품 지원을 마음먹었다.
 
그는 시민사회활동 조직의 베테랑이었지만 관광지로 유명했던 지역의 316개 가구가 기아에 내몰려 전전긍긍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렘방은 그간 전적으로 관광에 특화되어 음식재료를 생산할 농지도 따로 개간되어 있지 않아 팬데믹에 직격당한 것이다.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든 요인은 렘방이 분주한 대도시가 아니라 아름다운 경관으로 주말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던 고요한 산비탈이란 사실에도 있었다. 렘방 같은 전원지역이 팬데믹으로 재앙적 식량위기를 맞았는데 농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주민들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수라바야에 사는 예술인 겸 농부인 요요(가명)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식구들과 가까운 지인들을 위해 죽을 만드는 자그마한 주방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형제와 동료들이 돈을 내며 지원에 나서자 그는 아예 대중을 대상으로 죽 급식소를 열었다.
 
하지만 농부들과 유통업자들을 접촉하면서 그는 유통상황의 난맥상을 알게 되었다. 그는 “수라바야는 소비도시다. 수라바야에서 소비되는 식품과 농산물들은 모조꺼르토나 뻐말랑 같은 위성도시에서 공급해 수라바야의 시장에서 팔리는데, 이동제한이 걸리면서 위성도시들이 수라바야에 물품을 보낼 수 없게 되고 우리 식료품 재고도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설상가상 시장 매대에 올려놓은 식료품들이 시들어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시장에 가길 두려워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물건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처럼 시장에 나가 식료품을 사는 일이 이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누군가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면 그건 우리가 하는 게 나았다.”고 요요는 말했다.
 
지역사회가 마련한 급식소가 적지 않은 이들에게 유일한 살 길이었다. 지역사회 급식소는 한마음을 가진 풀뿌리 민중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것이었다.
 
많은 급식소들이 도시 속 작은 밭뙈기들이 들어선 공공농지 옆이나 허름한 지역회관에 설치되었고 자칫 밥을 굶기 쉬운 도시빈민들의 끼니를 이어주었다. 그것은 단순히 자선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시작된 자급자족의 노력이었다.
 
밑바닥으로부터
2020년 6월부터 요요와 그의 친구 몇몇은 수라바야 워노끄로모(Wonokromo) 소재 쉐어하우스에서 지역 급식소 성격의 ‘친구들의 주방’(PawoneArek-Arek)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웃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로컬 시장에서 장을 봤다. 점심식사는 오후 1시까지 준비해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했고 오후 4시 이후에 아직도 남은 음식들은 다른 동네를 돌며 나눠주었다. 그들은 매일 수백 명 분의 음식을 준비해 철로변, 강변,쓰레기 하치장 주변에 사는 저소득 노동자들과 이웃들에게 제공했다.
 
서부자바에도 풀뿌리 시민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급식소들이 있다.
 
시민활동가 쁘리마 아리프와 체육관 지인들은 ‘협업네트워크’(JAKER)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다. 의사, 변호사, HIV/AIDS카운슬러, 음악가, 자급자족 환경보호 농업운동가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쁘리마는 반둥에서 두 개의 지역사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고 공동 농장을 이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공동농장에서는 파종 후 2주~40일이면 수확할 수 있는 시금치, 물냉이 같은 것들을 재배하고 있다.
 
니키 수리야만과 그의 동료들이 조직한 반둥사회연대(SSB)도 같은 방식으로 재배한 작물들을 수확하고 있다. 처음엔 소규모 인원이 반둥 안타파니(Antapani) 지역에서 오후에 가벼운 스낵을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다가 한때 반둥과 그 위성도시들 전역에 걸쳐 16개의 급식소와 공동농장을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어떤 급식소는 음악가가 운영하고 또 다른 급식소는 청년그룹, 기도회 모임,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등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개별 가정이 급식소를 한 개씩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사람들을 돕고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들을 좌지우지하여 뭔가 시키려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니키는 반둥의 뻐레뗵(perelek)이라 부르는 상부상조의 문화전통을 설명하며 자신들이 하는 일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가치를 되살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둥의 뻐레떽은 여분의 음식이나 커피를 집 앞에 준비해 두어 야경꾼들이 지나다가 이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상부상조 문화전통이다.
 
위기의 재정의
하지만 팬데믹 상황이 호전기미를 보일 때마다 급식소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거 떨어져 나갔다.
 
재택근무나 휴직 중이어서 자원봉사에 나섰던 사람들이 다시 출근하게 된 영향이 컸다. 기부금이 줄어들어 급식소들을 모두 유지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다. 위기의식이 크게 낮아진 여파였다. 현재 니키와 동료들의 급식소 중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곳은 여섯 군데에 불과하다.
 
헤리 수트레스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급식소들은 2010년대부터 있었지만 주로 재난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는데 이제 팬데믹 위기의식이 사라진 후에도 급식소들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지역사회가 시간을 들여 집단적 의지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요는 이것이 자선이 아니라 일종의 저항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팬데믹 기간 중 국민들의 절실한 기본 필요를 채워주지 못한 결과 자신들이 나섰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를 분명히 다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이웃들이 먹을 음식이 없고, 직업을 잃고 사회적 차별을 당하는데 우린 그걸 살다 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삶의 일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집단적 해법이 필요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급식소는 이러한 인식을 갖게 하는 작은 계기였고 인도네시아 사회가 앓고 있는 여러 질병들을 해소하는 긴 여정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활동가들은 평가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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