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조코위 대통령과 여당 사이, 점점 더 멀어지는 중 정치 편집부 2024-01-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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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대통령(왼쪽)/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투쟁민주당(PDIP) 총재
지난 10일 현 인니 여당 투쟁민주당(PDIP)의 창립 51주년 행사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 투쟁민주당 라이벌의 대선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당정 간의 거리, 무엇보다도 조코위 대통령과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당총재 사이의 거리가 더욱 멀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코위 대통령은 당 창립기념일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다며 행사일 직전인 8일 베트남, 부르나이, 필리핀을 방문하는 주변국 순방을 떠나버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첫 임기를 시작한 이래 늘 투쟁민주당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해왔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당 행사가 온라인으로 치러질 때에도 축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메가와띠 총재 역시 지난 근 10년간 창립기념 행사 때마다 뚬뼁(tumpeng;길쭉한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형태의 밥을 중심으로 각종 반찬들을 둘러놓은 음식)의 첫 스푼을 매년 조코위 대통령 접시에 담아 주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행사에 참석한 최고 연장자나 최고 귀빈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은 행동이다.
대통령 비서관 아리 드위빠야나는 이미 여러 달 전에 잡힌 아세안 국가 순방과 일정이 겹쳐 부득이 투쟁민주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9일 해명했으나 당 창립행사가 매년 같은 시기에 열리는 만큼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해당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빌미를 만들기 위해 하필 그 시기에 해외순방 일정을 잡은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리는 대통령이 투쟁민주당으로부터 관련 초청장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이며 당이 대통령을 패싱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하스토 끄리스티얀또 투쟁민주당 사무총장은 해당 기간 대통령의 ‘중요한 해외순방’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았기 때문에 굳이 초청장을 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축사만 남기길 원했다면 당도 그렇게 수용했을 것이라 말하며 애써 대통령의 행사 불참에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험난한 당정관계
조코위 대통령과 메가와띠 총재 사이의 뿌리깊은 불화는 오래 전부터 감지됐다.
메가와띠는 조코위가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당시부터 당권이 조코위에게 기우는 것을 우려해 대통령도 자기 앞에선 당 간부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조코위 대통령 면전에서 여러 차례 반복했다.
처음엔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 승리한 후 상대편 후보였던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를 국방장관으로 입각시키면서 고위 정치권 인사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자신만의 세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임기 중 자신이 가진 수천 명의 강고한자원봉사자 지지세력들을 더욱 결집시켜 당내 위상도 제고하려 애썼다.
이러한 상황은 오는 2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조코위 대통령과 메가와띠 총재가 서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각축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작년 투쟁민주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메가와띠가조코위 대통령을 지목하며 자신의 도움 없이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 직격한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악화일로를 걷던 대통령과 투쟁민주당의 관계는 지난해 대통령이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를 쁘라보워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로 붙여주면서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사위인 보비 나수띠온 메단 시장이 2024 대선에서 쁘라보워-기브란 후보팀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일로 투쟁민주당 윤리위원회에서 출당 권고를 받아 탈당한 직후 기브란 역시 투쟁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조코위 가문과 투쟁민주당 사이의 균열은 더욱 크고 깊어졌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간 쁘라보워를 직-간접적으로 밀어주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그를 지지한다는 노골적 발언은 한 적이 없어 여전히 투쟁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쟁민주당은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정당을 제쳐 놓고 투쟁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간자르 쁘라노워의 앞길을 훼방하는 데에 국가적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그러나 국정수행 지지도가 고공행진 하는 대통령을 비난한 것에 대한 후폭풍으로 지난 12월 초 지지율 폭락을 겪은 투쟁민주당과 간자르는 대통령에 대한 거친 수사와 공격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어정쩡한 스탠스가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낳아 야권 대통령 후보인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보다도 당선 가능성이 뒤쳐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3차 대선토론회 전날 밤에 대통령이 쁘라보워를 불러들여 독대 만찬을 하자 투쟁민주당과 조코위 사이는 또 다시 험악해졌다. 누가 봐도 대통령이 특정 후보와의 돈독한 관계를 굳이 강조하려 한 해당 회합에서 대통령은 정부 현안과 대선에 대해 쁘라보워와 의논했다고 말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간자르와 아니스는 대통령과 쁘라보워의 회동을 비난하며 조코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중 중립을 지켜줄 것을 촉구했다.
헤어질 결심?
정치분석가 우장 꼬마루딘은 대통령이 매년 참석하던 투쟁민주당 창당기념행사에 불참한 것은 대통령이 당과 거리를 두거나 최악의 경우 관계를 끊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선거 전엔 투쟁민주당도 대통령을 출당시키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 역시 먼저 탈당카드를 쓰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궁 아리 비서관은 조코위 대통령이 메가와띠를 비롯한 모든 정치 지도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선거를 앞둔 인도네시아의 전반적 정치상황은 건전하고 아무런 갈등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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