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비리 혐의로 사퇴한 인니 농업부 장관의 반격, 그리고 KPK의 변명 정치 편집부 2023-10-0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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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기자들 그룹 왓츠앱을 통해 유포된 피를리 KPK 위원장과 샤룰 전 장관이 만나는 모습
인도네시아 농업부 돈세탁 비리 사건의 혐의를 받는 샤룰 야신 림뽀 농업부 장관이 지난 5일 장관직을 사임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가 자포자기하고 순순히 잡혀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유럽 출장 중 관저와 농업부 청사를 압수수색하며 자신을 파렴치한 부패범이자 도망자로 몰아간 부패척결위원회(이하 KPK)에게 보란 듯 먼저 경찰청에 출두해 KPK 지도부의 부당행위를 증언하는 행보를 보였다.
KPK는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충분한 범죄 증거를 확보해 곧 샤룰 전 장관을 피의자로 공시할 것이라며 의기양양했는데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다.
샤룰이 며칠 간의 유럽 출장을 나간 사이 KPK의 압수수색을 통해 지은 죄의 증거가 모두 드러나 장관이 지레 겁먹어 인도네시아 귀국을 포기하고 유럽에서 종적을 감췄다는 뉘앙스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그는 지난 4일 인도네시아로 귀국한 후 다음날 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현재 농업부를 수사중인 KPK의 지도부에 대한 경찰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자카르타 경찰청에 먼저 출두했다.
샤룰이 증언을 마치고 돌아간 후 자카르타 경찰청 특수범죄수사국장 아데 사프리 시만준딱 치안정감은 KPK의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가 시민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년 8월 12일부터 시작되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수사를 위해 경찰은 여섯 명의 증인을 불러, 이미 입수된 정보에 대한 사실확인을 했는데 샤룰 전 농업부 장관도 그 중 한 명으로 이미 세 번 경찰에 나와 관련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확인을 도운 나머지 다섯 명에 대해서는 비밀보장과 사건의 민감성을 이유로 들어 신원공개를 거절했다. 경찰은 KPK의 협박 혐의를 수사하는 중이다. 경찰은 KPK의 어느 위원이 해당 사건에 연루되었는지도 특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의혹은 지난 6일 피를리 바후리 KPK 위원장이 한 배드민턴 코트에서 샤룰 장관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사진이 기자들 사이에 유포되면서 표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그 사진이 피를리가 지난 2022년 12월 서부 자카르타의 스포츠센터에서 샤룰을 만나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요구했다는 소문의 증거라는 추측이 더욱 힘을 받았다.
해당 회합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해당 내용을 확인해줄 소식통이 나서지 않았지만 그 사진과 샤룰의 증언으로 인해 작년 중반에 시작되어 올해 전면적인 수사로 확대되었던 농업부에 대한 KPK의 수사는 샤룰 장관이 이제 귀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관측통들은 KPK의 농업부 수사가 지체되는 것이 KPK 스스로 자기들 중 누가 해당 협박사건의 용의자일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보고 있다.
마흐푸드MD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은 4일, KPK가 샤룰을 피의자로 지목했음을 들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샤룰 장관이 출장 중에 관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타이밍을 이상하게 잡은 것은 KPK 측이 뭔가 편견이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굳이 그렇게 한 것으로 읽힐 수 있음을 지적했다.
KPK는 아직 농업부 비리 사건에 대해 6일(금)까지도 피의자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정말 유죄일까?
샤룰이 KPK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대결구도를 만들자 이에 덩달아 KPK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내각 장관들을 줄줄이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는 일각의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KPK와 검찰청은 이를 반복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KPK가 현 정부와 연정을 이루고 있는 일부 정당들과의 끈끈한 제휴관계에 주목했다.
KPK는 과거 막강한 권세를 부리며 마음대로 부패범죄를 저지르던 고위 공직자들을 단번에 때려잡아 감옥에 보내는 기관으로 국민적 찬사를 받았지만 2019년에 이르러 현 정부와 국회가 서로 체계적으로 힘을 합쳐, 부패공무원들이 그토록 두려워하게 된 KPK의 날카로운 송곳니들을 대부분 뽑아 버렸다.
그후 그렇게 길들여진 KPK를 통해 정부가 반대파를 치는 반칙을 저지른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특히 2024년 대선을 앞둔 지금과 같은 시기에 KPK가 샤룰 장관을 친 것 역시 정부와 KPK가 합작한 모종의 음모가 밑바닥에 깔려 있을 것이란 의혹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나스뎀당의 지지를 기반으로 야권 대통령 후보에 오른 아니스 바스웨단이 지난 6일, KPK가 ‘편견과 차별 없이’ 법을 집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 것도 그러한 음모론을 전제한 맥락이다.
샤룰 전 장관은 올해 들어 정부와 송사에 휘말리게 된 두 번째 나스뎀당 당적의 정치인이다. 그가 장관직을 사퇴하면서 내놓은 첫 일성은 자신의 오명을 씻기 위해 법집행 기관과 얼마든지 협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남술라웨시 주지사 출신이기도 한 샤룰은 지난 5일 므르데까궁에서 사퇴성명을 내며 “나는 마까사르 사람이다. 마까사르인들은 자신의 지위보다 자존심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내 결백을 밝히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현재 KPK 지도부는 부당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반부패 활동가들로부터도 직무정지 요구를 받고 있다. 반부패 시민단체인 IM57플러스재단(IM57+ Institute)의 M 쁘라스왓 누그라하(Praswad Nugraha) 회장은 더 이상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현 KPK 지도부가 샤룰 장관 사건에 개입하여 간섭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조코위 대통령이 KPK 지도부 전원을 직무정지 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렇게 해야만 경찰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며 농업부 부패사건을 다루는 이들의 존엄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피를리 KPK 위원장은 5일, 자신이 정기적으로 배드민턴 운동을 즐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샤룰 전 장관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제기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일주일에 최소한 두 번 이상 배드민턴을 치고 있지만 밀실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운동을 하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협박하거나 사건 당사자들과 접촉한 일이 일절 없다는 것이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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