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가 마주한 2023년 도전과제 정치 편집부 2023-01-0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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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깃발 (사진=아세안 홈페이지 asean.org)
인도네시아는 2023년 1월 1일부터 2023년 아세안 의장국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인도네시아가 마지막으로 아세안 의장국을 맡았던 것은 2011년의 일로 당시 부르나이 다루살람(Brunei Darussalam)과 임기를 교대했던 것인데 부르나이는 이후 2013년에 의장국을 맡았다.
2일자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1년 아세안 의장국 시절 아세안이란 그룹의 의의를, 특정 권역 커뮤니티를 뛰어넘어 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는 자신감 넘치고 일관성 있는 국가연합으로 아세안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2011년은 아세안 헌장을 채택한 2008년 이후 아세안이 가장 큰 진전을 이룬 해이기도 했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있었지만 원만하게 처리되었고 발리선언(Bali Concord III)을 채택하면서 인도네시아는 당시 의장국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당시 아세안은 이제 권역 안보만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안정에 기여하는 국제적 역할의 비중을 높여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2023년의 상황은 2011년과의 사뭇 다르다. 아세안은 현재 해당 지정학적 블록의 가장 근본적 특징인 관계성, 통일성 및 구심력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는 만만찮은 도전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앞에서 의장국이 누구든 상관없이 아세안은 단일 기구로서 집단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며 기능해야 한다.
극복해야 할 첫 번째 도전 과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형성된 전략적 경쟁 상황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헤쳐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아세안은 강대국들의 정치적 충돌 국면에서 어느 쪽도 전적으로 편들지 않는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즉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전성시대) 또는 팍스 시니카(중국 전성시대) 어느 쪽에도 영합하지 않고 아세안 자체의 이익을 추구하며 지켜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권역 바깥의 세력들이 아세안 지역질서에 자신들의 비전을 투영하고자 원할지라도 아세안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에 입각하여 해당 권역의 질서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고도 지속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대면해야 하는 첫 번째 도전의 본질은 바로 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이 실제 작동하도록 담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도전은 세계 정치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팬데믹 종식 이후의 경제회복을 어떻게 가속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나라의 경제를 심각하게 파괴했고 적지 않은 국가들이 경제회복을 위해 멀고도 험한 행군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그 행군의 앞길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장애물이 막아서 있어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는 더욱 깊은 나락을 향하며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2022년 G20 의장국으로서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처럼 아세안은 이번에 인도네시아가 의장국 지위에 올라 아세안을 ‘세계 경제성장의 진원지’로서 다시 부활시킬 기폭제가 되어 주길 열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비록 많은 국내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 아세안이란 무대 위에서는 정치-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해 내야만 한다.
세 번째 도전은 동남아시아가 갈등보다는 협력이 지배하는 곳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재적 갈등 지역과 남중국해 분쟁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 사안을 관리한다는 것은 아세안과 중국이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중국해 행동수칙(CoC)을 조기에 확정하는 것 말고는 모든 당사자들이 수긍할 만한 해결책을 떠올리기 힘들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가진 친밀한 개인적 관계가 남중국해 행동수칙 확정에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룰 디딤돌로 작용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네 번째 도전 과제,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미얀마에 대한 것이다.
2021년 2월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이 문제는 전혀 해결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군부는 여전히 아세안 5개 합의(5PC)를 무시하고 자국민과 국가에 대한 패악질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렛노 LP 마르수디(Retno LP Marsudi)는 인도네시아가 의장국으로서 아세안 5개 합의의 관철을 계속 추구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앞서 같은 기조를 가졌던 두 의장국인 부르나이와 캄보디아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5개 합의를 폐기하지 않으면서도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롭고도 창의적인 다른 접근법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미얀마 문제가 계속되는 한 아세안 공동체 구축을 위한 노력은 계속 난관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 도전과제는 아세안의 역량과 제도적 효율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아세안이 위에서 언급한 도전과제들을 모두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세안의 관계성, 통일성, 구심력은 더 큰 위협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세안 스스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인도네시아의 제안에 따라 역량과 제도적 효율성 강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각국 관료들도 각각의 지도자들에게 해당 작업을 수행할 나름의 방안들을 권고했다.
이제 그렇게 마련된 권고사항들을 따라가려는 각국의 노력을 조율하는 것은 아세안 의장국이 된 인도네시아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섯 가지 도전과제 모두 아세안으로서는 똑같이 중요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미얀마 문제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얀마 문제 해결에 있어 인도네시아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아세안 회원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목표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한편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인도네시아가 집중해야 할 이슈는 미얀마 문제 하나 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아세안이 너무 미얀마 이슈에 매몰되어 다른 도전 과제들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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