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증강 위한 외국인 귀화영입 관행의 실태와 문제점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5-10-2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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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인도네시아를 떠나며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을 축원했던 신태용 감독(사진=신태용 감독 인스타그램)
말레이시아의 아시안컵 예선전 외국인 선수 불법 영입 의혹을 둘러싼 스캔들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다수 동남아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구 국가대표팀 강화를 위한 귀화 영입 관행의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6월 말레이시아가 베트남을 4-0으로 꺾은 것은 이러한 귀화 작전의 결정적 성공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계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 경기를 승리로 이끈 말레이시아 선수 일곱 명은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조부모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9월 말레이시아 축구협회(FAM)에 43만 8천 달러(약 6억1,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선수들에게는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는 이달 초 FIFA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사건은 자국 선수를 키우지 않고 외국에서 활동하는 혼혈 선수를 귀화해 간단히 전력을 강화하려는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동남아시아 축구에 대한 경고
전 싱가포르 국가대표였고 현재는 마드리드에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는 사시 쿠마르는 DW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동남아시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며 다른 국가들도 외국선수 귀화 영입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외국 선수들을 신속하게 귀화시키는 반면 싱가포르는 점진적인 진행을 선택했다. 그래서 웨일스 클럽 소속 카디프 출신 선수 페리 응(Perry Ng)를 영입하려고 2년을 작업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응은 리버풀에서 태어났지만, 조부모는 싱가포르 출신이다. 가장 흔한 귀화 경로는 이렇게 혈연관계가 이어져 있는 경우다.
FIFA는 2008년부터 국가대표팀 출전 자격을 얻으려면 해당 국가의 국내 리그에서 5년간 연속해서 뛸 것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요구는 카타르 같은 국가들이 여러 브라질 선수들을 귀화시킨 이후 2년 전에 비해 갑자기 전력이 강화된 것이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 ‘요구’일 뿐이고 규정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사례만으로 FIFA가 해당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 위원인 샤지 프라바카란은 DW와의 인터뷰에서 규정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 시스템, 그리고 명확한 문서화를 통해 기존 규정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FIFA 규정뿐만 아니라 국가마다 시민권 규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규정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만큼 투명성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귀화 선수들이 팀에 끼치는 영향
말레이시아가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대 라이벌인 인도네시아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는 1938년 첫 월드컵 본선 진출 이후 거의 90년 동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근접할 수 있었던 것이 인도네시아 조부모를 둔 유럽 출신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본선 진출에 근접했는데, 축구 국가대표선수 대부분이 해외에서 태어났고 5년 이상 카타르에서 뛴 경력도 없었다.
프라바카란은 귀화 증가의 원인이 삶의 모든 측면에서 세계화가 진행되고 2026년 월드컵 참가국이 4년 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조금만 전력을 증강하면 본선 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에 나름 축구 좀 한다는 동남아 축구 강국들의 마음이 설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들이 손쉬운 전력 증강 방편으로 이미 유럽에서 뛰고 있는 실력있는 혼혈 선수들을 설득해 귀화시키는 데에 열정을 쏟았다.
하지만 그 결과 국내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역차별을 받았고 귀화선수들이 아시아식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어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감독 신태용이 네덜란드 선수 출신 감독 패트릭 클루이베르트로 경질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귀화선수 영입전략의 지속 가능성
국가대표팀을 강화해 국제 대회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면 국내 축구의 인기, 위상, 그리고 재정적 측면 제고 등 순기능을 할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 영입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국내 리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일이다.
외국 선수 귀화에 집중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축구협회는 국내에서 성장해온 유망주들을 실망시켰다. 실제로 A매치에서 토박이 선수들은 귀화선수들에게 밀려 경기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프라바카란은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귀화 영입 정책과 별도로 풀뿌리 차원에서 로컬 선수 육성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는 중장기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이 많고, 그래서 귀화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라도 우선 상위권에 들거나 국제무대에 진출하면 그 도미노 효과로 로컬 선수들을 자극해 궁극적으로는 현재 대표팀을 지배하게 된 유럽 출신 선수들을 점차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쿠마르는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그런 계획 자체가 없어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에 인도네시아가 결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감독이 해임되면서, FIFA로부터 벌금만 받지 않았을 뿐 인도네시아도 말레이시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정체성 문제
외국인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이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모든 국가가 전 세계에서 원하는 대로 선수들을 끌어와 자국 국가대표로 기용할 수 있다면 한 국가의 최고 선수들이 다른 국가의 최고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취지의 종래의 국제대회 시대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베트남 클럽 콩비엣텔의 벨리자르 포포프 감독은 DW와의 인터뷰에서 승리를 원하는 베트남 팬들은 외국인 귀화 영입을 통한 즉각적인 전력 강화 개념에 매료되고, 다른 나라가 그런 방식으로 승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그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포포프 감독은 이전에 말레이시아 클럽 클란탄을 지휘하면서 외국인 귀화영입을 주장하는 말레이시아 축구협회와 의견 갈등을 겪었던 인물이다.
그는 “베트남을 이긴 말레이시아 팀이 실제로 얼마나 말레이시아다운 팀인가? 많은 선수들이 말레이시아와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 선수들이 대거 경기에서 뛰었는데 그건 진정한 말레이시아 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상황은 현재 귀화선수들이 태반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꼼빠스닷컴/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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