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 위축시키는 온라인 단속...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사회∙종교 편집부 2025-09-09 목록
본문
2025년 9월 3일, 인도네시아대학교(UI) 캠퍼스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평화 시위가 진행됐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자카르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위와 폭동 관련해 경찰이 이를 부추기거나 배후에서
조종했다고 주장하는 SNS 게시물을 올린 활동가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속속 체포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재차 제기되고 있다.
6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국회의원들의 도를 넘는 사치성 특혜에 대한 민중의 항의가 폭동으로 비화하자 그 배후에 이를 도발한 이들이 있다며 지난 일주일 동안 40명 이상을 폭동의 배후로 지목해 체포했다.
하지만 8월 28일(목), 21세의 온라인 배달기사 아판 꾸르니아완이 경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부어 시위 강도와 규모가 급격히 커지며 전국으로 확산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도네시아 법률지원재단(YLBHI)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9월 4일(목) 기준 이번 시위와 폭동으로 아판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 중 체포된 수천 명을 제외하고도 폭동 조장 혐의만으로 수십 명이 체포되었는데, 그중 최소 11명이 SNS 게시물을 통해 시위와 폭동을 촉발했다는 혐의로 구금됐다.
이들의 SNS 게시물은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과격한 언어로 표출한 것인데 경찰은 표현의 자유 범주를 넘었다고 간주했다.
폭동 조장 혐의로 체포된 이들 중에는 자카르타 소재 아세안 사무국 소속 홍보 담당관인 라라스 파이자띠 카이룬닌사도 포함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찰청사이버범죄수사국은 라라스가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한 게시물과 영상을 통해 ‘특정 개인과 단체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집단 행동을 선동했다’고 비난했다.
9월 3일(수) 기자회견에서 사이버범죄국장 히마완 바유 아지 경무관은 그녀의 사무실이 경찰청 바로 옆이라고 말하며 ‘이 건물을 불태워 모두 잡자'고 적은 라라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스크린샷을 공개하며, 이와 같이 주장했다. 경찰청 위치를 적어 업로드 한 것은 경찰청이 국가 중요기관을 잠재적 위협에 노출시킨 행위란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이 거기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구글맵에도 표시되어 있다.
반민주적
경찰 대변인 아데 아리 시암 인드라디 총경은 자카르타 경찰이 8월 25일과 28일 시위에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미성년 학생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무정부적 행동’을 하도록 조장한 혐의로 6명을 체포한 후 라라스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즉 라라스가 해당 혐의로 체포된 첫 번째 시범 사례가 아니란 주장이다.
체포된 사람들 중에는 인권단체 로까따루 재단 이사 델뻬드로 마르하엔과 그의 직원 무자파르 살림, 족자에서 학생 주도 시위를 조직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는 온라인 운동 ‘그자얀 므망길(Gejayan Memanggil)의 샤단 후세인 등이 있다.
한편 자카르타법률지원재단(LBH Jakarta)은 9월 4일(목) 오후부터 틱톡 계정에 접속할 수 없었는데 이후 해당 계정이 ‘영구적으로 정지’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LBH 자카르타가 틱톡에 올린 마지막 게시물은 최근 잇따른 시위와 폭동 속에서 국민들이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호소문이었다. LBH 자카르타 틱톡 계정 정지에 공권력이 개입했을 것이란 심증이 커지는 대목이다.
지난 수년간 실제로 온라인 활동이 시위 및 실제 사회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2019년에는 #RewisataDikoruption 해시태그 운동이 부패척결위원회(KPK)의 기능 약화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대중의 동참을 촉구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수조 루피아에 달하는 행정 비용을 무상급식 프로그램과 같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포퓰리즘 프로그램에 투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된 ‘암흑의 인도네시아(#INDONESIAGelap)’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다.
인도네시아 법률구조협회(PBHI) 사무총장 줄리어스 이브라니는 라라스를 비롯한 활동가들을 체포한 것이 온라인에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을 일괄적으로 범죄화한 것이며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주의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권리단체인 동남아시아 표현의자유네트워크(SAFEnet)의 넨덴 스까르 아룸 대표는 이번 체포가 인터넷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을 압박하는 광범위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 누구든 SNS 게시물에 뭔가 의견을 올리면 즉시 공권력의 표적이 되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추세를 새삼 보여줬다는 것이다.
넨덴은 9월 4일(목) 단속과 체포가 자행되면서 밈과 풍자, 해학 또는 기타 온라인 표현 수단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검열을 하며 점차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체 조사
실종자 및 폭력피해자위원회(Kontras) 코디네이터 디마스 바구스 아리아는 경찰이 이들을 사건의 용의자로 입건, 체포하기 전 증인 심문 등 사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검찰의 불법적 체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꼰뜨라스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은 현재 체포된 용의자들의 구금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을 즉시 석방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구속적부심 신청을 위한 법률 지원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자카르타지방경찰청 대변인 아데 총경은 추가 답변을 거부했다.
엠네스티 인도네시아 우스만 하미드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러 인권 활동가들은 지난 주 일부 폭동의 배후에 잠재적인 선동가를 색출하기 위해 경찰에 합동진상조사팀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지역사회 지도자와 전문가로 구성될 진상조사팀이 자카르타의 여러 공공시설을 파손하고 다른 지역의 정부 청사에 불을 지른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정당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우스만은 약탈과 폭동이 분노한 폭도들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 외에도 특정 세력에 의해 조직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배후라는 것이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온라인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 잠입한 군경, 또는 정보기관의 세포들, 특정 정당일 수도 있음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스만은 폭동을 실제로 일으키고 공공시설을 파괴한 사람들과 그 배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경찰의 의무임을 재차 강조하며 온라인 활동가들에 대한 체포가 일방적, 절차상 불법적임을 에둘러 피력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 이전글애물단지 된 인니 신수도 개발 상황 2025.09.10
- 다음글인도네시아 '17+8 국민 요구'의 의미 2025.09.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