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 8월 시국에서 주목해야 할 다섯가지 사회∙종교 편집부 2025-09-0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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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5일, 자카르타에서 하원(DPR)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8월 25일(월)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시위대와 공권력 사이의 격렬한 충돌이 발생해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의 정치력이 취임 10개월 만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8월 29일(금) 밤 이후 자카르타와 마까사르에서 이미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
원래 국민 분노를 조장해 전국적인 시위를 불러 일으킨 것은 지난 몇 주 사이 불거져 나온 국회의원들이 받는 거금의 주택 수당 등 경제적 특혜 때문이었지만 금요일 밤 오토바이 택시 운전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불에 기름을 부으며 시위의 성격을 완전히 반정부 기조로 돌려세웠다.
작금에 발생하고 있는 격렬한 시위와 위태로운 치안 상황에 있어 다음 다섯 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31일 전했다.
뿌리 깊은 분노
8월 25일(월) 자카르타 거리에 나선 수백 명의 시위대가 국회의사당 콤플렉스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뿌리 깊은 불만이 드러났다. 이들은 자카르타 최저 임금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주택 수당 등 국회의원들이 받는 과도한 복지 혜택이 공개되자 예전과 한 치도 변하지 않은 부익부빈익빈의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8월 28일(목)에는 또 다른 수백 명이 저임금에 항의하며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적극적인 진압에 나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하여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기동타격대(Brimob)의 검은색 전술차량이 21세 오토바이 택시 운전자 아판 꾸르니아완을 들이받은 후 깔고 지나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판은 결국 사망했고 경찰의 무자비함과 무책임을 여실히 드러낸 이 장면의 동영상이 SNS를 통해 급속히 속도로 퍼져나가며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시위 확산
아판이 사망하자 시위는 극적으로 격화되면서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 특히 아판과 같은 ‘오젝 ojek’ 오토바이 택시 운전자들이 특유의 녹색 조끼를 입고 데모에 합류했고 그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자카르타 소재 경찰 기동타격대 본부와 각처의 경찰서 앞에서 살인자라고 소리치며 폭죽, 화염병, 돌멩이를 던졌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족자카르타, 반둥, 솔로, 스마랑, 북수마뜨라 메단 등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남술라웨시 마까사르에서는 시위대가 주의회 사무처 건물을 방화해 최소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빙산의 일각
지난 2월에도 쁘라보워 행정부의 과도한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당시 쁘라보워 대통령은 각 부처 예산과 지방 교부금 삭감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학생과 임산부를 위한 수백조 루피아 규모의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포함한 자신의 포퓰리즘 정책 공약 실현을 위한 비용으로 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각 부처의 업무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도 정부 조직 곳곳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부정부패 비리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국민들은 국가 정책에 환멸을 느끼고 악화되는 경제 상황과 더욱 느슨해지는 서민 복지에 절망했다.
경제법률연구센터 소장인 비마 유디스띠라 아디느가라는 "불공정한 세금, 구매력 저하, 일자리 부족 등이 민심이반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력부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4만2천 명 이상이 해고되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 대비 32%가 증가한
수치다.
아판과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 종사자들도 임금 삭감과 더 긴 시간의 근무를 감수해야 하는 등 더욱 불리한 처지로 내몰렸다. 비마 소장은 이미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서민들로서, 국회의원들이 어마어마한 수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이 심화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과 분위기를 읽지 못한 일부 의원들이 서민들 입장을 조롱하거나 무지성 발언과 행동을 내놓자 마침내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문제가 마른 건초처럼 쌓인 상황에서 의회가 거기 불을 지른 셈이다. 그나마 그것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비마는 덧붙였다.
쁘라보워가 치러야 할 시험
이번 시위는 쁘라보워 정권 출범 이래 가장 큰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격렬한 시위는 폭력 양상을 띄며 급기야 특정 정치인들 자택에 대한 약탈과 파괴로 이어져 1998년 자카르타 폭동이 재현될 기미마저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대통령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 객원연구원 마데 수프리아뜨마는 현 사태에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을 해임하는 정도의 조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보여줄 상징적인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통령과 경찰청장이 아판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진행을 약속한 상태다.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자신의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며 사실상 스스로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밝혔고 현재 문제의 전술차량에 탔던 기동경찰대 소속 경찰관 7명의 신병을 확보해 윤리강령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마데는 쁘라보워가 무상급식은 물론 수십억 달러 규모로 급조한 국부펀드 다난따라와 같은 주요 프로그램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재검토, 내각의 재편 검토가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추가적인 시위들
대중의 분노가 고조됨에 따라 더 많은 시위가 예상된다. 8월 30일(토)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수라바야 소재 동부 자바 지방경찰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일부 오젝 운전기사들도 의원들을 상대로 항의할 것임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예고했다.
온라인에서는 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가 의회 밖에서 더 많이 벌어져야 한다는 촉구가 줄을 잇고 있다. 마데는 이러한 시위가 앞으로 최소한 며칠 동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9월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가를 위해 예정했던 중국 방문을 지난 지난 30일 취소했다. 금주 내내 자카르타 외곽으로 시위가 확산되었고 여러 곳에서 지방의회 건물에 방화로 화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8월 30일(토) 오후 서부자바 함발랑 소재 자신의 사저에 16개 이슬람 대중조직(ormas)의 대표와 사무총장들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자문의회(MPR) 의장 아흐마드 무자니, 국가정보국(BIN) 무함마드 헤린드라 국장 및 홍백내각의 여러 장관들도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시위사태 수습을 위해 이슬람 대중조직들에게 대중을 설득하는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쁘라보워 대통령은 리스띠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과 아구스 수비얀또 통합군사령관도 함발랑으로 불러 약탈, 방화 등 무정부주의 폭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8월 30일(토) 밤과 8월 31일(일) 새벽 사이에 나스뎀당 아흐마드 샤흐로니 의원, 연예인 출신인 국민수권당(PAN) 소속 의원 에꼬 헨드로 뿌르노모(예명 에코 빠트리오), 수리야 우따마(예명 우야 꾸야), 민주당 소속 나파 우르바흐 의원의 자택을 폭도들이 공격해 재산을 약탈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이들이 속한 나스뎀당과 국민수권당에서는 이들의 의원직을 면직시키고 당원권도 정지했다고 발표해 성난 국민들을 달래려는 제스쳐를 보였다.
한편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띠 재무장관의 남땅그랑 뽄독아렌 소재 자택에도 31일(일) 새벽에 두 차례 폭도들이 밀려들어 약탈이 자행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1998년에 그랬듯 군경은 여전히 폭도들의 약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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