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일상 파고든 군대식 언어…'Izin'과 'Siap' 사회∙종교 편집부 2026-07-0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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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군경이 합동으로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에서 군이 민간 분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시기에 민간인들이 공식적인 자리나 일상적인 자리에서도 군대식 용어를 사용하는 일이 흔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언어 습관을 넘어 권위주의적 위계 문화를 일상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6일 전했다.
북수마뜨라대학교(USU) 약학과를 졸업한 22세 루스땀 시만준딱은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본론에 앞서 "Mohon izin bertanya, Pak"(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교수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도네시아어 'izin'(허가·허락)이라는 단어는 군대에서 상급자에게 발언하기 전 허락을 구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계급 질서와 상명하복 문화를 의미하는 단어다.
루스땀은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교수님이 무례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군대식 뉘앙스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학교 문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발언하기 전에 허락을 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4월 약사 선서를 한 뒤에도 이러한 습관이 직장 등 사회생활로 이어졌지만, 학교밖에서는 굳이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반가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izin'을 비롯한 군대식 표현은 대학과 사무실 등 공식적인 민간 조직에서 점점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군의 역할이 전통적인 국방 분야를 넘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군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기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Siap!'(준비 완료!)이라는 표현이다. 직역하면 '준비됐습니다'라는 뜻이지만, 군대에서 부하들이 상관의 명령에 대해 "예, 알겠습니다" 로 응답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람뿡주 정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25세 살사빌라 뿌뜨리는 상사와 대화할 때 'Siap!'과 'izin'을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상급자에게 존중을 표현하기 위해 두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며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표시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살사빌라는 준군사식 교육을 실시하는 국립행정대학(IPDN) 재학 시절 이러한 표현을 익혔다. 그는 직장이나 학교 밖에서도 존중의 의미로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군사 전문가 마데 쁘리아뜨마는 민간 사회에서 군대식 언어가 사용되는 현상은 군사 이념을 지지해서라기보다 수하르또 신질서(New Order) 권위주의 체제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질서 체제가 복종과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가치를 사회에 깊이 심어놓았으며, 이러한 문화가 민주화 이후에도 시민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데는 "사람들은 안정되고, 위계적이며, 통제되고, 명령 중심적인 체계를 원한다"며 "이는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에 도달하지 못한 과도기 사회의 특징으로, 권위주의 시대를 향한 향수를 갖고 있지만 더 이상 권위주의 체제 자체는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 취임 약 2년이 지난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군사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논란 끝에 통과된 인도네시아군(TNI)법 개정안은 현역 군인이 더 많은 민간 직책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군의 존재감도 정부 정책 전반에서 확대되고 있다. 군은 쁘라보워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상 영양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홍백마을협동조합 관리자 후보 교육에도 투입됐다. 이 훈련 과정에서는 시작 후 며칠 만에 참가자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대통령 역점 사업인 서민기숙학교(Sekolah Rakya) 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맡기 위해 육군사관학교(Akmil) 생도들을 배치하기로 하면서 군의 교육 분야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대학교(UI) 문화연구학과 마네께 부디만 교수는 민간 사회에서 군대식 언어가 널리 사용되는 배경에는 "군이 민간 기관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인해 많은 민간 조직도 군사적인 성격을 띠게 됐으며, 군이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면서 이러한 문화가 더욱 확산됐다는 것이다.
마네께 교수는 군대 문화는 평등주의와 능력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적합하지 않다며, 건강한 시민사회의 핵심 가치인 평등성과 능력주의를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자마다대학교(UGM)의 사회학자 안드레아스 부디 위디얀따는 군대식 언어를 받아들이는 현상을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으로 봤다. 이러한 표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사회가 위압적이고, 매우 경직되며, 위계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젊은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서는 'izin'과 같은 표현이 군대식 위계를 강화하기보다 이를 비꼬는 의미를 담은 인터넷 유행어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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