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와 평화위원회: 또 하나의 불필요한 실책 정치 편집부 2026-01-2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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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2일,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무슬림들이 자카르타 모나스에 모여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정을 축하했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본 내용은 자카르타포스트 1월 24일자에 게재된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인도네시아 사무소의 Lina Alexandra 국제관계부장과 Pieter Pandie 연구원의 의견입니다.
국제안정화군(ISF)을 통해 가자지구에 2만 명의 평화유지군을 배치하자는 제안이 나온 직후,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에 가입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다시 한번 보였다.
오랫동안 다자주의를 강력히 지지하고 국제 질서와 안보에 기여하며 팔레스타인 독립과 두 국가 해법을 꾸준히 옹호해 온 인도네시아의 이번 결정은 중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이상과 외교 정책 목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자카르타의 외교 정책 결정 과정의 일관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쟁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이라는 자카르타의 기존 입장과 일치하며, 해당 위원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803호(2025년)가 승인한 ‘가자지구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위원회 헌장(Board of Peace Charter)을 면밀히 검토하면 중대한 결함이 드러난다. 문서 어디에도 가자지구나 팔레스타인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 기구가 실제로 가자지구 사태 해결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유엔 체제를 우회하고 약화시키기 위해 구상한 일종의 ‘미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구축하려는 더 큰 정치적 구상의 일부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인도네시아는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를 단순한 외교 노선이 아니라, 국제법, 반식민주의 연대, 기본적 인권 수호에 기반한 헌법적 의무로 규정해 왔다. 그리고 이 원칙은 일관되게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체계를 통해 실현돼 왔다. 인도네시아의 이런 오랜 입장과, 가자지구 문제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규범적, 정치적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평화 구상에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는 결정은 쉽게 조화되기 어렵다.
둘째, 이 구상의 설계자인 트럼프 행정부의 신뢰성 또한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을 평화 중재자로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상대로 벌이는 군사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실질적 압박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동예루살렘 소재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이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외교적 압박이나 다자적 대응 대신 평화위원회 출범이라는 정치적 행보를 선택했다. 평화 중재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중립성이 명백히 결여되어 있다. 더욱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들에서 가자지구는 인도적 참사의 공간이기보다는, ‘안정’이 확보되면 개발 가능한 부동산 개발지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잦다. 이는 단순한 무감각을 넘어, 평화를 정치적 권리·책임·정의와 분리된 경제 개발 프로젝트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반영한다.
이러한 문제는 트럼프의 ‘20개항 가자 평화 계획(20-Point Gaza Peace Plan)’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 계획은 평화 구상으로 홍보되지만, 책임성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전무하다. 수십 년간 국제기구들이 국제법·인권 침해로 기록해 온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책임 구조도 제시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백악관의 최근 행보는 매우 거래적이고 일방적인 권력 행사 방식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군사 행동, 국제법에 대한 선택적 존중, 동맹국 및 파트너에 대한 무시, 다자주의 회피라는 패턴을 보이며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신뢰를 꾸준히 약화시켜왔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여러 세계 지도자들의 발언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평화’라는 표현은 실질적 분쟁 해결 의지라기보다 정치적 브랜딩으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구상에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는 것은 외교적 일관성과 도덕적 신뢰성 모두에 심각한 의문을 남긴다.
셋째, 평화위원회의 구성원과 제도적 구조에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 현재 참여 국가는 중동, 아시아, 동유럽, 남미 국가들로 구성돼 있으나, 위원회 구성원과 가자지구 집행위원회 어디에도 팔레스타인 대표는 포함돼 있지 않다. 서유럽 국가들과 전통적 미국 동맹국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역시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초청에 응한 지도자들 상당수가 트럼프와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거나, 무역 특혜 등 미국으로부터 정치·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역학이 인도네시아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만약 이 구조 속에서 인도네시아가 이스라엘과 동일한 플랫폼에 서게 된다면, 이는 정치적·외교적으로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제도 설계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헌장을 보면 위원장인 트럼프 본인에게 엄청난 권력이 집중돼 있다. 헌장의
해석, 의미 부여, 적용에 대한 최종 권한이 위원장에게 있으며, 위원장 교체 역시 자발적 사임이나 트럼프 측근 중심의 집행위원회 만장일치 승인이라는 극히 제한적 절차로만 가능하다. 이는 다자주의가 아니라, 제도적 언어로 포장된 개인주의적 통치에 가깝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대표성 부족, 권력 집중, 비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인도네시아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형평성 확대, 참여 확대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평화위원회 참여는 이러한 규범적 입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기존 국제 질서의 결함을 재생산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구조를 승인하는 셈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다. 인도네시아가 상임 지위 확보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설령 인도네시아가 이를 감당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점은 거의 없을 것이다. 권력이 중앙집권화된 구조에서 인도네시아는 다수 참가국 중 하나에 불과하며,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높은 정치·외교적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결정 구조에는 거의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비대칭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는 팔레스타인 권리 지지와 전략적 자율성을 표방하는 국가로서 인도네시아가 감수해야 할 명성 리스크와 정치적 부담에 비해 실질적 이익은 거의 없는 구조다.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는 트럼프 주도의 평화위원회 참여 결정을 전면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카르타의 외교 정책은 단기적 정치 계산이나 위상을 위한 상징적 행보가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가치와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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