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독립기념일 맞춰 내놓은 민족주의 애니메이션, 전문가·대중의 혹평 한몸에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5-08-1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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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9일 올라온 애니메이션 '메라뿌띠: 원포올('Merah Putih One for All)> 트레일러의 도입 영상 캡처 (사진=CGV Cinemas Indonesia/자카르타포스트)
인도네시아에서 민족주의 주제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 '<메라뿌띠: 원포올 (Merah Putih: One for All)>이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최근 공개된 예고편에서 형편없는 품질을 보여 광범위한 비판과 비웃음을 받고 있다.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2분 분량의 이 예고편은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국기(홍백기)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덟 명의 아이들이 위험한 숲길에서 다양한 도전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8월 14일 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예고편에서 보여준 최악의 품질로 영화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 모두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평론가 히끄맛 다르마완은 지난 12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빠듯한 마감일을 앞두고 급하게 진행된 프로젝트처럼 보여, 결과적으로 퀄리티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짧은 제작 일정 때문에 캐릭터와 배경을 포함한 애니메이션 일부가 다른 곳에서 사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을 가져왔다는 의혹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대중의 반발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비판 자체는 정확하다고 인정했다. 영화 예고편이란 작품의 가장 좋은 부분을 보여주면서 논리적으로도 관객을 끌어들여야 하지만 이번 예고편은 본편 역시 형편없을 것임을 확신시켜 주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현지 3D 애니메이션 영화<점보(Jumbo)>의 대성공 이후 처음 나온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 크게 기대했던 영화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형편없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로 직전 천만 명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며 로컬 애니메이션 열풍을 일으킨 3D 애니메이션 영화 <점보>와 비교되면서 더욱 혹평을 초래한 것이다.
히끄맛은 <메라뿌띠 원포올>이 <점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업계의 결함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형편없는 품질을 보인 다른 민족주의 영화들도 많았으므로 이번 영화가 딱히 애니메이션 산업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유명감독 하눙 브라만띠요 역시 짧은 제작 기간이 필연적으로 품질 저하를 불러온 것이라며 예고편 만으로 본편 영화의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퀄리티를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왜 독립기념일 이전 개봉을 고집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재 200편의 인도네시아 영화가 상영관 앞에 줄을 서서 개봉일 확정을 기다리는 가운데 이 영화가 어떻게 갑자기 끼어들어 독립기념일에 개봉을 할 수 있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상영관 체인에 영향력을 행사해 업계의 일반적인 상례를 깨트렸다는 측면에서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의 입김이 있었다고 여기며 자연스럽게 이 영화에 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거나 지원했으리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엔디아르또 감독은 제작이 성급하게 진행되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국내 극장에 민족주의적 주제를 다룬 영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2024년 8월부터 이미 이 영화를 만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작년에 제작을 시작해, 5월부터 후반작업을 3개월 간 진행한 끝에 개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실력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딱히 코멘트를 내지 않았다.
한편 이 영화는 품질에 대한 비판 외에도, 쁘르피끼 끄레아신도(Perfiki Kreasindo)가 제작한 이 영화가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 및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작비 중 60억 루피아(약 5억 원) 이상을 지원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엔디아르또와 이 영화의 제작자 또또 수그리워는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또또는 8월 11일(월) 자신의 X 계정(@totosoegriwo)에 ‘정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부정부패가 개입했거나 불법 자금을 사용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같은 날 창조경제부 이레네 우마르 차관도 해당 애니메이션의 제작진과의 면담한 것은 인정했지만, 영화제작을 후원하거나 홍보를 지원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우마르 국장은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irene.umar)에 ‘다른 영화의 경우에도 그런 것처럼 이번에도 스토리, 캐릭터 디자인, 예고편 등에 대해 여러가지 기술적 정보를 제공했지만 재정적 지원이나 홍보 지원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자금지원은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투자자를 연결해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국립영화제작소(PFN) 역시 자기들은 이 영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손절했다.
이런 비판 일색의 여론 속에서 <메라뿌띠: 원포올>은 8월 14일(월) 시네마 21(Cinema XXI)의 전국 상영관 중 10개 스크린과 다른 체인 상영관들을 비롯해 총 16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CGV와 시네폴리스 상영관 체인들은 상영을 취소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도 대체로 혹평 일색인 가운데 15일자 CNN인도네시아에 실린 영화리뷰에서 기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화 제작에는‘고귀한 의도’보다 자본, 기술력, 열정이 더 중요하다. △ 정말로 멋진 무언가를 만들려는 야심보다 맑은 정신과 현실 감각이 더 중요하다. △ 이런 전형적인 영화를 볼 때 아무런 기대나 편견도 갖지 않아야 한다. △ 이 영화티켓 비용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유익하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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