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선거 임박해 표현의 자유 탄압 심해져...예술인들의 커지는 우려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4-01-04 목록
본문
'2049년 은퇴자들(Para Pensiunan 2049)’에 시신 매장이 거부당한 부패한 지도자 두르스똣의 유령으로 출연한 부뗏 까르따레자사(사진=자카르타포스트/TarkoSudiarno )
베테랑 연극배우 부뗏 까르따레자사(Butet Kartaredjasa)와 극작가 아구스 누르(Agus Noor)가 무대에 올린 정치풍자극에 대해 경찰이 이를 중단하라며 두 사람을 위협했다는 주장이 나온 후 지금까지 최근 몇 주 동안 예술가들은 날로 더해지는 표현의 자유 탄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2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부뗏은 투쟁민주당 대통령 후보 간자르 쁘라노워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인물이다. 그의 그러한 정치성향으로 인해 그가 올린 정치풍자극 ‘필멸의 원수(Musuh Bebuyutan)'에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부뗏과 아구스는 자카르타 소재 따만 이스마일 마르주끼(TIM; Taman Ismail Marzuki) 아트센터에서 해당 연극을 초연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경찰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2023년 12월 1일 밝힌 바 있다.
선거 홍보물의 배포, 정당 또는 대선 후보들과 관련된 이미지의 투영, 기타 정치적 활동의 개입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찌끼니(Cikini)파출소가 들이밀며 이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뗏은 어쩔 수 없이 해당 서류에 서명했지만 이후 무대에 올라 경찰이 극단을 위협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문화발전에 대한 2017년 기본법 5호에 의해 보호되는데 이를 경찰이 위반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시민들이 예술을 경험하고 참여할 권리를 보호하고 이행하며 존중할 것을 명시한 2005년 유네스코 협약도 비준한 국가다.
해당 뉴스가 일파만파 퍼져 나가며 물의를 빚자 찌끼니 파출소에 대한 감독책임이 있는 중부 자카르타 경찰서가 나서 경찰이 공연 내용에 간섭하려 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고 이에 부뗏은 다시 이의를 제기했다.
부뗏은 당시 경찰은 극단 직원들에게 경찰로부터 위협받은 사실이 없다고 기자들 앞에서 말할 것을 종용했다는 사실도 12월 16일 폭로했다. 그런 식으로 경찰이 해당 논란에서 손을 씻고 빠져나가려 얕은 수를 썼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부뗏은 자신의 핸드폰이 해킹당한 사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왓츠앱 계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들이 나갔다는 사실과 핸드폰 안에 저장하고 있던 몇몇 문서들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다음날 족자 경찰서의 사이버팀 도움을 받아 자신의 핸드폰 번호가 도용되는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부뗏은 해당 사건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많은 예술가들과 활동가들은 그가 경찰에게 위협당했던 사건을 계속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해킹으로 반격을 당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간 사건 경위와 정황을 보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열 반대의 목소리
현지 예술가들은 부뗏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예술연대는 예술의 자유가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검열과 예술행위에 대한 위협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예술연대는 2010년부터 선거를 앞두고 예술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을 회원들에게 알리며 만약 예술의 자유를 탄압하는 어떠한 위반행위든 발견하게 되면 예술연대 웹사이트를 통해 신고할 것을 촉구했다.
예술연대 회장 꾸센 알리파 하디는 예술이란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통합시키고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현실 문제를 비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예술을 검열하는 것이 대중을 억압하려는 측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따라서 예술은 정치적 표현을 하는 최후의 수단이 되곤 하는데 예술작품마저 당국이 개입해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더 이상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남지 않게 된다. 그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에서도 다행히 예술적 표현을 검열한 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부뗏에게 벌어진 사건은 명백한 탄압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에샤는 “당국은 부뗏과 아구스의 작품이 공연되어 이를 계기로 정치적 토론이 진지하게 시작되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것" 이라며 부뗏과 아구스가 그들의 예술작품을 통해 정치적 직관을 표출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무리하게 타겟으로 삼은 것은 그가 업계에서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질서 시대의 부활?
작금의 행태가 수하르또 치세의 ‘신질서 시대’를 연상시킨다는 예술가와 분석가들이 적지 않다.
탈식민주의 활동가이자 작가인 멜라니 부디안따는 신질서 시대에 예술에 대한 탄압이 체계적으로 착착 진행되었는데 당시 많은 연극배우들이 당국에 체포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동부자바 전통공연인 루드룩(Ludruk) 공연 배우들이 많이 잡혀갔는데 그것은 그들의 정치풍자가 신랄했을 뿐 아니라 공산주의에 경도된 문화그룹인 레끄라(Lekra)와의 연루 혐의 때문이기도 했다.
신질서 정권이 들어서던 1960년대 중후반에 좌익 예술인들을 모조리 잡아가 탄압했던 일은 신질서 정권의 종말이 가까워지던 1990년대 후반까지도 예술인들 사이에 떨칠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정권에 쓴소리를 하던 템포지를 정간시킨 것에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인 저명한 시인이자 극작가 WS 렌드라(WS Rendra)를 당시 정권이 전격 체포한 사건이다.
이제 신질서 정권이 몰락하고 개혁시대에 들어선지 오래인 오늘날 정권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며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멜라니는 지적했다.
멜라니는 “공문을 보내고 매체에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것은 신질서 시대에 늘상 벌어지던 일이었다. 부뗏의 공연에 개입하려 했던 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마치 과거로 거슬러 돌아가는 느낌이다. 바로 그 점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 주정부 산하 문화 자문기관인 자카르타 아카데미 소속인 멜라니와 다른 10명의 예술가,문학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집단지성을 파괴해 문화를 퇴행시키는 작금의 상황을 인도네시아 시민들이 경계해야 한다는 성명을 지난 12월 4일 발표했다.
부뗏은 앞서 언급한 일을 겪고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정치적 관점을 가진 다른 동료 예술인들과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다.
부뗏은 “우리 민주주의의 퀄리티를 시험할 시기가 도래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대해 진심인지 확인해 봐야만 한다”고 덧붙였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 이전글인니 부통령, 대선 출마한 현직 장관들 사퇴 촉구 2024.01.04
- 다음글외국인 인니 방문비자, 이제 온라인으로 연장 가능 2024.01.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