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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인터뷰] 인니 소설가 에까 꾸르니아완 작품 번역한 <박소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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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3회 작성일 202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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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소설가 에까 꾸르니아완 작품 번역한 <박소현> 번역가와의 일문일답 

 

-서면 인터뷰 진행: 배동선 작가

 

현재 소설과 자기계발서를 중심으로 한 한국도서들이 인도네시아에 번역 출판된 것들은 교육만화까지 포함하면 400권이 훌쩍 넘지만 인도네시아 문학도서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양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수요가 적고 인도네시아 문학을 한국에 소개할 번역 전문인력 역시 매우 희소하다는 의미다.

 

에까 꾸르니아완(Eka Kurniawan) 작가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을 당시 숏리스트까지 올랐던 걸출한 인도네시아 작가로 그의 작품 중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Cantik Itu Luka)』와 『호랑이 남자(Lelaki Harimau)』가 한국에 번역본이 출판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문학 전문 번역가가 매우 희소한 상황에서 이 책들을 번역한 박소현 번역가를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다.

 

참고로, 인터뷰 내용은 주로 에까의 작품들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많아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 남자』의 서평이나 독후감 정도를 읽은 후 본 내용을 읽기를 권한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독후감

*호랑이 남자』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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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까 꾸르니아완의 소설 <호랑이 남자(Lelaki Harimau)>  


박소현 번역가와의 일문일답

 

: 에까 꾸르니아완 작가의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 남자』를 번역 작품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편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의 ‘옮긴이의 말’ 말미에 ‘인도네시아에 가자마자 그 소설 두 권을 구해 읽었다고 하셨는데 언제쯤의 일인가요? 많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에까의 소설 두 권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 외에도 읽어본 다른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면 그 책과 감상도 알려주세요.

 

:제가 이 책들을 선정했다기 보다는 출판사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성사된 일입니다.다른 책 작업을 같이 했던 출판사에서《상상된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이 발문을 쓴 영어판《호랑이 남자》에 관한 정보를 보고 제게 의견을 구하면서《아름다움 그것은 상처》까지 함께 한국어판을 내게 됐습니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에카 쿠르니아완을 인도네시아 밖으로 소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한국어판이 출간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지요. 당시만 해도 에카에게 전속 에이전시가 없어서 작가와 연락해서 직접 계약을 맺었으니 정말 옛날 일입니다.

 

제가 에카의 작품을 읽은 것은 2010년경쯤이었을 것입니다. 당시에 인도네시아 정치사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한 친구가 이 책을 읽고 페이퍼를 썼는데 그 내용이 흥미진진했습니다. 거기다 에카의 작품을 언급한 베네딕트 앤더슨의 글을 마지막 수업에서 읽었기 때문에 너무 궁금해졌거든요.

 

프라무디아의 부루 4부작과 《자카르타 이야기》를 비롯한 단편과 산문들, 그리고《자카르타의 황혼》등 목타르 루비스의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 번역가는 저자 다음으로 해당 작품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고, 때로는 작가보다 더 깊이 분석하고 되새김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 중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에까 꾸르니아완이라는 작가와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호랑이남자』두 작품을 가장 잘 아는 번역가로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총평 부탁드립니다.

 

: 무엇보다 빼어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두 작품을 이루는 단층과 요소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전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의 역사, 전설과 민담, 귀신 이야기, 야설과 무협 등 장르소설의 언어 등 이미 작가 주변에 산재해 있던 것들을 빨아들여 전에 없는 놀라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두 작품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공식)역사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태도야말로 에카를 “프라무디아의 후계자”라고 부르는 이유일 것입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를 번역하면서 한국에도 에카 같은 작가가 있어서 한국 현대사를 해체하고 다시 쓰는 작업을 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에 비하면 《호랑이 남자》는 훨씬 스케일이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자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은유로 인도네시아라는 국가의 역사를 그리는 대서사라면, 후자를 작가 자신이 성장한 지역 세계에 대한 미시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두 소설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작가 자신도 밝히고 있듯,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문학의 세계와 지극히 로컬한 인도네시아 또는 지역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1970년대 생 동남아시아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야는 영화와 미술로 다르지만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이나 싱가포르의 호추니엔 같은 작가들과도 묶어서 생각해보곤 하는데 이 세 사람은 모두 (지역 전통의) 호랑이를 테마로 한 작업을 가지고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색과 국가색을 벗어나고 극복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자원으로 삼은 아시아 예술가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인도네시아 문학, 또는 인도네시아 테마의 서적들이 한국에서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 남자』의 한국 판매 상황은 어느 정도였나요? 에까의 두 작품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수용성,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 문학 전반, 동남아시아 문학 전반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인식과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초판을 거의 다 소화한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호랑이 남자』의 경우 세종도서로 선정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인도네시아나 동남아시아를 내세워서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려운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낙관해보려고 합니다.

 

배: 에까의 소설을 읽을 때 그의 소설 속에 주로 등장하는 현지 역사와 무속 문화에 대해 최소한의 사전 지식을 갖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책들을 읽는 것이 온전히 작품을 즐기는 길일까요?

 

:인도네시아 역사와 민담 등을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읽는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들은 황당무개하면서도 장르소설의 문법과 언어를 취하고 있어 한번 펴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로서의 오락성이 큽니다.

 

그런 소설을 굳이 사전 공부까지 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와 민담과 전설 등은 작품의 재료이자 상상력과 영감의 원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을 읽은 분들을 만나보면, 책을 읽고 나서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더 알고 싶어졌다고들 합니다. 그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게 되는 것이야말로 소설 특히 독자가 잘 모르는 나라의 소설이 이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반응이 아닐까 합니다.

 

: 에까 꾸르니아완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번역가로서 겪었던 애로사항,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문학도서를 번역할 때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 또는 루틴 같은 것이 있나요?

 

: 초반에는 문장 하나하나를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번역하겠다고 나선 것을 후회하다가, 중반 이후에야 약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운율이 있어서 문장의 느낌을 살려보려고 애썼는데 결과물에는 그만큼 드러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어 단어의 다의성 또한 어려운 부분입니다.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어에는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 없어 여러 의미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특히 에카는 말장난과 운율있는 문장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고민이 더 컸습니다.

 

또 인도네시아어는 고사하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편집자조차 없기 때문에 편집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문학 작품을 번역할 때라고 해서 특별한 방법이나 루틴이 있지는 않습니다. 사전을 더 많이 보고 원문과 번역문을 소리내서 읽어볼 때가 많다는 정도입니다.

 

: 인도네시아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몇 안 되는 전문 번역가로서 이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포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재 번역하고 있는 책들, 앞으로 꼭 번역하고 싶은 인도네시아 문학서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에 꼭 소개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문학(특히 소설)의 책과 작가들도 추천해 주세요.

 

: 여전히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관한 한국어로 된 좋은 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된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작업해온 1000쪽 가까운 대작 『대항해시대의 동남아시아』(앤서니 리드)가 얼마 전 출간됐고, 여행기의 형식을 빌어 인도네시아의 구석구석을 재밌고 통찰력 있게 소개하는 『인도네시아 Etc. (엘리자베스 피사니) 1965년 폭력이 전 지구적 반공 성전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추적한 『자카르타가 온다』(빈센트 베빈스)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프라무디아 아난타 투르의 <부루 4부작>이 번역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여러 경로로 알아보았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프람과 목타르 루비스의 대표작들이 꼭 번역되었으면 합니다. 젊은 작가 중에서는 노만 에릭슨 파사리부의 시들이 인도네시아어 직역으로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소개된 소설집은 영어판 중역인 듯해서요.

 

: 번역한 책에서 남자나 여자 모두를 ‘그’라는 대명사로 쓰는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나요?

 

: 인도네시아어의 3인칭 대명사 dia가 성별에 상관없이 사물까지 지칭할 수 있는 말이므로 ''로 번역하는 것이 더 충실한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자에게는 일종의 도전이기도 하고요. '그녀'를 지양하는 것이 최근 출판계와 젊은 독자들의 경향이기도 합니다.

 

: 인도네시아 도서를 번역할 때 경음이 많이 사용되는 현지어 표기를 현행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기어이 격음으로 바꿔 써야 하는 것에 대한 번역가님 의견을 묻습니다. 서구권이나 일본, 중국의 경우엔 현지 발음에 가깝게 쓴다는 원칙이 적용되는 것 같은데 한글로 얼마든지 표기 가능한 현지어를 굳이 외국어 표기법에 맞춰 전혀 다르게 표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어 'cempaka putih'라는 꽃 이름은 ‘쯤빠까 뿌띠’라고 표기해야 마땅하지만 이를 ‘츰파카 푸티’라고 쓰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인도네시아 문학 번역에 적합한지 의견을 묻습니다.

 

: 질문하신 사항은 말레이-인도네시아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다른 외국어 표기법에서도 제기되는 문제인데, 국어원의 원칙에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어원이 된소리를 기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베트남어나 태국어처럼 된소리와 거센소리 표기가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 국어원 표기법은 된소리 표기를 허용합니다.

 

하지만 말레이-인도네시아어의 경우 언제 된소리로 발음하고 언제 거센소리로 발음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습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을 때는 한쪽으로 통일하는 쪽이 언중의 언어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발음하는대로”라는 기준은 생각보다 자의적이어서 해당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이미 마련되어 있는 원칙을 따르는 편입니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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