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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영화 <꾸양(Kuyang)>(2024)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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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0회 작성일 202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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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꾸양(Kuyang)>(2024) 리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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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꾸양(Kuyang)>의 원제 <Kuyang: Sekutu Iblis yang Selalu Mengintai> <꾸양: 항상 숨어있는 악마의 동조자> 정도로 해석된다.

2024
3월에 개봉된 이 영화는 겨우 26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영화는 초반에 제법 흥미롭게 시작한다


깔리만탄의 한 오지 마을 학교로 부임하는 남편 비모(디마스 아디티야 분)을 따라 아내 스리아뚠(알리사 이비딘 분)도 도시에 혼자 남지 않고 오지로 함께 들어가게 되는데 밤길 그들이 탄 차량이 숲속 도로를 지날 때 꾸양이 날아와 따라붙고 또 다른 곳에서는 라웅(raung)이 나타난다.

꾸양이란 내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하늘을 나는 흡혈귀의 일종으로 낮에는 마을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해가 지면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으러 다니는데 주로 갓난 아이나 태아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주술을 익힌 흑마술사가 저주를 받아 마물로 변모하고 만 꾸양은 동남아에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깔리만탄에서는 꾸양, 수마트라에서는 빨라식, 발리에서는 레약, 술라웨시에서는 뽀뽀라 부르며 캄보디아에서는 압, 태국은 크라슈, 말레이시아에서는 뻐낭갈이라 부르는 등 이름은 모두 다르지만 인상착의나 행동양식은 모두 정확히 일치한다.

9abe125255e42952a0925e54ddee0e9f_1724133224_4576.png▲동남아에 출몰하는 꾸양 류 날아다니는 머리통 귀신의 인상착의 


한편 라웅(Raung)은 다약족들이 믿는움직이는 관이다. 혼자 미끄러지거나 날아다니면서 피를 빨아먹을 먹잇감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초반에 이런 귀신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시작한다.

여담이지만 라웅은 다약족이 주류를 이루는 깔리만탄의 전통 장례의식은 뽀쫑을 만들어 시신 운반용 끄란다(Keranda) 들것으로 묘지로 가서 관 없이 뽀쫑을 내려 눕힌 후 시신 위를 널빤지로 덮어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방식의 이슬람 장례법과는 상당히 다름을, 즉 관을 쓰는 장례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다. 자바에서는 관이 날아다니지 않고 끄란다가 날아다닌다.

스토리로 돌아가자.
비모와 스리 부부는 나중에 배를 갈아타고 학교가 있는 마을로 들어가는데 학교의 학생들은 일곱 명, 두 개의 반으로 나누어져 있고 스리 역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임시선생이 된다. 그런데 그들이 도착하던 날 부에 알랑(에기 페들리 분)과 땀비 냐이(엘리 D 루탄 분) 노부부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찾아오는데 땀비 냐이는 강력한 흑마술사이자 밤마다 날아다니는 꾸양의 본체라는 것을 그 마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 땀비 냐이가 스리에게 다가가 아무 말없이 배에 손을 대면서 뭔가 주술을 발동시키는데 태아를 주식으로 삼는 꾸양이라는 설정인만큼 그 행동은 스리가 임신했음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9abe125255e42952a0925e54ddee0e9f_1724133247_5595.jpg▲비모와 스리 부부를 만난 땀비 냐이 


알고 보니 그 마을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잔혹한 꾸양에게 장기간 피해를 입어왔다.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며 이제는 노골적으로 스리를 노리고 있는데 마을사람들 중 꾸양을 돕는 조력자가 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진다. 그 과정에서 학교 아이들이 귀신에게 빙의되어 불길한 경고를 주고 스리가 잠시 어딘가에 납치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비모는 마을 사무장 등 일부 주민들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이장의 친척이자 또 다른 주술사인 미나 우웨(뿌뜨리 아윤다)가 비모 부부를 돕는데 그 눈빛이 마냥 선량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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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눈치 챘겠지만 처음부터 범인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진범으로 드러나는 인도네시아 공포 스릴러 영화의 법칙은 이번에도 통한다. 그게 너무 뻔하다 보니 식상하게 되는데 그러서인지 귀신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관객이 30만 명도 들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흑마술사가 꾸양이 되어 머리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지상에 무방비상태로 남게 되는 꾸양 본체의 몸통을 일으켜 세운 여러 개의 관들 속에서 언제라도 튀어나올 준비를 한 시체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꽤 기발한 발상이다.

꾸양을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머리통을 붙잡기 어려우므로 집이나 어딘가 안전한 곳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는 몸체를 찾아 파괴하거나 떨어진 목부분에 칼이나 깨진 병들 꽂거나 소금을 뿌려 나중에 머리가 돌아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몸에 돌아가지 못한 꾸양은 해가 뜨면 죽게 된다. 그러니 꾸양의 머리통이 날아오르기 전 지상에 남을 몸을 보호할 대책을 미리 세워놓는다는 설정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영화 중후반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스토리 전개가 반전을 기도하지만 그다지 영화에 활력을 넣어주지 못했다. 예전에 비해 상당히 발전한 CG와 특수효과로 예전 꾸양 류 영화들의 조잡함을 크게 벗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양의 표현은 아직도 어떤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치를 잡아주던 신체를 벗어난 내장들이 꾸양이 고속으로 날면 여기저기 뒤섞여 휘날리며 길게 늘어질 것 같은데 아직 인체해부도에서 보는 내장들의 위치들을 고수하는 모습에 너무 억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6acfee77dc2d78da66f889a6b42669a7_1724133329_4288.jpeg꾸양과의 조우 


그리고 주렁주렁 매달린 내장들 가운데 유독 심장이 붉은 색으로 빛난다는 설정은 아련한 사랑이야기로 각색한 태국의 크랴슈 영화 <귀수동화(Inhuman Kiss)>(2020)의 설정을 밴치마킹한 것 같은데 그보다 4년 후에 나온 이 영화가 태국 원작보다 디자인이나 CG, 스토리 등 모든 면에서 상당히 밀린다는 인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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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수동화>에 나오는 크라슈(꾸양)은 허파와 십이지장, 창자들을 모두 달고 나타나는 종래의 모습 대신 빨간 색으로 빛나는 심장과 낙지 다리처럼 보이는 여러 개의 촉수들을 달고 날아다니는데 그렇게 분리된 머리조차 풀메한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어 호러영화라기 보다는 동화에 가깝다. 그래서 <귀수동화>라는 번역 제목이 참으로 적절하다 느껴진다.


6acfee77dc2d78da66f889a6b42669a7_1724133358_622.png▲태국 크라슈를 다룬 <귀수동화(Inhumane Kiss)> 포스터 


용키 옹에스뚜(Yongki Ongestu) 감독의 일천한 경력, 그간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디마스 아디티야와 아릴라 아비딘을 각각 남주와 여주로 기용한 것을 십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어쩌면 그나마 최선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2021년에 이미 <꾸양 (Kuyang The Movie)>라는 제목의 영화가 이미 한 차례 나왔고 2024년 무려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이 만들어 80만 명 넘는 관객이 든 <뜨리닐: 내 몸을 돌려줘(Trinil: Kembalikan Tubuhku)>도 깔리만탄의 꾸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비슷한 영화들 사이에 끼어버렸고 게다가 <귀수동화>라는 걸출한 동종 소재 영화가 히트한 이후였다는 점이 이 영화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더욱이 전체 인도네시아 인구의 60% 정도가 살고 있는 자바섬 소재들 대신 깔리만탄에서나 유명할 만한 귀신을 이 영화에 차용한 것이 아무래도 자바 관객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귀신들 중에서도 주류와 비주류들이 있어 인도네시아인들이라면 모두가 아는 자바의 주류 귀신들 영화는 대체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지방 출신 비주류 귀신들은 영화에서도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귀신마저 피하지 못한 치명적인 지방 차별.

꾸양은 그나마 자바에도 꽤 이름을 알렸지만 광주를 평정하고 이제 막 서울을 먹은 조폭처럼 전국구 귀신으로는 아직 그 뿌리가 미약하다 하겠다. 그래서 자바 귀신들에 식상한 영화감독들이 좀 더 참신한 소재를 찾으며 최근 꾸양 류의 귀신들이 오디션을 통과하고 있지만 그 흥행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동남아 어디에서나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꾸양 류의 날아다니는 머리통 귀신들이 자바섬엔 제대로 상륙하지 못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자바에는 그 대신 주릭 글루뚝 승이르나 군둘 쁘링이스 같은 머리통 귀신들이 굴러다닌다.

그 발생 이유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설이 있지만 꾸양 류 귀신들의 주식이 어린 아이와 태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바의 주류 귀신들 중 최고봉인 꾼띨아낙이자기 아기를 안아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귀신이 되었고 웨웨곰벨은 불우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을 납치해 대신 키워주는 존재라는 설정인 만큼 이들 자바 귀신들이 꾸양의 유입을 용납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 꾸양들이 자바섬에 들어오는 족족 꾼띨아낙들과 웨웨곰벨들이 달려들어 온통 미리칼과 내장을 쥐어뜯어낸 후 머리통을 내팽개친 결과 그들이 비행능력을 잃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신세가 된 것이 아닐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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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머리통 귀신 분포도


영화평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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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양>(2024)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꾼띨아낙이나 뽀쫑 등 자바 주류 귀신들에게 식상한 영화팬들에게는 제법 새로운 선택지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깔리만탄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방언이나 주거양식 등은 확실히 자바 귀신영화들과는 어느 정도 차별성을 보인다. ()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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