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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넷플릭스 <시가렛 걸>의 문화·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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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839회 작성일 202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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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가렛 걸>의 문화·역사적 배경

배동선


일년에 드라마 한 두 편 정도를 보는 편인데 그렇게 본 게 지금까지 <도깨비>, <태양의 후예>, <무빙> 정도. <연모> <환혼>은 보다가 말았다. 아무래도 2-3시간 안에 단판 승부를 내는 영화가 적성이지 한 시즌 10~16편 정도를 매주 기다리거나 며칠 밤을 세워가며 보는 타입은 아니다.

며칠 전 <더 마블스>를 보면서도 요즘은 영화 한 편 보려고 극장에서 전편 또는 프리퀄을 차근차근 챙겨보는 정도가 아니라 OTT에서 관련 드라마 에피소드까지 모두 봐야 간신히 내용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 놀랍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오락영화가 그렇게 진입장벽이 높으면 어쩌자는 거냐?

하지만 11 2일 넷플릭스에서 프리미어 스트리밍한 <시가렛 걸>에는 훅 빨려 들어갔다. 총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일주일 정도 기간 동안 시간을 나누어 본 것은 다른 마감들이 잔뜩 걸려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하룻밤새 다 봤을 게 틀림없었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각 잡고 본 인도네시아 드라마였다.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진입장벽은 <더 마블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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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영화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머르데카 브랜드의 담배를 만드는 이드루스 가문 장녀이자 뛰어난 조향사 능력을 가진 다시야와 사업수완이 뛰어난 수라야,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치고 사랑하고 헤어졌다가 그리워하고, 오해하여 미워하던 끝에 다시 서로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직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2000년대 초반, 그러니까 2G폰을 사용해서 제법 긴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 시절에, 그동안 거대한 기업을 일구었으나 늙고 병들어 이제 죽음을 목전에 둔 수라야를 위해 막내 아들 르바스가 과거 아버지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 상대였던 다시야를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르바스는 아버지가 준 나무상자 속의 편지와 사진, 그리고 중부자바 ‘M의 담배박물관에서 만난 기증자 가족이자 보건소 의사인 아룸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와 다시야가 과거 어떻게 만나 어떤 사랑을 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역사의 어느 한 순간, 나와는 아무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작은 출렁임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켜 그 시대를 사는 개인들에겐 얼마나 치명적인 사건으로 다가오게 되는지 그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러나 담담하게 그려진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어린 시절 태평양전쟁과 일본군 강점기, 그후 1945-1949년 사이의 독립전쟁을 겪고 이후 도처에서 유혈반란과 정치적 혼란이 벌어지던 시기에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된 이들은 인도네시아가 가장 가난하고 위험하던 시절을 살았다. 그만큼 순박하고 낭만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완과 배짱만 있다면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대였다.

한국은 담배에 개인의 접근을 금하고 전매청(지금의 담배인삼공사)이 담배 생산을 전담했지만 인도네시아의 담배생산은 철저히 민간 영역이다. 그래서 현지 굴지의 거대기업들 중엔 삼뿌르나, 자룸, 구당가람 같이 초창기에 담배회사로 시작한 재벌그룹들이 즐비하다.

아직도 가내수공업으로 자체 브랜드의 담배를 만드는 기업들이 있고 그들 중 일부가 고질적으로 관련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가끔 신문지상에 보도되곤 하지만 민간의 담배제조 자체가 불법은 아니니 재래시장에 가보면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담배 브랜드를 만나는 경우가 생긴다. 대부분 필터가 없고 쯩께(cengkeh – 정향) 등 다양한 향료를 가미한끄레떽담배들이다. 단단히 뭉쳐진 내용물은 마치 쿠바산 시가를 연상케 한다. 물론 맛도 포장도 전혀 다르지만.

담배<시가렛 걸>에 등장하는 이드루스 가문과 자갓 가문도 그런 가내수공업 담배공장을 운영한다. 지방엔 아직도 그런 비슷한 담배 작업장들이 실제로 운영되며 자체 브랜드의 담배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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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자바의 영세 담배공장 


담배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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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의 원제인 <가디스 끄레떽(Gadis Kretek)>은 극 중반에 이드루스 가문에서 만드는 담배 브랜드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증야(Jeng Yah)’라 불린 여주인공 다시야(Dasiyah)를 지칭한다.

증야가 다시야라는 사실을 말하는 게 성급한 스포일러라 할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인도네시아인들에겐 그걸 처음부터 모를 수가 없다. ‘사이 어디쯤인가로 발음되는 ‘jeng’은 젊은 여성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 같은 것이고는 애칭, 대개 이름의 한 부분이다. 다시야의처럼. ‘Jeng’이 그런 용도로 쓰였다는 흔적은 자바 귀족여인 이름 앞에 붙는 호칭인깐젱(kanjeng)’에도 포함되어 있다. 증야는야 아가씨정도의 의미로 보면 된다.

다시야를 지칭하는가디스 끄레떽직역하자면끄레떽 담배의 숙녀 <시가렛 걸>로 번역한 것은 그 뉘앙스를 반밖에 반영하지 못한다. 다시야가 조향한 담배는 나중에 수라야 회사의 대표상품 ‘DR’ 담배의 속살이 되어 거대한 사업적 성공의 밑받침이 된다.

 

영화 초반에 다시야가 정성스레 말아주는 담배를 아버지 이드루스가 가장 좋아했고 나중에 자신이 조향한 담배를 말아 수라야에게 맛보여 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가디스 끄레떽의 가장 적당한 번역은담배 마는 숙녀정도가 되겠다. 물론 영화제목으로 쓰긴 촌스럽지만.

이 제목은 마타람 왕국의 술탄 아궁 시대인 17세기 초반을 살았다고 묘사된 라라먼둣(Rara Mendut)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라라먼둣은 장래를 약속한 정인이 있었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가 소문이 나 빠띠 공국(Kadipaten Pati)의 군주 아디빠티 쁘라골로 2세에게 잡혀가 첩실이 되었다가 그의 반란군을 진압한 마타람 왕국 정벌군 사령관 뚜먼궁 위라구나의 손에 떨어져 이번엔 그의 첩실이 될 것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라라먼둣이 이를 거절하자 격분한 뚜먼궁은 쁘라골로가 내지 않은 거액의 세금을 그의 첩실이었다는 이유로 라라먼둣이 평생 일해 대납할 것을 명령한다.

 

그래서 라라먼둣은 시장에 나가 담배장사를 시작했는데 백만금을 주고서라도 그녀가 만 담배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을 이룬 끝에 라라먼둣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빠띠 군주의 빚을 모두 갚게 된다. (후략)

당시 라라먼둣이 말아주는 궐련이 불티나게 팔린 이유는 담배를 만 종이 끝에 접착제 용도로 침을 발라 마무리 짓는데 미녀의 침이 묻은 담배에 남자들이 환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녀의 위력은 때때로 그만큼 파괴적이다.

가디스 끄레떽역시 침을 발라 담배를 마는 라라먼둣의 이미지를 은연 중에 담았다. 그래서 다시야는 필연적으로 라라먼둣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동시에 강인한 여인으로 묘사된다. 그 다시야로 분한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Dian Sastrowardoyo) 배우의 연기는 마치 자기 옷을 찾아 입은 듯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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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 


인도네시아 대학살(1965~1966)
극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인도네시아는 역사적으로 격변을 겪고 있었다.


5
년 간의 독립전쟁 끝에 1949년 마침내 네덜란드로부터 주권을 회복한 인도네시아는 종교와 민족이 서로 다른 거대한 영토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남말루꾸공화국 반란(1950), 수마트라의 PRRI 반란(1958), 술라웨시의 뻐르메스타 반란(1958), 자바섬에서 창궐하던 다를이슬람 반군까지 모두 평정한 후 1962년 파푸아를 침공해 서파푸아를 사실상 손아귀에 넣고 1964년에는 깔리만탄 북부 사라왁 지역의 영국식민지를 통합하려는 말레이시아와 국지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1965 10 1일 새벽, 육군 장성 여섯 명과 나수티온 장군의 부관 뗀데안 중위가 반란군에게 참혹하게 살해되어 할림 공군기지 인근 폐우물에 버려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른바 ‘9,30 쿠데타라 부르는 사건이다. 인도네시아공산당(PKI)이 기획하고 대통령 경호부대가 주축이 된 이 쿠데타는 불과 이틀만에 진압되지만 인도네시아 사회에 끼친 후유증은 더 없이 컸다.

정치적으로는 친위 쿠데타를 벌인 혐의를 받은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이 추락하고 쿠데타 진압의 주역 수하르토 장군이 권력의 정점을 서는 계기가 된다. 모든 권력을 쥔 수하르토가 마침내 수카르노를 하야시키고 연금한 후 자신이 직접 대통령이 된 것이 1967.

사회적으로는 더 큰 파장이 벌어졌다. 폐우물에서 건져낸 장성들의 시신이 크게 훼손된 것을 본 시민들이 공산당의 만행에 분노했고 수하르토 측은 이들을 국가영웅으로 추대하며 대대적인 영결식을 거행해 국민들의 감정을 더욱 고양시켰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공산당 사냥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냥은 공산당에 국한되지 않았다. 자신을 착취하던 지주, 빚을 갚으라 독촉하던 빚쟁이, 사업상 경쟁자, 연적 등 다양한 사람들이 빨갱이로 지목되어, 군의 지원을 받는 자경단에게 잡혀가 정당한 재판도 없이 집단 처형되거나 고문, 감금당하는 사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1965-66
년 사이 그런 과정을 거쳐 살해당한 사람들이 최소 50만 명, 많게는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숫자가 정확히 파악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역사상 모든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이상의 숫자가 2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자행된 학살로 목숨을 잃었다. 이를 통칭인도네시아 대학살이라고 부른다.

빨갱이로 지목받으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을 수도 있던 그 시절. 그게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다.

블랙리스트와 파푸아
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겪은 다시야가 비로소 풀려난 것은 2년 후. 1967년의 일이다. 수카르노가 완전히 몰락하고 수하르토가 대통령이 되어 이른바 신질서시대(Orde Baru)를 연 해다.

하지만 우리의 부마항쟁, 4.3 제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의 피해자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민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경찰과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으며 온갖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 대학살 피해자들도 빨갱이 또는 반국가세력으로 낙인 찍혀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군 장교 세노(Seno)는 들통나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을 잘 알면서도 끝내 그런 다시야와 남은 가족들을 돌보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비록 답답해 보일 지 몰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한 일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조금씩은 살고 있다. 더욱이 잘 생긴 입누 자밀(Ibnu Jamil) 배우가 나오는 순간부터 그가 악역이 아닐 것이라 확신했다. 저런 미남을 악당으로 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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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야의 여동생 루카야(Rukayah – 오른쪽)과 멋진 청년 세노 


그런 세노가 다시야 자매를 떠나 파푸아로 발령을 받는 것은 파푸아가 유엔이 주관한 주민투표를 거쳐 완전히 인도네시아 영토로 편입된 1969년의 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파푸아인들이 합병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 당시의 주민투표가 조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당연히 무장반군이 만들어져 오늘날까지도 정부군과 맞서 싸우고 있고 그래서 민간인들이 파푸아를 방문하려면 인도네시아 정보국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허가나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파푸아에는 아직도자유 파푸아 기구’(OPM)란 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1969년 인도네시아 중앙정부가 적지 않은 병력을 모아 파푸아에 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군인으로 출세하여 장군이 되려면 야전으로 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인도네시아에서 군인들의 출세 코스는 파푸아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1975-1999년 사이에는 당시 인도네시아가 강점하여 반군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던 동티모르도 그런 지역 중 하나였다. 그곳이 군 경력에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은 실전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현지에서 저지른 인권침해사례가 수없이 많지만 그곳에서 반군과 교전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정부군도 적지 않았다.

감독과 배우들
이 영화를 만든 까밀라 안디니 감독과 이파 이스판샤 감독은 부부 사이다. 거의 드림팀이라 볼 수 있는데 특히 1986년생의 까밀라 안디니는 <유니(Yuni)>(2021), <이전, 지금, 그리고 그때(나나)>(2022)같이 여성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들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많은 수상을 했고 <스깔라 니스깔라(Sekala Niskala)>(2017), <브로토 부인의 여인숙(Losmen Bu Broto)>(2021) 등도 호평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거장과 원로 사이 어딘가에 포지셔닝하고 있는 거물 가린 누그호로 감독의 딸이다. 이파 이스판샤 감독은 영화 프로듀싱에 좀 더 두각을 보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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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가족. 왼쪽부터 가린 누그로호, 까밀라 안디니, 이파 이스판샤 


여주인공 다시야 역의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는 1982년생으로 40살이 넘었지만 <대장금> 당시의 이영애처럼 20대라 해도 믿을 만한 미모에 절제된 연기를 담았다. 여배우의 변신은 당연히 무죄.

 

그녀는 인도네시아의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우리에게 깃든 밤(The Nights Comes for Us)>(2018)에서는 여성 킬러를 연기했고(OTT에서는 이 영화를밤이 온다로 번역), 로컬 수퍼히어로 영화 <스리아시(Sri Asih)>에서는 뜬금없게도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불의 악마 데위 아삐(Dewi Api)로 분했다. <시가렛 걸>에서 그녀의 다시야는 누구보다도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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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 <스리아시>, <우리에게 깃든 밤>에 출연한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 


다시야의 상대역 수라야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아리오 바유(Ario Bayu)는 남성미가 넘쳐 흐르는 타입이다. 1985년생으로 19세가 되던 2004년 데뷔해 30편 가까이 영화를 찍고 단편영화, TV 시리즈에도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그간 내가 봤던 영화들 중에서도 <수카르노(Soekarno)>(2013),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2019), <흑마술 여왕(Ratu Ilmu Hitam)>(2019) 등에 얼굴을 비쳤다.

다른 여러 배우들 중 현재 시점에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수라야의 막내아들 르바스 역의 아리야 살로카, 이드루스 가문의 손녀 닥터 아룸 역의 뿌뜨리 마리노는 꽤 사랑스러웠는데 의외의 배역은 다시야 여동생 루카야 역의 티사 비아니(Tissa Biani)였다.

 

그녀는 인도네시아 첫 번째, 그리고 아직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 <무용수마을의 대학생 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의 무려 여주인공 출신. 그런 그녀가 이 작품에서 거의 표시도 나지 않는 작은 배역을 맡아 연기한 것을 보면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속 배우들의 위상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어떤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가 다른 영화에 조연은커녕 단역이나 까메오로 등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인도네시아 배우들은 배역의 크고 작음에 연연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감독이 까라면 까야 하는 철저한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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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뿌뜨리 마리노, 아리야 살로카, 티사 비아니 


넷플릭스의 <시가렛 걸>은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내놓은 떡밥들을 대부분 놓치지 않고 회수했다. 그래서 5화까지 다 보고 나면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뭔가 딱 떨어질 때 갖게 되는 쾌감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과하지 않은 배우들 연기가 좋았다. 그 분위기가 예전 리뷰했던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 작품상 영화 <나나>와 비슷해 까밀라 안디니 감독의 연출이 깊이 녹아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인도네시아 영화답지 않은 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더욱 고급진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 배우넷플릭스에 한글 자막도 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보길 추천한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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