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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영화 <200 파운드 미녀>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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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91회 작성일 2023-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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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0 파운드 미녀> 해부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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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원작 포스터(왼쪽) 2023년 인도네시아 리메이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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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2006)의 인도네시아 리메이크 <200 파운드 미녀(200 Pounds Beauty)> 6 22일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프리미어 스트리밍 되었다. 올해 OTT와 극장을 통틀어 세 번째 개봉된 한국영화 리메이크 작품이다.

앞서 나온 올해 리메이크 작품들은 1월 프라임비디오로 공개된 <과속스캔들>(2008) 리메이크 <스캔들 메이커스(Scandal Makers)>, 5월 오프라인 상영관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Hello Ghost)>가 있다. 각각 팔콘 픽쳐스와 MD 픽쳐스 작품인데 <200 파운드 미녀> MD 픽쳐스에서 나왔다. 이들 두 회사가 매년 로컬 영화 화제작 대부분을 만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이들 두 회사 외에도 호러영화 전문 라삐필름(Rapi Films), MVP 픽쳐스, 피시네마(Visinema), 마일스 필름스(Miles Films)등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생태계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오디 C 하라합(Ody C Harahap) 감독은 2003 <빙의인형의 말뚝(Tusuk Jelangkung)>이란 호러영화로 데뷔했지만 이후 주로 로맨스 코미디를 만들었다. 한국영화와도 적잖은 인연이 있어 2017년에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 <스위트 20(Sweet 20)>, 2018년에는 한국영화사 소나무시네하우스가 제작한 <발리에서의 영원한 휴일(Forever Holiday in Bali)>를 연출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흥행성적이 들쭉날쭉해 가장 최근인 올해 초 개봉한 인도네시아 토착 수퍼히어로 영화인 부미랑잇 프랜차이즈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and The Sparklings)>는 완전 폭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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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C 하라합 감독의 전작들

<200
파운드 미녀>의 스토리는 미세한 디테일에서는 약간의 변주가 있지만 예쁜 목소리로 유명가수의 무대 뒤 쉐도우 싱어와 포르노 전화방 목소리 마담을 겸하던 젊은 비만여성이 전화방 고객이던 성형외과 의사를 협박해 의학의 힘과 지옥 같은 다이어트를 통해 초미인으로 거듭나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

 

음치 가수가 잠적한 주인공을 추적하며 주인공의 치매 아버지가 입원한 요양병원까지 찾아가고 주인공이 예전 비만가수임을 모른 채 한없이 끌리는 음악감독 등 전체적으로 <미녀는 괴로워>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원작의 김아중 역인 주위타(Juwita, 나중엔 예명으로엔젤을 사용)에 시이파 하주(Syaifa Hadju), 주진모 역인 안드레에는 바스카라 마헨드라(Baskara Mahendra)가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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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파 하주(왼쪽) <200 파운드 미녀>에서 비만여성으로 특수분장을 한 모습(오른쪽)


자카르타에서 2000년에 태어난 배우이자 가수 시이파는 2016년부터 <써니>의 리메이크인 <베바스(Bebas)>(2019)에서 미아(Mia)을 연기했고 백만 관객을 돌파한 공포영화 <자일랑꿍: 산데깔라(Jailangkung: Sandekala)>(2019)를 비롯해 1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외에도 다수의 웹시리즈와 TV 드라마, TV용 영화 등에 얼굴을 보이며 활발히 활동했다.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신스틸러가 할 만한 인물은 단연 성형외과 의사로 등장한 키키 나렌드라(Kiki Nerendra). 1979년생 중견배우인 그는 33살이 되던 2012년 뒤늦게 영화데뷔를 하지만 1년에 세 편 이상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40대로 접어들던 2018년부터다. 그는 꽤 선구안도 좋은 편이어서 흥행작품 여러 편에 약방의 감초처럼 얼굴을 보였다. 맡은 역할들은 그 비중이 절대 작지 않고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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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나렌드라. 왼쪽은 <200 파운드 미녀> 오른쪽은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출연장면


특히 2022년엔 여섯 편, 2023년에는 6월말까지 벌써 일곱 편의 개봉작에 출연했다. 그는 2020년에 완성했으나 개봉이 2년 늦어졌다가 대박이 터져 인도네시아 최초 천만 관객 영화가 된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에서 마을의 비밀을 운명처럼 껴안은 책임감 넘치는 이장을 연기했고 같은 해 600만 명 넘는 관객이 든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Pengabdi Setan 2: Communion)>에서는 시체가 넘치는 아파트에 갇힌 사람들을 돕는 이슬람교사 우스탓 역을 맡았다. 2022년 흥행 1위와 2위 영화에 모두 출연한 것이다.

이외에도 <수잔나는 무덤 속에서 숨쉰다(Suzzanna: Bernapas dalam Kubur)>(2018), <쯔마라 가족(Keluarga Cemara)>, 최초의 토착 수퍼히어로 영화 <군달라(Gundala)>(2019), 로카르노 영화제 수상작 <그리움은 복수처럼 되갚는 것(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2021), <망꾸지워 2(Mangkujiwo 2)>(2023) 등 인도네시아 영화사에 굵은 획을 그은 영화들에 참여했다. <깡패(Preman)>(2022) 같은 영화에서는 범죄조직 두목으로 분해 거의 주인공급의 비중 높은 악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200
파운드 미녀>에서도 그는 원작의 이한위 배우가 맡았던 성형외과 의사 역할을 나무랄 데 없이 잘 소화했다.

그가 연기력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이므로 많은 영화에 캐스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급격히 지나치게 늘어난 출연작들로 인해 조만간 번아웃이 올 가능성도 엿보인다. 올해 목소리를 더빙한 만화영화까지 포함해 그가 출연한 7편의 영화가 아직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어서 올해 키키가 등장하는 영화는 모두 14편 전후가 될 전망이다.

좋은 반응이 기대되는 리메이크 영화가 스크린이 아닌 OTT에서 스트리밍된 것은 유료관객수가 기대한 만큼 늘지 않고 있는 상영관들에게는 뼈아픈 일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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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30일 현재 로컬영화 흥행순위


2022
년에는 로컬영화 흥행 상위 14편의 영화가 백만 관객을 넘었고 1, 2위가 각각 1천만, 640만 관객을 기록하며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절반이 지나도록 백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불과 네 편이고 상위 15편을 모두 합쳐도 작년 1, 2위 영화 관객합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
년는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다분히 보복적으로 극장으로 달려갔던 반면 2023년에는 상영관 러시 열기가 좀 가라앉았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등이 약진하며 새 영화들을 오리지널 컬렉션으로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한 지점이다.

작년에 580만 명 넘는 관객을 들이며 대박을 낸 <7번방의 선물> 리메이크에 탄력을 받아 올해 좀 더 많은 한국영화 리메이크가 나오리란 전망은 상반기 동안 작년과 같은 수인 세 편의 리메이크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적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예고되어 왔던 <헬로우 고스트> 리메이크가 5 11일 개봉한 후 불과 61만 명 관객에 그친 것은 사뭇 아쉬운 일이다. 로컬영화들은 100만 관객을 넘기면 극장 관람하고 리뷰를 쓴다는 자체 원칙에 따라 <헬로우 고스트>를 아직 보지 못해 평론이라 할 만한 언급을 할 수는 없지만 뒤늦게 나온 조잡한 포스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관객들에게 외면받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포스터는 모름지기 흥미롭고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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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왼쪽 포스터를 쓸 예정이었느나 개봉을 앞두고 오른쪽의 모호한 포스터로 바꾸었다. 영화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포스터가 모호해지니 영화의 운명도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왼쪽 포스터의 경우도 주인공 등에 업힌 이들이 딱히 귀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아마도 그래서 오른쪽 포스터로 급히 바꾼 모양이지만 포스터가 모호해지니 영화의 운명도 모호해지고 만 경우다.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사들이 하반기에 어떤 한국영화 리메이크작들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0
파운드 미녀>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예쁜 여배우를 감쪽같이 고도비만 여성으로 만들 만큼 이젠 인도네시아 영화계도 특수분장이 고도화되었다는 부분이었다. 대역을 쓴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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