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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이슬람 색채를 완전히 뺀 새 호러 영화 <세우 디노(Sewu D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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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07회 작성일 2023-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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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색채를 완전히 뺀 새 호러 영화 <세우 디노(Sewu Dino)>

배동선 작가


filmindonsia.or.id
사이트가 한 달 넘게 다운된 상태지만 상영관 관객집계 자료를 받아 업데이트하는 다른 사이트에서 그럭저럭 로컬영화 관객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흥행 상위 15편 중 11편이 공포영화.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호러 영화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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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8() 자료


2022
년에 비해 저조한 관객상황을 보이는데 이둘 피트리 연휴에 개봉한 <세우 디노(Sewu Dino)> <부야 함카>가 빠른 속도로 관객수를 늘리고 있다. 특히 공포영화 <세우 디노>가 올해 상반기 로컬영화 흥행순위를 선도할 가능성을 보인다. 일주일 만에 백만 관객을 넘기더니 2백만을 넘는 것은 그로부터 불과 사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속도라면 <세우 디노> 700만 전후까지 가는 걸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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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디노>의 배경
세우 디노(Sewu Dino)’란 자바어로 ‘1,000일의 저주라는 뜻을 가진 주술이다. 이 주술은 한번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저주의 대상이 된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1,000일 이내에 생명을 잃게 되는 악독한 것이다. 이 영화 속 이야기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주술의 특성상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제물을 바쳤을까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주술에는 공짜가 없다.

이 영화가 흥행을 일으킨 것은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역사상 모든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의 후광효과가 있다. 그 영화를 만든 MD 픽쳐스가 그 영화 원작자인 심플만(Simple Man)의 또 다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심플만은 @SimpleM81378523라는 계정명을 사용하는 트위터리언으로 트위터를 통해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다. <무용수마을~>도 그렇게 해서 완성된 콘텐츠다. 그는 <무용수마을~>이 영화화될 때 캐스팅에 일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본명이나 정체는 대중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Simple man의 인도네시아어오랑 스더르하나(orang sederhana)’는 보통사람, 촌놈 등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카르타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들이 주로 자바의 깊은 숲 속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자바 오지의 지역사회와 관련 무속에 정통하거나 경험해 본 사람이 것이라 추론하는 것 정도가 최선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끼모 스땀뿔(Kimo Stamboel) 감독은 24살이던 2004 <부니안(Bunian)>이라는 어설픈 공포영화로 영화계에 데뷔했는데 제대로 된 영화들은 40대에 막 접어들려 하던 2019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호러 게임 원작인 <드래드 아웃(Dread Out)>, 조코 안와르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흑마술 여왕(Ratu Ilmu Hitam)>, 2022년에는 MD 픽쳐스의 다누르 유니버스 스핀오프인 <이바나(Ivanna)>, 황혼 무렵 나와 노는 아이들을 납치해 가는 귀신 이야기 <자일랑꿍: 산데깔라(Jailangkung: Sandekala)> 등 그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모두 호러영화들이었고 그 중엔 상당히 흥행한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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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디노> 포스터들


스리 역의 여주인공 미카 땀바용(Kikha Tambayong)은 암본과 미나하사 피가 흐르는 1994년생 여배우로 2008 미인대회를 통해 인도네시아식 TV 드라마 시네트론에 데뷔했고 영화에는 2012년 첫 출연했다. 이후 줄곧 드라마 영화에만 얼굴을 비쳤지만 호러 전성시대로 들어서면서 호러영화에 발을 담그는 것을 그녀도 피할 수 없었다. 2019 <돌아온 사탄의 아이(Kembalinya Anak Iblis)>에 이어 이번 <세우 디노>는 그녀의 두 번째 호러영화 출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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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디노> 출연진들. 얼굴만 봐도 누가 악령 승아르투리가 빙의된 델라 역을 했을지 알 수 있다.

관람 전 사전지식
약간의 문화적 사전지식을 갖고 있다면 이 영화를 즐기는 데에 도움이 될 텐데 그 중 하나는 산뗏 저주술(Ilmu Santet)>에 대한 것이다.

산뗏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병에 걸리게 하기 위해 두꾼(dukun), 즉 무당을 통해 귀신의 힘을 빌어 저주를보내는것이다. 저주의 대상을 다치게 하거나 사업이 망하도록 하거나 회사나 공장에 불이 나게 하는 것 등도 모두 산뗏의 범주에 들어간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상대방에게 질병을 보내거나 몸 속에 사금파리나 못 같은 것들이 몸 속에 자리잡게 해 매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저주를 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막거나 저주를 풀어주는 두꾼도 있는 법이다. 산뗏을 맞았다는 사람 몸 안에 바늘 같은 금속체들이 잔뜩 들어있는 엑스레이 사진도 인터넷에 떠돌지만 그건 다 조작일 것 같다. 그렇게 확인되는 거라면 두꾼의 도움 없이도 외과수슬을 통해 제거할 수 있을 테니까.

산뗏을 풀어주는 두꾼들의 동영상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데 산뗏을 맞았다는 사람 몸에 플라스틱 파이프를 대고 두꾼이 입으로 빨아들이면 거기서 새빨갛게 녹슨 못들이 나오기도 하고, 몸 속의 사금파리들을 흡수한다며 피해의 몸에 문지르던 달걀을 깨면 거기서 바늘이 쏟아져 나오는 식이다. 필리핀 무당이 맨손으로 수술하는 것처럼 사기를 친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산뗏도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의 약해진, 그래서 뭔가에 의존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한 사기에 다름 아닐 것이라 사료된다.

귀신이 빙의되거나 괴질에 걸리는 건 그나마 실체가 있는 셈인데 가족이나 친척이 산뗏에 맞아 병에 걸렸다는 주변사람들 얘기를 필자도 몇 차례 들은 바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피부가 짓물러 썩어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세우 디노>에서도 그 점을 차용했다.

또 하나 알아 두면 도움되는 것이 자바의 5요일 시스템이다.
자바력은 1년이 354-355일이고 레기(legi), 빠힝(pahing), (pon), 와게(wage), 끌리원(kliwon), 이렇게 5요일이 반복된다. 지금은 양력의 7요일을 함께 사용하므로 자바의 전통사회나 무속에서는 레기의 화요일, 와게의 토요일…, 이런 식으로 요일을 칭한다. 그러니 5 곱하기 7 = 35일 마다 반복되는 요일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섯 번째 요일인 끌리원은 신령한 날이란 뜻이다. 신령하다(keramat)란 말은 사뭇 가치 중립적이다. 신들이 돌아다니는 날, 조상들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 악령들이 풀려나고 유령들이 배회하는 날, 즉 백귀야행, 수많은 귀신들이 떠도는 날이란 뜻이다. 귀신들이 살아 있는 인간들에게 유익할 리 없으니 끌리원은 음산하다는 뜻의앙꺼르(angker)’로 표현되는 경우가 더 많다.

끌리원이 양력의 금요일과 연결된 것은 금요일도 다섯 번째 요일이라는 점과 서양에서도 13일과 겹쳐진 금요일이 불길하다는 인식이 겹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말람 쥬맛 끌리원(Malam Jumat Keliwon), 즉 끌리원이 겹치는 금요일밤이 자바에서는 가장 불길한 날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금요일밤은 우리가 아는 금요일 밤이 아니다.
자바의 하루는 해가 지면서 시작한다. 즉 해가 지고 나서 다음 날 떠오른 해가 다시 지면 하루가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요일 밤은 우리가 아는 불타는 금요일 밤이 아니라 자바식 하루가 시작되는, 즉 목요일 해가 질 때부터 시작하는 시간, 즉 우리의 목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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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 디노>에 등장하는끌리원의 아이들이란 뜻은 결국신령한 날에 태어난 아이들이란 뜻이다. 아무래도영적 능력이 남들보다 발달한 사람이란 전제를 담는다.

이슬람 색채가 완전히 빠진 공포영화
<세우 디노>는 기본적으로 서로 원한 깊은 산뗏 저주를 쏘아 보내며 싸우는 앗모조(Atmojo)와 꾼쪼로(Kuncoro) 두 가문의 싸움에 휘말린 세 여인의 이야기다. 모두 끌리원 요일에 태어난 여성들이다.

영화의 현재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2002년이다. 영화의 현재를 수십 년 전 과거로 잡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보아온 현대 인도네시아 공포영화의 트랜드 중 하나다.

앗모조(Atmojo) 가문엔 이젠 가주 까르소(Karso) 부인과 그녀의 손녀 델라(Della)만 남은 상황. 하지만 까르소 부인은 얼굴과 온몸을 뒤덮은 욕창으로 몸이 썩어 들어가고 델라는 악령에게 몸을 빼앗겼다.

 

델라의 몸을 차지한 승아르뚜리 (Sengartuirih)라는 악령의 기운을 제대로 잠재우지 못하면 델라의 시중을 들며 매일 제령의식을 행하는 여인들이 잔혹한 죽음을 당할 위기에 빠진다. 그래서 앗모조 가문에서는 매일 가사도우미를 찾는다는 기사를 내고서 델라의 시중을 들 끌리원의 아이들을 비싼 급여를 미끼로 수시로 조달하고 있다. 그렇게 죽음을 당하는 끌리원의 여성들이 어쩌면 앗모조 가문이 산뗏 저주 방어를 위해 걸어 놓은 또 다른 주술에 바쳐지는 제물들이다.

1,000
일이 되도록 제령을 하지 못하면 델라는 죽고 앗모조 가문은 멸문을 면치 못한다. 이를 막기 위해 바 따민(Mbah Tamin) 즉 따민 도사라 불리는 두꾼이 돕고 있지만 꾼쪼로 가문이 저주는 가히 압도적이다.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던 스리(미카 땀바용 분)가 델라의 시중을 드는 마지막 끌리원 여성들의 팀에 합류해 숲 속 외딴 집에 도착한 것은 1,000일을 나흘 남긴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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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란다(Keranda)에 누운 델라


델라가 누워 있는 곳은 일반 침상이 아니라 끄란다(Keranda)라고 하는 것인데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묘지로 옮길 때 사용하는 들것 같은 것이어서 위의 포스터에서 보는 것처럼 운반용 손잡이도 달려 있고 덮개를 덮어 그 안의 시신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아직 살아 있는 델라를 굳이 죽은 자의 자리인 끄란다에 눕힌 것도 은유와 상징을 중시하는 자바 주술의 상징적 의미를 담은 것이다.

악령 승아르뚜리에게 몸을 뺏긴 델라의 영혼은 현세와는 모든 것이 완전히 뒤집힌 대칭 속의 다른 세계에서 키를 넘는 갈대숲을 한참 가로질러야 나오는 외딴 집에 갇혀 있고 어쩐 일인지 그녀와 연결된 스리가 꿈 속에서 그 집에 다가갈수록 자바 전통 복장을 한 한 남자가 그녀를 죽일 듯 달려들어 목숨의 위험을 느끼며 소스라치게 깨곤 한다. 그 남자는 앗모조 가문에 세우디노 주술로 저주를 건 꾼쪼로 가문의 주술사 삽도 꾼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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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뒤에 나타난 악령 승아르뚜리

여기 등장하는 악령 승아르뚜리는 대체로 국적불명이다. 위의 사진에 흐릿하게 보이는 것처럼 상반신이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형태의 귀신은 필자가 그간 조사해본 인도네시아 귀신 중엔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등기소 실수일까?

 

아무튼 인도네시아엔 몸에서 떨어져 나온 머리통이 내장을 주렁주렁 매달고 날아다니는 꾸양(kuyang), 빨라식(palasaik), 레약(Leak), 뽀뽀(Popok) 같은 놈들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자바섬엔 발붙이지 못했고 잘린 상반신이 날아다니는 귀신은 필리핀의 마나낭갈(Manananggal)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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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머리통 귀신 크라슈(왼쪽)과 필리핀의 상반신 귀신 마나낭갈

최근 호러영화의 추세는 스토리 전개나 특정 인물의 과거사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배경이나 숄랏 기도장면을 넣거나 우스탓 같은 이슬람 교사를 퇴마사로 등장시키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세우 디노>는 그런 부질없는 부분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주술과 악령에만 초점을 맞췄다.

심지어 2022년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던 <무용수마을~>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에서도 숄랏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귀신이며 이슬람식 장례규범에 따라 염습한 시신인 뽀쫑(Pocong)조차 이 영화엔 등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세우 디노>는 좀 더 자바적()인 원초적 무속과 주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 <컨져링>, <이블데드 라이즈>, <인시디어스>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충분히 인도네시아식으로 소화해낸 오리지널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 설정이 별로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점, 앗모조 가문과 꾼쪼로 가문의 산뗏 저주 전쟁이 어떻게 시작해 진행되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에 약간 불편하지만 MD 픽쳐스 영화들이 다 그렇듯 영어 자막이 달려 있어 외국인도 문화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외국인들에게 그럴 진데 인도네시아인들에겐 훨씬 더 임팩트가 클 듯하다. 그래서 누적관객수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 같다.

내 점수는 85.
가장 원초적인 자바의 무속 이슬람 신앙과 대충 섞어버리지 않은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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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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