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조직은 ‘당신’이 아니다!... 동일시했다간 늪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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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당신’이 아니다!.. 동일시했다간 늪에 빠져
백세현/ 경영컨설턴트
대부분은 자신이 일하는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유명한 조직에서 일을 해야 한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곳일수록 좋다. 글로벌 기업이든 정부기관이든 인상적인 이름의 조직에서 일해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당연한 것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그룹이 중요해서다. 아마도 사람의 본능일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존재감, 개성을 추구하는 이도 있지만 속한 그룹의 아이덴티티가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가령 본인은 월급을 많이 받든 적게 받든 자신이 소속된 곳이 유명한 곳이면 그 그룹의 명성은 자신의 명성이라고 생각한다. 이 조직에서 나오는 순간 마치 자신의 가치가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아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욱 목매게 된다.
서서히 뜨거워져가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 마냥 자신도 모르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해가는 자신을 못 보고 나락으로 빠져든다. 조직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았고 그 조직의 가치가 곧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하며 만족한다면 그것도 물론 훌륭하다.
그렇지만 본인이 소속한 조직이 곧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아님은 늘 기억해야 한다.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당신의 아이덴티티가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아이덴티티가 아님을 깨닫게 될 때에는 이미 많은 기회비용을 놓친 후다. 당신이 크고 유명한 조직에서 일한다고 해서 곧 당신이 유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당신 스스로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조직에서 몸부림 칠 수밖에 없다. 사실 나갈 수밖에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신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소속을 밝힐 때 사람들의 호의적인 반응도 사회적 지위와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및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손에서 놓기 두려워서다. 어차피 이 조직에서 버티고 버텨도 나갈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대우가 사실 당신이라는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소속된 조직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자신이 소속된 조직과 자신이 잘 분리가 안된다면 샤워할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된다. 주로 당신만이 보게 되는 그 모습. 멋있어 보이는 양복이나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자신의 모습. 사회적 지위를 표시할 게 없는 나체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조직 때문에 얻은 정체성이 아닌 자신만의 정체성을 바라보라. 훗날 소속을 떠난 자신의 맨 몸뚱아리가 보일 것이고 이제까지 누려온 소속의 후광효과는 신기루에 불과하고 자신이 갖는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가 보일 것이다.
후광효과를 빨리 떨쳐내야 한다
한국 유명한 대기업에 다니던 김 차장은 잘나가고 있었다. 초고속 승진에 주변에서도 인정받고 있었다. 장래에 임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수년간 그는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어디를 가든 대우를 받았고 어디를 가든 행세를 할 수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곧 그만큼 유능하고 대단한 사람인 것으로 착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만약 자신의 소속 기업명을 밝히지 않아도 사람들이 과연 그를 인정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이름을 팔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아닌 조직의 유명세로 살아가는 것인데 혼자 대단한 사람인 양 착각했다는 것이다.
그가 두렵지만 돌연 사표를 던진 이유다. 대기업에서 배운 경험들이나 인맥이 유의미했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처럼 본인도 언제까지나 조직의 후광효과를 자신의 가치로 착각해서도 안되고 스스로를 기만해서도 안된다 싶었다. 청춘을 조직 위해 다 희생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돌아본 자신은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
그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보다는 후광효과에 빠져지내는 자신의 모습에 염증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 스스로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치를 구현한 게 사실상 없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홀로 선다는 것이 외롭고 불안했지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잘나가던 대기업을 뒤로 하고 퇴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창업을 하니 너무 힘들었다. 하루는 왜 그 좋은 회사를 퇴사했을까 자책도 많이 하며 후회감이 몰려왔다고 한다. 어디 가서 늘 원래 어디에서 일했었는지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자신을 느꼈다. 혹시라도 남들이 자신을 홀대할까 두려웠다. 자신이 한때 유명 조직에서 잘나갔다는 것을 밝혀야만 하는 것은 결국 그만큼 전 직장에 의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영광, 정확히는 과거 자신이 일했던 조직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어차피 내 가치로 일군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과거의 영광 속에 사는 이는 어쩌면 미래에 일궈나갈 영광은 없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계속해서 도전해가며 고생한지 7년, 여전히 쉽지 않다. 직원 수도 꽤 늘고 한동안은 잘 돼가는 것 같던 사업이었는데 최근 어려움이 겹쳐 직원 수도 줄여야 했고 아직 헤매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스스로 일궈 나가는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적어도 정년퇴직은 없으니 말이다.
수동적으로 일하는데 익숙해진 것이 곧 성장은 아니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우리는 자칫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쉽다. 어느 날부턴가 상사와 다퉈가며 의미 있는 가치를 구현하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고 기분 맞추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조차 든다. 튀어나온 못은 두들겨 맞는다는 말처럼 너무 튀는 것보다는 적당히 묻혀 지내는 것도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여러모로 고민거리가 덜 한 것 같다. 즉 스스로 생각을 안 해도 되고 그냥 대충 지내도 되기 때문이다. 잔머리는 날로 늘어가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만 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조직을 떠나야만 할 시기가 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너무 늦었다. 스스로 무엇인가가 기획하고 도전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더 두렵고 낙하산을 얼굴에 던지면서 ‘뛰어내려!’라고 하지 않는 한 최대한 버티려고 한다.
60대가 되면 손자 손녀나 집에서 돌보라고?
최근 들어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명도 길어지고 예전처럼 간신히 정년에 도달한 후 퇴직 후 손자 손녀나 돌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알리바바의 유명한 창업자 ‘마윈’은 40대에서 50대에는 새로운 것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고 60대가 되면 퇴직 후 자손들이나 돌보라고 얘기를 한다. 마윈의 말은 틀렸다. 시대착오적 이야기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영양 상태도 좋아지고 일할 수 있는 연령도 그만큼 연장됐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살아가기만을 고집할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매번 어느 조직에 고용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왕년에 잘 나간 사람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면 할수록 더욱 현실이 참담하기만 하다. 자신의 수명을 100세로 잡고 당신이 몇 살이든 상관하지 말고 인생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창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도
단,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여기저기서 창업 권하는 얘기들이 많이 들려오면 소셜미디어에 흔히 올라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렇게 창업 강조하는 당신은 왜 정부 혹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느냐고 비판하는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부터 남의 일을 그만해주고 창업하라는 비아냥도 그래서 나온다. 장관이나 차관이 TV에 나와 ‘창업하십시오’하고 권하면 창업 그렇게 좋으면 당신부터 당장 장관직 차관직 그만두고 창업하지 그러냐고 지적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고용되어 일하는 이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이 창업했느냐 안 했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자신은 정말 평생 남을 위해서만 일하다 갈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믿는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도전해 볼 것인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일정 시기 남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선택해서 가고 싶은 길이 있을 수 있는데 남의 심부름해주는 것으로만 삶을 마감하기에는 아깝지 않으냐는 것이다. 결국 당신은 그 조직에 남아있고 싶어도 떠나야만 할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본인이 구현하고 싶은 가치가 있거나 죽기 전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창업은 더 이상 남의 얘기는 아니다.
전혀 준비 안 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퇴사하여 어쩔 수 없이 하는 창업이야말로 더 위험하고 불안한 것이다. 생계형 창업이냐 혁신형 창업이냐를 따지는 생계형 창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창업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멋져 보이려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남의 일 해주는 게 더럽고 치사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의 것을 해나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치를 구현하고 싶은지 자문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업의 성공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을 위한 창업보다는 가치를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면 본인에게도 좋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것이리라. 그래서 오늘 당신은 자문을 해야 한다. 나는 언제 자립할 것인가를 말이다.
조직이라는 생명체는 결국 당신을 뱉어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면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영어로 Separation anxiety(격리불안)라고 부른다. 함께 있을 때는 안도감을 느낀다. 이를 contact comfort(접촉 위안)라고 부른다. 어쩌면 단순히 어머니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은 본능적으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간혹 자신을 거대한 종교나 정당과 동일시하기도 하고 잘못된 범죄조직에 몸담고 권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을 조직이라는 거대한 생명체를 활용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더 머물고 싶어 해도 결국 그 생명체는 당신을 뱉어낼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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