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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투자거절 당하면 내 사업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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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980회 작성일 201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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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거절 당하면 내 사업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백세현 대표 /Pigmalion Global
 
 
한 스타트업에서 연락이 왔다. 기가 막히게 좋은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해 나가고 있는 중인데 국내 투자도 좋지만 해외에서 꼭 투자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도와달라고 하면서 60개 슬라이드가 넘는 피치덱을 보내왔다. 슬라이드1장부터 55장까지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소개서 및 야심 찬 계획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주로 어떤 사업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와 얼마나 대단한 사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만 있고 정작 어떻게 사업을 전개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 설명이 부족하고(즉 수익모델이 뭔지를 잘 모르겠고) 어떻게 향후 사업을 전개하여 어떻게 수익을 극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그리고 매출만 적혀있을 뿐 수익률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2023년까지 매출 예상이 적혀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는 건지를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었다. 꿈을 크게 꾸는 것은 물론 멋진 일이지만 어떤 요소들로 인해 그만큼 큰 매출이 예상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래서 해당 기업에 연락을 취하여 물어보았다. 먼저 해외 진출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 현지 기업이 정말 현지에서 잘 나가는 회사가 맞는지 그리고 어떻게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서는 그 해당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이들에 따르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즉 현지 대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현지 시장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는 플랫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잘 모르는 이들이 이 피치덱에 나온 대로 봤다면 대단하다고 착각했을텐데 현지에 파트너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니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 스타트업에게 몇 가지 조언을 준 후 다시 피치덱을 받아보았다. 자신들의 피치덱은 너무 좋은데 투자사들이 정말 좋은 사업 아이템의 진가를 잘 몰라주는 것 같다고 애석해 한다. 수정을 요청해도 더 이상 수정을 할 수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받아본 흡족하지 못한 피치덱을 갖고 해외 투자사 몇 군데 연락해보자 응답이 곧바로 왔다. 먼저 아이템이 너무 흔하다는 것, 주요 경쟁사들이 이미 시장에 진출하여 크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를 타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전혀 안 보인다는 점, 후발 주자로 나서게 된 이유와 현재 매출이 정확히 어떤 아이템에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 영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기존 해당 분야 타 기업들과 특별한 차별점이 안 보여 어떻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전반적으로 매우 열정이 넘쳐 보이고 에너지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할 만한 요소들이 너무 추상적이고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미 수많은 피치덱을 봐와서 해외 투자사들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을 줄 알고는 있었지만 해당 스타트업에게 투자사들의 피드백을 직접 들려주고 싶어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그러자 해당 스타트업은 매우 기분 나빠하면서 우리 사업이 얼마나 좋은데 그 진가를 몰라주냐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희들이 우리의 뛰어난 사업을 못 알아보는구나. 정말 대단한 사업이 될 건데 그걸 못 알아보냐’는 식이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을 다시 되뇌일 수밖에 없었다.
 
즉 해외 투자사든 국내 투자사든 거절을 당했다고 해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착각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해외 투자사가 거절을 한 이유를 잘 보면 사업 자체가 돈을 못 벌 것 같다고 했다기 보다는 자기들과 핏(fit) 즉 궁합이 안 맞는다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투자를 거절 당하면 투자가들이 자기들의 사업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여기는 점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도 돈을 잘 못 벌 것 같다고 보고 거절하는 경우가 허다하기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해외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방향이 안 맞거나 수익을 낸다 하더라도 그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보이지 않거나 혹은 수익률이 낮아 매출 자체는 아무리 커도 별로 매력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그럭저럭 사업은 운영이 되겠지만 투자사들 입장에서 봤을 때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보이지도 않고 금세 경쟁사들에게 따라 잡힐 것으로 보이고 하여 크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그 사업이 망할 사업이라고 본다거나 혹은 별 볼 일 없어 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기에 투자사들로부터 거절당한 것이 곧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오해할 필요가 없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해외투자를 받기는 하였지만 해당 투자사가 후회한 경우도 많다. 급히 추진하여 투자를 하기는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무리 봐도 너무 성급한 투자를 한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안타까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나쁘게 얘기할 수도 없다. 몇십억 몇백억을 투자한 회사니까 무조건 그 회사를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게 보았다. 도리어 그 회사가 매우 좋은 회사이자 가치가 높은 회사인 것으로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투자해놓고 환장하겠다는 이들을 만난 적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사들이 거절하였다고 하여 곧 자신의 사업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오해하고 속단하고 낙담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자신의 사업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지적이 모두 다 틀린 것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을 건실하게 키워나가면서 자신과 맞는 투자사들을 만나게 되면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기 때문에 정말 자신 있고 시장이 보이고 수익이 보이는 사업이 맞다면 투자사들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인해 너무 상처 받거나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정말로 잘못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비판이나 지적을 안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여 자신의 사업성에 대해 실망할 필요도 없다. 막연한 망상이 아니라면 신념대로 밀어부치는 자세도 필요하다. 투자사들은 얼마나 빨리 돈을 회수할 수 있고 이익을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이 곧 해당 스타트업이 실패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도 자력으로 훌륭한 트랙션과 매출을 일구어낸 경우가 많고 이를 통해 회사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몸집이 이미 커진 상태에서 투자를 받아 성공한 예들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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