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한 시대를 접으며: 끄망 악사라 서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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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접으며: 끄망 악사라 서점 이야기
배동선 작가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악사라 서점은 끄망 지역에서 가장 오래 존속했던 도서 매장이다.
(JP/Christhalia Wiloto)
2020년 12월 악사라 서점의 첫 번째 지점이자 가장 주축을 이루었던 끄망점의 폐업은 자카르타의 모든 창의성이 집결되는 중요한 지역으로 떠오른 끄망 거리에서 한 시대가 끝났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사업가이자 도서 애호가인 빈프레드 후타바랏(Winfred Hutabarat)이 동료 사업가 다피 조한(Davy Djohan) 그리고 락스미 빠문짝(Laksmi Pamuntjak)과 함께 2001년 문을 연 악사라의 스타일리쉬하고 아늑한 끄망 지점은 많은 이들이 서적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하던 보금자리였다. 미국유학 중 자신이 보았던 창작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서로 교류하던 서점들에 감명받은 후타바랏은 30대 초반에 유학에서 돌아와 이 서점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서점이란 책을 사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사실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는 2001년 템포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던 그의 아이디어가 적중했다. 악사라는 아직 ‘라이프스타일’이 마케팅의 주요 관건을 이루는 용어가 되기 아직 오래 전이던 당시 악사라 서점을 진보적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이 되었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문화적, 창의적 취향 형성에 적잖게 기여했다.
이제 악사라 끄망점의 폐업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시각예술인 안드라 스메스타(Andra Semesta)는 그곳을 자신의 ‘문학과 음악 그리고 예술세계에 대한 지식의 지평을 넓혀 준 곳’이라고 묘사한다.
마지막 몇 년 간
악사라는 나중엔 책뿐만 아니라 티셔츠나 복고풍 수집용 상품 같은 기호제품들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여러 커뮤니티를 통합하는 방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버텨내기 위해 2018년에는 문화 우호적 커뮤니티를 강력하게 지원하는 키노사우르스(Kinosaurus) 소형극장과 가나라 아트 스페이스(Ganara Art Space) 등을 확장한 공간에 세입자로 들인 것이다.
새롭게 단장한 공간엔 신선한 활력이 일어났고 새 레코드 가게, 사진관, 일본 레스토랑 등 세입자들의 구성도 다양해졌다. 또한 도서 부문도 강화하기 위해 악사라는 로컬 출판사인 포스트 산타(POST Santa)와 함께 파트너를 방문했다.
“그간 진행한 재정비가 도서 판매상황 개선에 크게 기여해 도서 선택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마련된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숫자도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아딘다 “딘다” 시마준탁 이사는 2002년부터 악사라와 함께 하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공간엔 신선한 활력이 일어났고 새 레코드 가게, 사진관, 일본 레스토랑 등 세입자들의 구성도 다양해졌다. 또한 도서 부문도 강화하기 위해 악사라는 로컬 출판사인 포스트 산타(POST Santa)와 함께 파트너를 방문했다.
“그간 진행한 재정비가 도서 판매상황 개선에 크게 기여해 도서 선택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마련된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숫자도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아딘다 “딘다” 시마준탁 이사는 2002년부터 악사라와 함께 하고 있다.
악사라 서점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곳에서 신곡 발표회가 많이 열렸다. 사진은 2010-2011년 사이 악사라 서점에서 열린 신곡 발표회 장면 (Aksara archive)
“우린 그렇게 2001-2007 당시의 원래 악사라 끄망점의 컨셉으로 완전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창작 커뮤니티들을 서로 어울리고 연계하는 현장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 시점에서 악사라는 건물의 소유권을 스스로를 미래지향적 브랜드들의 라이프스타일 그룹이라 자칭하는 3000그룹에게 양도하고 스스로는 건물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 세입자가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찾아왔다. 악사라는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팔 수밖에 없게 되었고 서점 컨셉의 기반이 흔들렸다. 온라인 판매는 악사라의 강점을 살릴 수 없는 환경이었고 열악한 판매실적이 그들을 내몰았다. 그런 상황을 전하는 딘다의 목소리에 형용하기 어려운 회한이 묻어났다.
악사라의 전 음악이사였던 아닌 싯다르타(Hanin Sidharta)는 서점의 존재가치가 점점 사라져가던 상황에서 매출과 임대수입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졌음을 시인했다. “예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죠. 이젠 온라인으로 물건 사는 것이 더 편한 시절이 되었습니다.”
과거 여러가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던 싯다르타는 당시를 회상하면 그때는 사업의 성격을 구축하는 시절이었다고 한다. “악사라 끄망점은 음악과 소매업이라는 두 측면에서의 내 커리어를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은 내겐 학교 같은 곳이었고 라이프스타일 부분에 대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곳을 배운 곳입니다.”
커뮤니티 구축과 문화 형성
악사라가 문을 열 당시는 타임 북스토어나 QB 월드 같은 영문원서 서점들이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때였다. 악사라는 창작 커뮤니티들이 워크샵이나 회합을 갖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주류 도서들의 범주를 벗어난 수입서적들과 같은 틈새 수요에도 부응했다.
“악사라 끄망점이 문을 열던 2001년만 해도 지금은 흔한 서점들과 전문서적 소매점들이 많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딘다는 그렇게 회상했다. 당시 악사라 서점은 창작 커뮤니티들을 지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마케팅 전략을 통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끄망점의 성공에 힘입어 악사라 서점은 확장을 거듭했다.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악사라는 찔란닥 타운스퀘어(치토스), 퍼시픽 플레이스, 플라자인도네시아 eX몰 등에 지점을 열었고 브랜드의 명성과 그 영향력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나 몰에 입점한 지점들은 2018년 모두 철수했다.
현재 끄망 컴파운드 뒷편에 위치한 라라 레코드점. 지난 2년간 입점해 있다. 그 이전에는 악사라가 2002년부터 2010년대까지 직접 음악 부분을 운영했고 꽤 유명한 곳이었다. 모니카 매직 비닐(Monka Magic Vinyl)이 2010~2018년까지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Dylan Amirio/Dylan Amirio)
악사라의 이미지를 구축해준 커뮤니티들 중 하나는 음악 팬들이었다. 이 특정분야를 다핏 따리간(David Tarigan)이 주도해 주었는데 당시 모호하기만 하던 국제적인 독립밴드들로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꼭 인기가 좋을 필요는 없었던 복고품 연극들에 이르기까지 악사라의 콜렉션은 그 지평이 넒어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던 그 시절은 정말 행복했죠. 거기선 늘 뭔가 일이 벌어졌어요, 그 일이란 사람들과의 대화일 수도 있고 가게에 진열할 레코드들을 채워넣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따리간은 그렇게 회상했다.
가게를 자주 찾아오던 수집광들의 커뮤니티는 나중에 밴드들을 결성했고 그들의 레코드들이 따리간과 하닌이 2004년 설립한 악사라 레코드(Aksara Records)를 통해 제작되어 발매되기도 했다. 이 음반사가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장 큰 첫 번째 ‘인디 레이블(indie label)”이 되었고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연주자들을 주류 매체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다. 소레(Sore)나 아담스(The Adams)같은 악사라 밴드들이 영화나 콘서트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연주는 2000년 중후반 젊은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겨 듣는 주류 음악의 반열에 올랐다. “어떤 지점에서 우리들이 가진 ‘인디적인 성격’과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믿었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죠. 휼륭한 음악이란 어떤 경우에도 역시 훌륭한 음악이니까요.”
악사라 서점이 지난 20년간 있었던 곳이 이제 텅텅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건물주인 3000 그룹은 이곳을 레노베이션하여 활기차고 전향적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Dylan Amirio/Dylan Amirio)
현재
악사라 끄망점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악사라 자체가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악사라는 지난 12월 악사라는 역시 끄망에 위치한 디알로그 아트스페이스(Dia.Lo.Gue artspace)와 협업계약을 맺었다. 디알로그는 내부에 서점과 수집용품 매장, 까페 등을 운영하며 코로나 전까지는 각종 전시회를 열곤 했다.
“현재 우린 물리적 존재를 유지하면서 단지 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과 지역사회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컨셉으로 관련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악사라는 그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을 열 것이고 그렇게 목적에 충실한 곳이 될 것입니다.” 딘다는 악사라가 이번 디알로그와의 협업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여러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린 물리적 존재를 유지하면서 단지 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과 지역사회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컨셉으로 관련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악사라는 그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을 열 것이고 그렇게 목적에 충실한 곳이 될 것입니다.” 딘다는 악사라가 이번 디알로그와의 협업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여러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악사라 서점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DYLAN AMIRIO -2021년 1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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