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왕과 사는 남자>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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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관람 후기
배동선

4월 8일(수)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를 4월 9일(목) 저녁 시간에
보았다.한국에서 개봉하고 나서 달포 후에나 인도네시아에서 상영을 시작해 그 사이 무수히 많은 후기와 영화 분석이 나왔으니 내가 딱히 덧붙일
평론은 없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느낌, 현지인 반응, 산업적인 평가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전작이나 원작을 알거나 신드롬을 일으키는 영화평을 인지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영화 감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 더 분명히 말하자면 '해악'이 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악의 핸디캡을 뚫고 울림을
주는 영화라면 단연 좋은 영화라고 하겠다. <왕과 사는 남자>가
그런 류의 영화다.

▲단종/노산군 역의 박지훈 배우
광천골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은 이미 대배우의 배열이고 다수의 전작에서 스스로를 수없이 증명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관객들에게는 그의 마스크 때문에 크게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배우들 사이에서는 그의 무게감이
실로 대단할 텐데, 그런 배열의 연기자들 여러 명(한명회의
역의 유지태, 윤노인 역의 오달수, 영월 부사 역의 장이수
등) 앞에서 혼신의 열연을 해 영화의 혼을 살린 박지훈 배우에게 우선 큰 박수를 보낸다.
포스터에서 본 그는 몸보다 큰 곤룡포를 어색하게 입은 어리숙한 어린 왕이었지만 이 영화는 그가 두려움 속에서
자신이 필연적으로 가진 존재의 무게를 애써 증명한 진정한 군주였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줬다.
상궁 매화 역의 전미도 배우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에 대한 호평이 그저 립서비스가 아니었음을
새삼 느낀 것은 단종에 대한 그녀의 연민, 사랑, 충정이
스크린에서 절절히 비쳐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킬포는 휘몰아치는 잔혹한 역사와 당시 순박한 시골사람들이 삶과 죽음에 대한 소박하고도 진실한 태도에만 있지 않고 보다 큰
방점이 '파국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갖는 진심과 연민' 그리고 '파국 이후를 받아들이는 엄흥도의 우리의 마음'에 있다.
영화가 끝날 즈음 난 어느새 엄흥도에게 완전히 감정이입하고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실록에 남은 그의 이름이 담긴 한 줄의 기록이 영화 전체 못지 않는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국인이라면 영화 막판에 진행된 일련의 시퀀스에 무너지지 않을 이가 없었다.
준비해 간 손수건과 스타벅스에서 가져온 여러장의 티슈들만으로 자칫 충분치 않을 뻔했다. 그래서
조만간 혼자 가서 다시 찬찬히 보고싶은 영화. 한국에서 1600만
관객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듯했다.
벨라테라 CGV
끌라빠가딩의 Bella Terra에 있는 CGV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은 거기 영화티켓이 가장 싸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싼 것 맞는데 평일 2D가 29,000루피아. 그렇게
싼 이유는 거기 CGV 시설은 다른 곳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지만
Bella Terra 몰 자체가 완전히 망해, 해가 지면 귀신이 나타날 정도로 스산해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극장과 엘리베이터로 곧장 이어지는 주차건물에 주차해 오후 6시면 벌써 어두컴컴한 몰을 걸어나올 필요가 없었다.
MOI몰에 있는 Flix 영화관은 8일 개봉하던
날만 해도 막방이 오후 6시였는데 막상 아이들을 불러온 9일은 6시 타임이 없어지고 저녁 8시30분이어서
다음날 수업이 있는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늦은 타임이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Cinema XXI이 가장 가까운 아르타가딩 몰에서는 이 영화를 틀지 않고 조금 먼 끌라빠가딩 수마레콘 몰에서는 6시50분. 티켓당 5만 루피아(여긴 MOI보다 60%, 다른 CInem XXI보다
25% 정도 비싸다).
가장 극장이 많은 Cinema XXI은 자카르타에서 달랑 2개 관에서만 이 영화를 상영해
그나마 끌라빠가딩 몰에서 한다는 것이 다행인데 아마도 이 지역이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 같다.

▲자카르타에서는 달랑 두 개 관에서만 <왕과 사는 남자>를 상영하는 Cinema XXI 상영관 체인
Cinema XXI의 또 다른 자카르타 상영관은 롯데쇼핑몰. 결국 Cinema XXI의 입장은 '옛다,
너희 한국인들이나 이 영화 봐라', 뭐 이런 것 같다.
CGV는 거의 모든 상영관에서 <왕과 사는 남자>를
상영하고 있어 가까운 CGV는 아무래도 꺼려지는 벨라테라가 6시15분, 그나마 조금 나은 쯤빠까뿌띠의 트랜스마트점은 6시반과 8시반.
그런데 6시반
타임은 티켓 가격이 3-4배 비싼 stella studio 상영. 그렇게 시간을 배정한 사고의 메커니즘이 대략 이해가 되는데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러 올 것이고
그건 저녁시간대인 6시 전후가 가장 많을 테니 그걸 비싼 stella
스튜디오에 배정해도 한국인들은 그 돈을 내고라도 와서 볼 것이란 생각이 작용한 것 같다.
난 벨라테라의 CGV를 선택했다. 그곳은 앞서
말한 것처럼 망한 몰이므로 유동인구가 있을 리 없어 거기 영화를 보러 오는 이들은 정말로 그 영화를 보겠다는 목적만으로 유령이 들끓는 저녁시간에
그 컴컴한 몰에 찾아온 사람들이다.
6시 15분 타임에 벨라테라 CGV의 해당 스튜디오에는
대략 30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다. 보아하니 한국인 관객은
나 혼자.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엊그제 확인해본 Cinepoint 관객정보에 따르면 상영 회차 당 평균 관객이 9.5명이었으니까. 좀 더 강한 마케팅과 전략적인 상영관 배정, 상영시간 배정이 뒷받침해
줘야 할 텐데 가장 많은 상영관을 가진 Cinema XXI은 최소 상영관만 배정한 상태이고 이 영화의
수입 배급사는 싱가포르 Purple Plan을 경유한
Cinepolis 상영관 체인의 FEAT pictures. 보다 관심을 두고 긴밀한 움직임이
가능할까?
일단 개봉 2일차 <왕과 사는 남자>와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관객 상황을 비교했다.
- <프로젝트 헤일 메리> 관객 85,073명, 4,880회 상영 상영 회차 당 평균 관객 약 17.4명. 이는 첫날 3,562회를 상영한 것에 비해 둘째 날에는 불과 37% 정도의 상영횟수를 보인 것.
- <왕과 사는 남자> 관객 16,363명 863회 상영하지만 이는 전날 수치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이어서 위의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경우처럼 37%만
상영되었다고 보면 1,182회로 봄), 상영 회차 당 평균
관객 약 14명.
즉, Cinema XXI에서 상영관을 늘려 준다면 관객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프로젝트 헤일 메리>에게 스크린 대부분을 뻿긴 것이 크다.

▲Cinema XXI의 <프로젝트 헤일 메리> 상영 상황
참고로 Cinema XXI은 <프로젝트
헤일 메리>를 전국 56개 도시에서 상영 중이며 자카르타에서만 6개 상영관을 배정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100개 넘는 상영관을 배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반면 <왕과 사는 남자>는
13개 도시에서 상영 중이며 자카르타에서는 달랑 두 개의 상영관이 배정되었다.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주말까지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이지 않는 한 <왕과 사는 남자>의 스크린 배정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관객 반응
영화 초반의 웃음 포인트 장면들은 대부분 다 성공적으로 관객들을 웃겼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영화의 경우 노골적으로 간지럽히는 B급 유머에도 빵빵 터지는 반면 <왕과 사는 남자>의 은근한 유머, 알고보니 유머 등의 포인트에서 웃음소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감격이 격해질 만한 포인트에서는 한국인들만큼의 반응이 나오진 않았다. 우는 사람이
없진 않았으나 영화 후반 10분가량 한국인들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장면이 마치 조지 포먼이
좌우 스트레이트를 연달아 터트리듯 이어지는 대목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대략 그 10분의 1쯤 되었던 것 같다. 30명의 현지인 관객들을 미처 다 돌아보지
못했는지 영화가 끝나고 스튜디오를 나갈 때 눈이 퉁퉁 부은 사람은 없었다.
난 이게 공감하지 못하는 외국의 영화에 대한 감정이입의 부족, 그리고 <7번방의 선물> 리메이크의 성공요소였던 인도네시아인들을
울리는 한국식 신파의 부족 때문이었다고 본다. 이 문제는 둘 다 현지 시장에서 해결방법이 없다. 감정선이 서로 틀린 것인데 그걸 고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북미와
영국, 대만 등에서 성인남성들을 울렸던 어떤 요소가 인도네시아인들에게는 그렇게 확 먹히지 않았다는 느낌적
느낌이다.
아직은 많은 리뷰가 나올 만한 시점은 아니지만 일주일 전쯤부터 '유료 시사회'라는 제목으로 사전 공개된 바도 있고 영화를 막 보고 나온 사람들의 리뷰도 있어 그중 일부를 여기 소개한다.
수입영화들은 대개 수요일이나 금요일에 현지
개봉하는데 상영관 측에서는 주말까지 관객 추이를 지켜본 후 상영관을 더 추가할지, 조기 종영할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결국 내주 초 Cinema XXI의 이 영화에 대한 상영관 배정상황을 보면 <왕과 사는 남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충분히 선전할 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비록 Cinepoint의 관객집계가 아주 정확한 것이 아니고, <프로젝트 헤일 메리>에 비해 인도네시아인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의 영화도 아니지만 첫날 1만 관객 이상이 든 것은 사실 인도네시아에서 상영하는 한국영화로서는
나쁜 성적이라 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 2026년 '시가렛 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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