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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영화] 인도네시아 호러영화 <건설현장 인신공양 (Tumbal Proyek)>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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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4회 작성일 202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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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호러영화 <건설현장 인신공양 (Tumbal Proyek)> 관람 후기

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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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인 시체들을 강조한 <건설현장 인신공양> 포스터


옛날부터 댐이나 교량 같은 대규모 토목공사 또는 빌딩이나 주택단지 같은 대규모 건축을 할 때 고사를 지내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제물을 바쳐 그 건축물 밑에 깔아 놓아야 액땜을 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는 얘기가 한국에도 있었다. <Tumbal Proyek>은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인도네시아 호러영화다. 제목 그대로 번역하자면 <건설 프로젝트의 제물>이다.


그래서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인간 제물이라기엔 너무 과도하게 많은 수를 죽이고 있어 거기서 아버지를 희생당한 주인공 남매가 현장에 취직해서 진상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대략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을만한 일들이 벌어진다.


직원 아파트로 이사한 후부터 뜬금없이 남매의 어머니가 피해자들의 원혼에 빙의되고 여동생은 너무나 쉽게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잡혀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고 오빠는 정의롭게 나가다가 뜬금없이 흑화되어 악당 거물로 거듭나고, 뜬금없이 배다른 동생이 나타나며 죽은 아버지의 불륜이 드러나고…. 사람들의 탐욕, 불륜, 빙의, 아동납치, 흑마술 등을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 속에 욱여넣다 보니 영화 중반부터는 무삽기보다는 자꾸 헛웃음을 웃게 된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이 ‘남을 해하려는 자, 스스로 몰락할지니’라든가 ‘괴물과 싸우다보면 스스로 괴물이 된다’ 같은 거대 담론이란 건 알겠는데 그걸 왜 이렇게 연출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58e7ec13e1476c00b4394a01f7859c02_1790616762_3946.png▲남주 키에샤 알파로(대성인줄 알았다)와 여주 칼리스타 아룸


문제는 스토리를 이끄는 남매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보다 X 스레드 작가로 시작해 이번 영화로 감독 데뷔한 제로포인트(@Jeropoint -예명)에게 있을 것 같다. 영화판 작가로 성공하더니 영화감독의 일이 좀 쉽게 보였던 걸까?

제로포인트는 X에 호러 이야기를 올리는 유명인이었는데 그의 작품 중 하나가 <죽음의 문턱에서(Di Ambang Kematian)>로 영화화되어 2023년 330만 명의 관객을 들이며 로컬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그는 같은 X 스레드 작가로 많은 작품들이 영화화된 심플만(@simplaman)과 경쟁심을 느꼈을 것 같다. 심플만은 인도네시아 최초 천만 관객 영화인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2022)의 원작을 쓴 사람으로 영화 제작에도 관여했고 예의 <죽음의 문턱에서>가 나왔던 2023년에도 그가 쓴, 1000일 동안 지속되어 한 가문을 멸절시키는 산뗏주술을 다룬 영화 <세우디노(Sewu Dino)>가 489만 명의 관객을 들여 바로 한 칸 위인 1위를 차지했다. 심플만을 꺾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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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도네시아 로컬영화 흥행순위

제로포인트 원작 작품들은 그후 <그건 엄마가 아냐(Dia Bukan Ibu)>, <일탈(Perewengan)> 같은 호러 영화로 스크린에 올라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평타를 쳤다. 아마 그 지점에서 제로포인트는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아 영화를 연출하면 분명 더 크게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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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포인트 원작을 영화화한 <죽음의 문턱에서> 포스터


사실 2026년 이 영화 <건설 현장 인신공양(Tumbal Proyek)>은 앞서 혹평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165만 명의 관객을 들이며 대박을 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165만 명이란 한국 기준으로 그 두 배쯤의 관객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영화들의 일반적인 손익분기점은 대략 유료관객 30~50만 명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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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가 성공한 포인트는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의 전개에 있다고 본다. 인도네시아의 호러영화들은 대박을 낸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악독한 귀신이 나타나고 그걸 우스탓 같은 이슬람 교사가 신실한 신앙을 바탕으로 신의 힘으로 퇴마한다는 천편일률적인 전개를 보인다. 그리하여 악마를 퇴치한 영광을 오로지 신에게 돌려 호러영화 감독에게 쏟아지기 쉬운 신성모독의 칼날을 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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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의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나 다른 유일신 종교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애니미즘과 두꾼(무당)만이 판치는 판타지 세계다. 주인공인 여주의 아버지는 한때 가족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주술로 부를 쌓다가 가족들이 일정 기간마다 하나씩 처참한 죽음을 맞았는데 이젠 여주의 차례. 그래서 크게 회개한 아버지가 딸만은 반드시 구하기 위해 전국의 무당들을 찾아다니며 저주를 끊으려 하지만 한번 발동한 저주는 그 목적한 바를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라는 게 그 영화를 관통하는 스토리다.

여기서 만약 이슬람이 등장한다면 ‘꿈도 희망도 없이’ 끝날 경우 신성모독의 혐의를 벗을 수 없다. 이슬람의 신이 저 따위 귀신들을 물리치지 못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더 이상 재미를 추구하는 매체가 아니라 이단법정의 증거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호러영화 감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꾀를 낸다.

물론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나 <지옥의 여인(Perempuan Tahah Jahanam)>을 찍은 조코 안와르 감독 같은 이는 정면 돌파를 택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귀신에게 당해 우스탓이 목을 잘리는 식으로 참혹한 죽음을 맞고 결국 악마가 승리하는 모양새로 영화가 끝나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감독의 국제적 명성, 그리고 그 영화에 대한 높은 국제 영화계의 평가가 감독을 구원한 케이스다.


하지만 그조차도 최근작 <고스트 인더 셀(Ghost in the Cell)>에서 이슬람의 요소를 완전히 지웠다. 스토리의 완결성을 위해 귀신이 승리해야 하기 떄문인데 유명 배우들을 때려 넣었음에도 그 결과로서의 평가에 그리 자신이 없었음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지금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

그래서 <건설현장 인신공양>에서 주인공 남매가 뜬금없이 카톨릭 신자라는 설정에서 이 영화의 결말이 이미 대략적으로 그려진다. 이슬람이 등장한다면 신의 승리, 이슬람이 등장하지 않으면 악마의 승리.

이 영화는 대놓고 동부자바와 마두라를 잇는 수라마두 대교를 보여준다. 수라마두 대교는 아수라 마교의 두목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수라바야와 마두라 사이의 대교라는 뜻으로 두 지역 이름의 앞 글자들을 따서 합친 것이다. 이 다리를 단번에 알아본 것은 예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로나 전파를 막기 위해 이 대교에서 대대적인 검문이 벌어졌을 때의 사진들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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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마두 대교


그래서 공간적 배경은 수라바야인데 이슬람 인구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곳에서 등장인물 대부분이 귀신이 나타면서 알라를 찾는 대신 두 손 모아 하나님에게 기도하며 도움을 청하는 개신교인들이거나 고대 악마술에 심취한 애니미즘 추종자라는 건 매우 무리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신성모독의 혐의를 피해가고 165만 명이나 되는 관객들은 그 부분을 못본 척해 주었다.

나중에 찾아본 바, 월래 수라마두 대교 건설 당시에 인신공양이 있었다는 괴담이 성행했고 이 영화를 검열한 인도네시아 영화검열위원회(LSF)도 수라마두 건설 당시의 괴담이 이 영화의 구체적인 배경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그 얘기를 왜 감독이 아니라 LSF 측에서 말했을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론 이 영화는 세트장에서 찍었고 나중에 수라마두 대교를 CG로 넣었다고 한다.

난 사실 누군가 한 일을 평가할 때 기본적으로 ‘내가 도대체 뭐라고’하는 다분히 공손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평가받는 사람에 대한 예의니까.

하지만 재미가 있다, 무섭다, 맛이 없다 같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너무나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라 이 정도의 평론은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물론, 작가가 항의하면 사과할 용의는 있다. 증말루.

이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데 아쉽게도 한글 자막은 없는 모양이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 2026년 '시가렛 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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