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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인도네시아 2024 대선 관전 포인트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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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91회 작성일 202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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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선 관전포인트 (두 번째)

배동선 작가


오늘은 인도네시아의 2024년 대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언젠가 어디선가 2024 대선포인트에 대해 한번 쓴 적이 있어 이건 2탄이 됩니다.

현지 정치 이야기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에겐 진입 장벽이 좀 높은 편이어서 우선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2014
년과 2019년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 전 자카르타 주지사와 쁘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두 차례 격돌해 두 번 다 조코위가 이겼던 것은 다들 기억하시죠? 그리고 쁘라보워는 매번 개표 결과에 불복해 헌재에 이의신청을 넣었다가 기각당했고요.

여야 구도
조코위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지지는 재선 임기에 들어서며 더욱 커져 2019년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한 9개 정당 중 민주당(Partai Demokrat-이하 PD)과 복지정의당(PKS)을 제외한 7개 정당이 연정에 참여해 여권을 구축했습니다. 피 터지게 조코위와 싸웠던 그린드라당이 전향하며 쁘라보워가 국방장관을 꿰찼고, 국민수권당(PAN)도 막판에 여권에 합류해 줄키풀리 하산 당대표가 무역부 장관으로 입각했습니다.

여권을 이루는 7개 정당은 투쟁민주당(PDIP), 그린드라당, 국민각성당(PKB), 골카르당, 국민수권당(PAN), 통합개발당(PPP) 그리고 나스뎀당입니다.

 

현재 여-야는 정당 개수로는 72, 의석수로는 대략 471 104 정도가 됩니다. 여권 의석이 국회의 3분의2를 훌쩍 넘으니 조코위 대통령이 뭘 하려고 하든 다 되는 구도인 거죠.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만 없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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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대통령

대선 룰과 정당들의 이합집산
인도네시아 대선과 관련한 규정은 아마도 수백 페이지짜리 법령이 따로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통령 입후보 자격에 관한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무소속 후보의 대선출마를 허용하지 않고 반드시 전체 의석의 20% 이상을 차지하거나 직전 투표에서 전국득표율 25% 이상의 정당 또는 정당연합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민주당와 PKS 두 야당은 아무리 서로 힘을 합쳐도 의석수가 18% 정도여서 아예 대선후보를 낼 자격이 생기지 않습니다.

개별 정당이 단독으로 대선후보를 낼 수 있는 곳은 2019년 총선에서 128석을 얻어 국회의석 점유율을 22% 살짝 넘긴 메가와티 수카르노뿌트리 총재의 투쟁민주당(PDIP) 뿐입니다.

그러니 정당들이 유력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상기 입후보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이리저리 이합집산하며 정당연합을 결성하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위에 언급한 야당들도 다른 당을 하나 더 끌어들이면 얼마든지 의석비율 20%를 넘겨 후보를 낼 수 있는데 그들 손을 잡아준 곳이 2014-2019 대선에서 연거푸 조코위를 강력히 지지한 나스뎀당입니다.

나스뎀당이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민주당, PKS와 손잡아 변화연대(Koalisi Perubahan)란 정당연합을 구축해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세력의 중심축이 되었으니 투쟁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나스뎀당을 배신자 취급하는 것이고 나스뎀당 지분으로 입각한 농업부 장관, 환경산림부 장관, 정보통신부 장관 등 세 명을 떨어낼 목적의 개각도 임박한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야당과 손잡은 나스뎀당을 연정에서 축출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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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한편 여권에서도 그린드라당과 국민각성당(PKB)이 제휴해 대인도네시아각성연합(KIR)라는 이름의 정당연합을 만들었고 골카르당-국민수권당(PAN)-통합개발당(PPP)이 연계해 통합인도네시아연대(KIB)란 정당연합을 만들어 대선판 문턱을 넘었습니다.

단독으로 대선후보를 낼 수 있는 투쟁민주당도 대선에서 이기려면 다른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편 먹을 곳이 없어진 상태입니다. 아무리 여권 다수당이라 해도 22% 의석과 그 정도의 전국 지지율로는 최소 과반을 얻어야 하는 대선에서 대통령 당선자를 낼 수 없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

KIR
에는 쁘라보워라는 걸출한 대통령 후보가 있지만 KIB에는 내로라할 만한 대통령 후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개의 정당연합, KIR KIB이 다시 통합해 대인도네시아 통합각성연대(KKIR)라는 거대 정당연합을 구축하는 것이 거의 가시화되는 단계에 있습니다.

 

KIR의 대통령 후보는 쁘라보워가 될 것이 기정사실이고 부통령 후보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물 반 고기 반. 거의 꽃놀이패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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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라보워 수비얀토 그린드라당 총재/국방장관

투쟁민주당의 딜레마
이와 같이 집권 여당인 투쟁민주당은 현재 분명히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그건 메가와티의 아집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선 당선가능성 최고봉에서 20-30%의 지지율을 보이며 쁘라보워와 접전을 벌이는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라는 걸출한 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가능성 1%도 안되는 자신의 딸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을 대선 후보로 지명할 마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뿌안이 대선에 나서는 길은 오직 쁘라보워의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뿐입니다. 쁘라보워가 KIR KIB, 그리고 투쟁민주당 지지자들의 표를 긁어모으면서 뿌안을 등에 업고 대선 레이스를 뛰는 구도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쁘라보워와 대통령 자리를 두고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간자르를 놔두고, 밑으로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뿌안을 지명하는 건 아무리 당권을 틀어진 철혈여제라 하더라도 너무 속보이는 짓입니다. 그러니 자꾸 후보 지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다른 당들이 대선후보를 확정한 상황에서 투쟁민주당만 아직까지 대선후보를 추대하지 않았고 그러니 당연히 다른 당들이 투쟁민주당과 정당연합을 만들려 하지 않았습니다. 간자르를 지명한다면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만 뿌안을 지명하면 다시 쁘라보워 밑으로 들어가거나 자멸하는 길 외엔 선택지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른 정당들에게 외면당한 투쟁민주당은 이제 낙동강 오리알이 될 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민주당은대선 후보 명단이 메가와티 주머니 속에 이미 들어있다는 말을 몇 개월째 하면서 아직도 간자르와 뿌안 사이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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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왼쪽)과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

간자르 쁘라노워의 행보
따라서 이번 대선의 관건은 간자르 주지사가 출마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가 투쟁민주당의 추대를 받아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2024 대선은 쁘라보워-간자르-아니스의 삼파전이 되는 것이지만 메가와티가 그를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붙이거나 그런 전횡에 떠밀려 주저앉거나 투쟁민주당을 탈당해 아니스 측에 붙는다면 쁘라보워-아니스의 이파전이 되는 겁니다.

쁘라보워는 이미 그린드라당원들에게 아니스와의 대결에만 총력을 기울이라 지시한 바 있습니다. 간자르가 자신의 러닝메이트가 되거나 아예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죠

골수 투쟁민주당원인 간자르가 투쟁민주당을 탈당해 야당과 손잡는 것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여권 정당연합인 KIB 측에선 그간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왔으니 어쩌면 탈당해 그쪽으로 갈 가능성은 있는데 쁘라보워는 그 길마저 다 막아버리며 간자르의 운신의 폭을 줄였습니다.

KIR
KIB이 통합하기로 한 것도 그런 방편의 일환입니다.
KIB
소속의 골카르당의 아이를랑가 당대표(경제조정장관)는 대통령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고 국민수권당(PAN)의 줄키풀리 하산 당대표(무역부 장관)은 최근 정치 사파리를 돌면서 쁘라보워를 만나 협력 강화를 논했습니다. 그쪽엔 간자르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KIB
의 약한 고리 통합개발당(PPP)에 대해서는 특단의 방법을 썼습니다. 통합개발당 수하르소 모노아르파 당대표(국가계획기획부 장관)은 얼마 전 당내 쿠데타로 당권을 잃었고 현재는 마르디오노 당대표 직무대행이 당을 운영하면서 간자르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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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 


그런데 그린드라당 엘리트인 산디아가 우노의 탈당과 통합개발당 이적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되면 통합개발당은 강력한 부통령 후보를 얻게 됩니다. 산디아가는 2019년에도 쁘라보워의 대선 러닝메이트였습니다. 더 이상 간자르에게 러브콜을 보낼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쁘라보워에겐 투쟁민주당의 뿌안, 국민각성당(PKB)의 무하이민 당대표, 골카르의 아이를랑가, PAN의 줄키풀리, PPP의 산디아가 등 여러 부통령 후보들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너무나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메가와티가 간자르를 부통령 후보로 내준다면 필승카드를 쥐게 됩니다.

관건
결국 2024 대선의 열쇠는 메가와티 투쟁민주당 총재가 쥐고 있는 셈입니다. 그녀가 간자르의 손을 들어주느냐, 뿌안을 지명하느냐에 따라 2024년 선거 판도는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간자르는 여전히 변수입니다. 현재의 상황은 그를 주저앉히려는 세력이 강대하지만 유력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30% 전후의 민심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쁘라보워가 그의 갈 길을 다 막아 놓은 상태에서 메가와티마저 그를 버린다면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한 인도네시아 대선판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더욱이 그는 이번 U-20 FIFA 월드컵 관련해 막판에 이스라엘팀 참가를 반대하는 대열에 올랐다가 유치권 박탈 책임을 독박으로 쓰게 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를 반영한 여론조사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한 지지율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아무래도 뿌안을 지명하고 싶었던 메가와티가 내심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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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수카르노뿌트리 투쟁민주당(PDIP) 총재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 인도 ’ 저자

- 2019년 소설 '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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