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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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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807회 작성일 201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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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소를
 
             시. 폴 엘뤼아르
 
 
밤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주장하기 때문에
슬픔의 끝에는 언제나
열려 있는 창이 있고
불 켜진 창이 있다
언제나 꿈은 깨어나며
욕망은 충족되고
배고픔은 채워진다
관대한 마음과
내미는 손 열려 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함께 나누어야 할 삶
삶이 있다
 
 
(출처: 시의 미소 –민음사)
 
 
 
 
NOTE************
대학에서<다다>라는 이름의 시 창작 동인을 결성해 활동을 했다. 일 년에 한번씩 작품집을 만들어 발표를 했는데, 첫번째 동인지의 제목이 “피카소가 그린 엘뤼아르”였다.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피카소의 드로잉은 우리 모두가 경외했던 시인 엘뤼아르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엘뤼아르는 우리가 만든 동인의 이름처럼 다다이즘 운동과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저항 시인이었다. 우리에게는 - 국민학교 시절 노트 위에 / 마늬 책상과 나무 위에 // 모래 위에 눈 위에 /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라고 시작하는 <자유>라는 시로 널리 알려졌으며, 많은 시인들의 그의 시를 인용하여 자유와 저항을 노래하는 시를 쓰기도 했다.
 
엘뤼아르는 “시는 타인에게로 향하는 가장 짧은 길”이라고 했다. 그의 시를 너무나 사랑했던 독자로서 나는 그의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왜냐 하면 나는 엘뤼아르의 시를 읽으면서 가난하고 쓸쓸하고 한없이 유약했던 나의 이십 대를 위로 받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했던 위로와 감동을 얻었던 그의 시 중에는 <그리고 미소를>도 포함되어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그저 어두운 밤이라고 느껴졌던 그 시절에, 밤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고 우리는 관대한 마음과 주의 깊은 눈을 가진 인간이며 함께 나누어야 할 삶이 있다고 노래하는 엘뤼아르를 만난 것은 멋진 행운이었다. 그의 시가 나를 향해 던진 가장 짧고 가장 따뜻한 위로가 가슴 깊은 곳에 길고 긴 여운으로 아직 남아 있다.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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