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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바람 한 줌 보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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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391회 작성일 2017-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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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풍(生風), 바람이 인다. 적도의 나라 산마을 숲에 바람 상큼하게 노닌다. 바람의 기세 따라 정연히 움직이는 숲, 바람 따라 후두두 쏟아지는 비, 비바람 지나고 나면 숲 더욱 무성하겠다. 새 꽃 환하게 피고 풀들 속삭임 소란하겠다.
 
자연의 가변과 역동, 이게 뭔가? 세상 흐름의 요약일까? 소통에 대한 가르침일까? 오호라! 사람의 존재 방식의 안내인가? 기실 다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이렇게 들추는 것이려니.
 
바람! 때론 수난과 역경, 시련의 상징으로 쓰인다. 그러나 바람은 희망의 다른 말에 더 가깝다. 바람은 풍속과 습속을 대변한다. 경치와 경관을 읊을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풍 아닌가? 하여 사람의 모습과 태도를 아울러 풍도(風度)라 쓰고, 기질과 인심이 뭉쳐 샘물처럼 솟아난 음악을 풍악(風樂)이라 쓴다.기질과 사람 마음의 다양함만큼이나 지닌 의미가 폭이 넓은 단어 바람, 그래 사람 사는 세상이 바람이요, 세상사는 사람이 세상의 희망이다.
 
如生風(여생풍)/ 바람이 이는 것 같이
 
바람을 쐰다. 마음 맺힐까 한풀이 노동요를 부르듯, 술 맺힐까 속 풀이 해장국을 먹듯, 세상 맺힐까 오늘도 이는 바람, 오늘 이는 바람에 우리 모두의 오늘을 쪼인다. 마음 행구는 바람, 생기 돋우는 바람, 언제 오갈지 예측할 수 없는 불현 듯 오가는 바람, 만물을 키우는 이 화신에게 오늘 나의 속내를 말린다.
 
현풍락(玄風樂), 바람이 빚는 깊고 그윽한 풍취를 즐기자. 바람은 여유다. 바람은 꿈이다. 바람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바람처럼 다시 올 시간을 그냥 누리자. 바람의 기세로 바람의 유연함으로 사는 동안 주어진자유를 만끽하자.
 
玄風樂(현풍락)/ 깊고 그윽한 풍취를 즐기다.
 
참 아름다운 산바람, 이 바람 한 줌 보내고픈 마음 바람처럼 인다. 된더위에 시달리는 서울의 가족에게 단 한 줄기 보낼 수 없기에 더욱 치명적인 이 바람의 향기를 어쩌랴. 하여 나 시방 바람을 쓴다. 몇 획 붓질로 바람을 붙든다. 된더위를 물리친 바람 몇 자 묵향으로 가둔다.
 
세상 모든 이의 소망, ‘바람이 일 듯(如生風)’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면서.
 
※ 이 글은 자필묵연 정기전(2017, 9,7~12. 한국문화원) 도록에 실린 찬조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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