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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아혹 반대 배경과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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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원의 신한 위클리 포커스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205회 작성일 201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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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혹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아혹 자카르타 주지사의 본명은바수끼 짜르야 뿌르나마(Basuki Tjahaja Purnama)이다. 그는 무슬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사회에서중국계 기독교인이라는 소주자의 신분으로 자카르타 주지사에 오른 인도네시아에서는 보기 드문 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아혹은 2004년 지역 의회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계에 입문했으며, 다음 해 바로 동벨리퉁 도지사에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그리고 2009년에는 골까르(Golkar)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됨으로써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하였다.

이후, 아혹은 2012년에는 현 대통령인 조코위의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의 러닝메이트로서 부지사에 입후보하게 된다.  그는 동벨리통 도지사 시절부터 젊고, 개혁적이고, 청렴한 이미지로 유명했는데, 그의 이러한 이미지가 당시 솔로(Solo) 시장이었던 조코위의 이미지와 잘 부합되었으며,이때문에 상대편 후보로부터 중국계 부지사가 당선되면 1998년 폭동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지만 새로운 개혁을 지지하는 자카르타 시민들의 지원을 받으며 조코위-아혹 후보는 당시 주지사였던 파우지 보워(Fauzy Bowo)를 꺾고 각각 주지사-부주지사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14년 조코위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아혹 부지사는 주지사직을 승계하게 되며, 인니사회에서 정치적 소수자 자격으로 중앙 정치 무대의 꽃으로 불리는 자카르타 주지사가 되는 기회를 잡게 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계 기독교인이 주지사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집회가 강성 이슬람 단체인이슬람방어전선(FPI) 주도로 열리기도 하였으나 과감한 개혁과 부패척결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보건, 교육, 주택, 교통 문제 같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침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얻게 됐다.
 
반대 시위의 단초
 
그러나 작년 9월 쁠라우 스리브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중연설을 하던 도중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인용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그는 연설 중“유대인과 기독교인을 지도자로 삼지 말라’라는 내용이 담긴 코란 5장 51절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속았다면내게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당신들의 권리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코란 5장 51절에 속지 말라’ 말한 것처럼 조작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면서 강성 이슬람 단체와 무슬림 신자들의 공분을 사게 된다. 

부정적 여론이 불거지자, 아혹은 모든 무슬림 신자와 자신의 말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을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으며,자신의 말은 전혀 이슬람과 코란을 모독하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신앙이라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대중 연설에서 종교를 언급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며 적극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혹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 다음날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이슬람 신학자 협의회인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가 모임을 갖고 아혹이 실제로 신성모독을 했으며기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시위 사태로 불거지게 되었다. 

이후 무슬림 강경파는작년 11월부터 자카르타 도심에서 10만명 이상이 참가하여 아혹 주지사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거듭 열었으며 결국 아혹 주지사는 이례적으로 선거 기간에 기소돼 재판에 회부되게 됐다. 

정치적 배경
 
반대 시위가 촉발된 직접적인 원인은 간단한 듯 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여기에는 종교, 정치, 인종 등 다양한 사안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최근 무슬림강경파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32년 동안 수하르토의 철권통치 하에서 억눌려 있었던 이슬람 세력이 점차 정치 세력화하려는 의도로해석된다.  세속주의 전통이 강한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 강경파는 최근까지 비주류를 면치 못했으나, 아혹의 신성모독 논란을 계기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분위기 이다.  이들은 또한 인구의 1%에 불과하면서도 경제권을 장악한 중국계 기독교도에 대한 인도네시아 일반 시민의 거부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은 조코위 대통령과 아혹 주지사가 신진 개혁세력의 필두로 대두한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기성 정치권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신진 개혁세력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견제로 보는 의견 또한 많다.  때문에 일부 언론들은 종교 모욕 문제로 불거진 이번 시위가 온전히 정치적이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며시위대 배후세력이 신성모독 문제를 빌미 삼아 조코위 대통령에 도전하고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실제 유도유노 전 대통령의 아들 아구스 후보 측은 자신을 지지하는 이슬람 정당 및 단체를 이용하여 ‘반(反) 아혹’ 시위를 조장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인도네시아 정계에서 자카르타 주지사가 차지하는 정치적 위상을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로서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서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자카르타는 인구 2억 5천만 명은 인도네시아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잘 아시다시피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정치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유력 정치인이 되려면 보통 군부 출신이거나 유력 정치 가문 출신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풍토에서 정치적 자산이 일천한 조코위 대통령이 솔로(Solo) 시장과 자카르타 주지사라는 짧은 정치 경험으로 대통령이 되면서, 자카르타 주지사는 대통령으로 가는 전철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게 되었다.
때문에 현지 언론들도 일제히 이번 주 예정된 주지사 선거는 2019년에 있을 대선의 전초전 혹은 대리전처럼 보인다고 보도하고있다.

이번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에는 아혹 주지사와 아구스 후보, 그리고 아니에스 바스웨단 전 고등교육부 장관 등3명이 출마했는데, 조코위 대통령이 소속되어 있는 민주투쟁(PDI-P)당은 골까르(Golkar)당,하누라(Hanura)당,나스뎀(Nasdem)당과 연합하여 현 자카르타 주지사인 아혹을 후보로 선정했고 유도유노 전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PDI)은 국민수권당(PAN),국민각성당(PKB), 연합개발당(PPP)과 연합하여 유도유노의 장남이자 전직 육군 장교였던 아구스를 후보로 추대했다.  마지막으로 야당 연합에 속한 쁘라보워(Prabowo Subianto)가 이끄는 그린드라(Gerindra)당과 번영정의당(PKS)은 협력하여현 정권의 교육부 장관이었던 아니스를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예상된 후보였던 아혹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다소 예상 밖의 인물로서 이들의 지명은 자카르타 주지사보다는 2019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이번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는 조코위 대통령에게도 아주 중요한 선거이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아혹 주지사가 낙마해서 대권 도전의 디딤돌인 자카르타 주지사직을 야권에 빼앗길 경우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려는 조코위 대통령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해 왔다.

최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혹 주지사는 작년 초 6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한때 20%대까지 추락했지만현재는 30%대 후반으로 회복돼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아구스 후보와 아니에스 전 장관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무리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와 신성모독법을 무기 삼아 반대파를 공격하는 행위는점점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집권 투쟁민주당(PDI-P) 총재인 메가와티 전 대통령 역시 신성모독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는데, 고발장을 낸 인물은 강경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수호전선(FPI)의 전직 간부로 확인되었다. 그는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투쟁민주당 창당기념식에서 내세를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신성모독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실제 입건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이번 사건은 인도네시아에서 무슬림 강경파의 정치적 공세 양상을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무슬림 강경파들은 아혹 주지사의 정치적 동반자인 조코위 대통령을 겨냥한 악성루머를 퍼뜨리며 정국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데,메가와티 전 대통령은 이런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아혹 주지사의 재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무슬림 강경파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온건한 이슬람'과 '민주주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포기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슬림 절대다수 사회인 인도네시아에서 향후 나아가야 할 민주화 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진지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 
 
 
기고 : 서태원 은행장, 신한 인도네시아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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