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인도네시아에서 보는 세상] 인도네시아 한국교민들에겐 뭔 메달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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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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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보는 세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관람기
금메달이 선수들 목에 걸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결과다. 예상했었다. 그러나 고난을 물리치고 이긴 승리였다. 스포츠 어느 종목 어떤 경기라도 마냥 쉬운 승부가 어디 있으랴. 축구 경기 또한 승부란 공만큼이나 둥글다. 예측은 그냥 예측일 뿐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예상대로 들어맞은 것은 경기 결과뿐만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한국인들은 모두 예견했다. 경기장 오가는 일이 어려울 것을. 그러나 한국인들 알면서도 고생길을 자처했다. 관객을 맞이하는 각종 시설이 한국인들의 성에 차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관객을 위한 서비스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왜? This is Indonesia니까. 알 것 아니까. 이해할 것 이해하니까.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관한 장점도 충분히 아니까.
연장 후반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기 직전이었다. 바로 앞자리에 앉았던 부부가 두 아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도네시아인 가족이다. 군데군데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 한국인들 틈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현지인들이었다. 한국의 승리를 함께 누리던 그들이다. 응원이 너무 시끄러웠던 걸까?
▲ 보고르 찌비농의 빠깐사리 경기장
겹으로 즐기던 그들이다. 그들은 한국인들 응원 모습을 더 즐겼다.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 못지않게 응원석을 달구던 한국인들, 무한 열정과 무한 다이내믹 한국인들의 응원문화를 만끽했다. 연장 전반 골이 터질 때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카메라는 쉬지 않았다. 환호도 담았고, 탄식도 담았다. 갖은 모습을 동영상으로 훑으며 함께 즐겼다.
경기가 끝났다. 종료 휘슬이 울렸다. 환호에는 휘슬이 없다. 응원이 그칠 리 없다. 득점 장면 때 터트린 외침이 조금도 식지 않았다. 한국인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돌아가려고? 무슨 소리, 절대 아니지.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터트리기에 앉아있는 게 성에 차지 않았을 뿐이다.
▲ ▼ 자리를 가득 메운 한국측 응원석
환호 속에도 시간 흐름은 한결, 저녁 9시를 훌쩍 지나고 있다. 일본 측 응원석 물결이 잔잔했다. 간간이 섞인 태극기만 출렁였다. 경기 종료니까? 아니다. 경기 중에도 그랬었다. 배짱 좋은 한국인들 일본 측 응원석 곳곳에서 막무가내 응원이다. 껄끄러움을 즐기려는 게 아니었다.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응원석이 빈 자리가 없자 보내진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일본인 상주인구가 많으니 응원객 숫자 또한 그쪽이 많을 거란 예상이 빗나갔다. 예상이 빗나간 것도 있으니 좋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한국 측 응원석 앞으로 달려왔다. 승리를 거머쥔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달려들 듯. 광고판을 뛰어넘어 두 손을 치켜들었다. 그래, 장하다! 뛰고 또 뛰었구나. 벅찬 일정, 낯선 환경과 싸우고 또 싸웠구나. 투지와 투지로 정직하게 대회 최고 자리를 차지했구나. 자랑스러운 그대들과 우리의 조국이 하나였네라. 대한민국!
▲ 한국측 응원석을 더욱 달아오르게 했던 교민과 한국국제학교(JIKS) 학생 연합 밴드
금메달이 걸린 축구 결승전, 게다가 한 · 일전 아닌가. 한국, 유럽, 아니 세계 축구계가 주시한 손흥민의 병역 문제도 걸려있었다. 황의조, 조현우, 이승우 선수 등 앞날이 새롭게 열릴 다수 선수가 가져다줄 대리만족도 인도네시아 한인들을 경기장으로 향하게 했다. 열기가 뜨거울 조건은 충분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불길 뜨겁게 지필 연료가 계속 보급됐다. 극점을 오가는 참 묘한 화력이 그치질 않았다. 바레인과 첫 경기 6:0 승리, 그것은 기분 좋은 훈풍이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패한 반둥 사건이 터졌다. 방심은 금물? 누가 그딴 교훈 원했나? 금메달 따려면 정신 바짝 차리라는 채찍? 그런 거 없이 그냥 금메달 따면 어디 덧나?
▲ 남자 축구 결승전 경기장을 찾은 인도네시아인 모자. 엄마는 한국, 아이는 일본 응원
삼삼오오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반둥으로 몰려간 이들 많았다. 아이들에게 고국의 태극기가 얼마나 자랑스럽게 휘날리는가 보여주기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 거기 간 한국인 중 말레이시아에 패할 것을 생각한 한국인 과연 있었을까? 질 줄 알았다면 그 먼 길 갔을까? 지는 꼴을 현장까지 달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모 있을까?
둘로 갈렸다. 태극기를 손에 들고 풀이 죽은 아이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자기 앞에서 축구란 단어 들먹이지도 말라고 했다. 다시는 축구 경기 관람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갔을 것이란 교민도 있었다. 그럴까 봐 더 가야 한다는 열성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었다. 그래 우린 늘 패배에서 일어섰지 않는가. 미움도 사랑도 다 애국의 발로였다. 미움 아닌 미움도 미움을 삭이는 사랑도 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들의 정서였다. 아! 아름다운 대한민국인들.
16강 껄끄러운 이란전 승리는 말레이시아전 참극을 달래 주었다. 스쳐 간 스콜이 되게 했다. 그리고 8강 우즈베키스탄전, 우즈베키스탄은 사실상 우승 후보였다. 그래서 그 승리는 더욱 극적이었다. 승리의 열기, 우승을 바라는 열망은 차분하고도 은근하며 그리고 깊어졌다. 돌풍의 주인공 베트남, 자랑스러운 한국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그러나 어쩌랴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디딤돌 삼을 수밖에.
▲ ▼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시상식
절차에 따라 시상식이 진행됐다. 그 사이에도 응원석 한국인들은 쉬지 않았다. 짜작짝 짝짝~ 박수 소리도 대~한~민국도 그치지 않았다. 붉은 악마들의 꽹과리 소리도 교민과 학생들로 구성한 연합 밴드의 악기 소리도 그침이 없었다. 그리고 울려 퍼진 애국가. 휘날리는 태극기.
그래! 이런 거다. 다른 설명 필요 없다. 이때 딱 들어맞게 흔들리라고 국기 있고, 울려 퍼지라고 애국가 있는 거다. 국기, 참 짜릿하고 섹시하게 휘날렸다. 애국가, 참 먹먹하게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아릿한 상징 절묘한 음악 어디서 또 발견하고 들으랴.
시상대 위 선수들끼리 나누는 기쁨이 그대로 응원석으로 전달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두 손을 치켜들 때면 응원석에서도 함께 손을 치켰다. 들리지도 않은 그들의 탄성에 그 큰 운동장 울리고 넘치도록 큰 소리로 답했다.
경기가 열린 빠깐사리 스타디움 위치는 보고르 찌비농이다.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약 40km 지점이다. 축구 경기 4강전부터 이곳에서 열렸다.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서부나 동부 또는 북부 위성 도시에 사는 한국인들도 몰려들었다. 그런데 예상이 현실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자카르타 교통 정체가 그날도 어김없이 실시간 현실로 드러났다.
길이 막혀 경기장 가는 것을 포기한다는 사람 속출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교민 커뮤니티에 표를 팔겠다는 사람들 줄을 이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에야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 후반이 다 지날 무렵에 도착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많은 사람이 운집한 때문인지 경기 현장에서는 전화도 인터넷도 원활하지 못했다. 널널한 주차장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제발 어긋났으면 좋을 것을. 경찰의 신호에 따라 움직였다. 창문을 열고 주차할 곳을 물었다. “진행”하라는 손짓뿐이었다. 수신호에 따르자면 그냥 운동장을 외부를 도는 일이었다. 골을 넣어야 승리를 하듯, 차를 세워야 경기를 볼 수 있다. 경기장 인근 주택가로 파고들었다. 주차비 넉넉히 낼 것 각오하고 공터에 차를 세웠다.
경기장 주변은 무질서가 질서였다. 암표상과 잡상인 이른바 그들의 타임이었다. 출입구를 비집어 들었다. 태극기를 맨 깃대가 좀 긴 것이 불허다. 깃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청결 상태 역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자리를 찾았다. 플라스틱 고정 관람석 의자 위에 쌓인 것은 먼지가 아니었다. 아예 흙이 발라져 있다고 해야 옳았다. 이럴 때 쓰기 좋은 틀린 말 하나 있다. 무책임의 극치, 욕심을 분칠한 부끄러운 말, “참 자연스럽네.”
자카르타 교민들이 집에 도착한 시간이 대게 밤중 1시~2시였다. 위성 도시 땅으랑이나 찌까랑 사는 교민들은 새벽 4시에 집에 도착한 분들도 많았다. 시상식이 다 끝난 대략 10시, 그 늦은 시간에 경기장에서 일어섰으니 그렇다고 핑계를 대자. 서둘러 나왔어도 경기장 주변 벗어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늘의 별 힘을 이용하지 않는 한 별수 없었다.
“그래도 이겼잖아. 졌으면 어쩔 뻔 했어?”
교민들끼리 오간 위안의 말이다. 오가는 길 밀릴 것 뻔히 알면서 갔지 않았던가. 길 밀리는 것이야 한국의 명절이면 늘 겪었던 풍경이다. 하루를 꼬박 차에서 보내거나 길에서 밤 새우기에 이골이 난 민족이다. 그때 다졌던 인내심 2018 아시안 게임에서 빛을 발했다. 이래저래 무용담꺼리 넘치는 남자 축구 금메달이다.
“이번 2018년 아시안 게임은 아주 특별하고 성공적인 대회였습니다.”
9월 2일 아침 인도네시아 한 라디오방송 해설자가 한 말이다. 거기에 토를 달아 뭣하랴. 그래 여기는 누가 뭐래도 틀림없는 인도네시아! 승리의 땅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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