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아호 이야기 2] 개미처럼 쌓은 산, 풍성한 계곡/ 豊谷 趙榕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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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호 이야기 2]
개미처럼 쌓은 산, 풍성한 계곡/ 豊谷 趙榕來
조용래 도반께서 자필묵연 회원으로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입니다. 필자는 그의 아호로 豊谷(풍곡) 두 자를 취했습니다. 그가 작품을 시작했고 그에 따라 아호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서예의 기초 중 기초인 선을 그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창작에 도전한다는 것은 필자의 지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풍곡께서는 별 이의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고 노력했습니다. 선 하나 점 하나가 곧 창작이란 필자의 지도 방식을 이해한 것이죠.
▲ 豊谷 趙榕來
居士
풍곡께서 최초 세포를 형성하여 세상의 빛을 본 곳(1956)은 경북 안동군 풍천면입니다. 안동하면 대표적 유림의 고장으로 명현 석학들이 수없이 배출된 곳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조선시대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 답게 서원이 즐비하고요. 그 중에서도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과 서애 유성룡 선생을 기리는 병산서원은 여전히 안동을 안동답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풍곡께서는 항상 공부를 멈추지 않습니다. 물론 일도 열심입니다. 풍곡께서 자호한 아호는 蟻山(의산)이었습니다. 개미산, 즉 ‘개미가 산을 이루듯’이란 의미를 담은 것인데요. 그는 스스로의 삶을 개미가 이룬 산에 비유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蟻山은 거기에 齋를 붙여 그가 거처하는 집이나 서재의 당호 蟻山齋(의산재)로 사용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는 의견이었고, 이를 그도 동의했습니다.
▲ 조씨 용래
풍곡께서는 농촌에서 일만 하던 5형제를 인도하여 공부의 길을 열어주고 도와주며 모두 일가를 이루게 했다고 합니다. 자호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본인 또한 오직 성실을 기틀로 개미처럼 일하여 나름의 산을 쌓았는데요. 맨몸으로 도전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나름 이룬 바가 커서 말 그대로 豊谷을 이루었습니다.
▲풍곡
산이 있는 곳엔 반드시 생명 줄인 골(谷)이 있습니다. 골에는 모든 생명의 원천인 물이 있고 그래서 새 생명이 끊이지 않습니다. 노자의 곡신불사(谷神不死)죠. 하니 필자가 그의 아호의 실마리를 그의 삶에서 찾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지요. 물론 豊은 그의 고향 풍천면의 豊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룬 풍성한 골짜기엔 오늘도 물이 솟고 새로움이 탄생합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즈음 필묵을 벗하기로 한 풍곡, 그야말로 신선한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간 삶과 경영 일선에서 체득한 지혜와 깨달음을 필묵과 조화하여 품격 높고 아취 넘친 작품들로 풀어내리라 믿습니다.
그에게는 지금 매주 화기만당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찌서당 도반들이 있습니다. 밀고 당기며 아호 풍곡이 더욱 빛날 것을 믿습니다.
▲풍곡 조용래 작 <奇大升 詩 漫興(기대승 시 만흥)>, 2024년 서울 서예대전 입선작
을사년 5월을 맞은 첫날 산나루 북창가에서
인재 손인식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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