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경쟁 속 갈림길에 선 인도네시아 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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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안땀 니켈 제련소(사진=ANTAM 홈페이지)
**본 내용은 자카르타포스트 3월 10일자에 게재된 만디리 은행의 산업 및 지역 분석가 Asido Nababan의 의견입니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산업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는 풍부한 니켈 매장량을 기반으로 원광 수출 제한과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 정책을 결합해 이 전략 자원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스테인리스강 산업에서 상류부터 하류까지 생산망을 구축한 이후, 인도네시아는 이제 니켈 기반 전기차(EV) 배터리 산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특히 니켈을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 기술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도네시아의 니켈 배터리 전략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니켈 원광 수출 중단 정책을 추진했고, 2020년부터 전면 시행된 이후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가공 산업에서 핵심 국가로 빠르게 부상했다. 과거에는 주로 원광을 수출하던 국가였지만, 이제는 고부가가치 니켈 제품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 유입이 이어지면서 인도네시아는 보다 완성도 높은 니켈 공급망을 구축했다. 특히 사프로라이트(saprolite) 니켈 광석을 기반으로 한 생산 공급망이 형성되면서 국내 제련업체들은 원광을 니켈선철(NPI), 페로니켈, 니켈 매트, 스테인리스강, 그리고 정제 니켈로 가공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사프로라이트 니켈 광석을 처리하는 회전식 킬른 전기로(RKEF) 제련소 49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산업 성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국내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서의 역할을 강화하며, 풍부한 광물 자원을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하려는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의지를 보여준다.
사프로라이트 기반 생산망 구축 이후 인도네시아는 이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핵심 원료인 리모나이트(limonite) 광석으로 다운스트림 전략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리모나이트 기반 생산 체인 구축에도 착수했다. 2025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는 고압산침출(HPAL) 공장 5곳이 운영 중이며, 추가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현재 생산 역량은 여전히 배터리 중간재 단계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혼합수산화 침전물(MHP)과 황산니켈(nickel sulphate )이다. 이들은 중요한 생산 단계이지만 아직 배터리 가치사슬의 최종 제품은 아니다. 이후 추가 가공을 거쳐 니켈망간코발트(NMC)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과 같은 배터리 양극재 소재로 전환돼야 한다. 이들 소재는 특히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널리 사용된다. 다시 말해 인도네시아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지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완전히 통합된 생산국으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문제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던 초기에는 니켈 기반 배터리가 매우 매력적인 기술로 평가됐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행거리와 성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와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니켈 배터리를 적극 채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니켈 기반 배터리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장 구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202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성장해 2025년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앞으로 니켈 기반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4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평균적으로 니켈 기반 배터리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여기에 중국의 대규모 생산 능력이 시장 변화를 가속화했다. 중국은 LFP 배터리 생산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의 약 80%를 차지한다. 대량 생산 능력 덕분에 배터리 가격은 빠르게 하락했다.
이같은 변화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5년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90% 이상이 니켈 기반이 아닌 LFP 배터리를 사용했다. 니켈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은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소비자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기온이 높은 국가에서는 니켈 기반 배터리가 추가적인 안전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고려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니켈 기반 배터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활용 영역이 달라지고 있다. LFP 배터리는 저가형 대량 생산 차량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니켈 기반 배터리는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차량이나 프리미엄급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집중되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니켈 기반 배터리가 여전히 중요한 산업 기회이지만, 더 이상 전기차 산업의 유일한 미래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ies )와 같은 차세대 기술이 등장할 경우 경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상용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 전략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배터리용 니켈 가공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의 다음 단계는 보다 넓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혼합수산화침전물(MHP)과 황산니켈 같은 배터리 중간재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는, 리모나이트 광석을 고순도 정제 니켈로 가공하는 능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정제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합금, 도금, 특수 화학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어, 인도네시아가 보다 넓고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글로벌 니켈 수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여전히 스테인리스강 생산이다. 배터리 산업은 중요한 성장 분야이지만 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바로 이 점에서 산업 다변화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배터리 프로젝트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정제 기술과 정제 능력 강화, 그리고 다양한 산업에 활용 가능한 고순도 니켈 제품 생산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배터리 기술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면서 배터리 원자재뿐 아니라 훨씬 더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정제 니켈 제품 생산국으로서 인도네시아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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