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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비즈니스 무슬림 상징 할랄, 화장품서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무역∙투자 편집부 2016-11-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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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장품은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었다. 수출은 일종의 옵션과도 같았다. 하지만 K-뷰티가 글로벌 화장품시장의 새로운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지금은 국가 경제를 이끄는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우리는 이제 이웃나라 중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 깃발을 꽂아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바로 그 우선 순위 중 하나다.
 
지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코스모뷰티 인도네시아 2016’은 인도네시아 화장품시장의 실상과 한국 화장품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직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할랄화장품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현지에서 국내 화장품의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한류의 인기가 상당하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화장품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했다.
 
박람회가 열린 자카르타는 동남아시아 제1의 도시다. 1945년 인도네시아 독립 당시 자카르타의 인구는 50만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2년 1,000만명을 넘어섰다. 보고르와 브카시, 땅그랑, 데뽁 같은 위성도시까지 합하면 인구는 3,100만명에 이른다. 빈부격차가 상당한 만큼 뒷골목은 우리나라의 1970~80년대를 연상케 하지만, 대로변에 있는 초고층 건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자카르타의 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플라자 인도네시아와 그랜드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쇼핑의 랜드마크다. 규모는 모두 서울의 코엑스몰을 넘어서며 예상을 초월할 만큼 고급스러워 그 안에 들어서면 여기가 동남아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물론 화장품은 플라자 인도네시아와 그랜드 인도네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쇼핑 품목이다.
 
글로벌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모인 플라자 인도네시아의 화장품관. 할랄 인증 화장품은 전무했다.
 
먼저 플라자 인도네시아에는 샤넬, 디올, 루이비통, 베르사체, 구찌, 아르마니, 지방시, 파텍 필립, 롤렉스, 버버리, 제냐 등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빼곡이 자리하고 있다. 명품 애호가에게는 실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플라자 인도네시아 1층에는 ‘뷰티센터’라는 이름의 화장품 편집 매장이 있다. 쇼핑몰의 콘셉트에 어울리게 랑콤, 입생로랑 뷰티, 겔랑, 시세이도, 키엘, 슈에무라, 불가리 등 유명 브랜드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이곳에서 할랄 인증 마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윗층에는 ‘화장품 백화점’이라 불리는 세포라가 있다. 여기에 모인 브랜드들은 당연히 좀 더 대중적이다. 한국의 라네즈와 닥터자르트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할랄화장품은 보이지 않았다. 플라자 인도네시아의 경우 물론 쇼핑객 중 해외 관광객의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상류층 역시 자주 찾는 곳임에도 할랄 인증 화장품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세포라 매장 관계자는 “아직까지 할랄화장품은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자카르타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일반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대답에 “내가 왜 이런 당연한 대답을 해야 하나”라는 말이 생략된 느낌이었다. 짐작컨대 명동 화장품 매장 판매원에게 “한국 마스크팩이 잘 나가는가?”라고 물었을 때 비슷한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그랜드 인도네시아는 플라자 인도네시아보다 더욱 규모가 넓고 문턱은 낮다. 이곳에도 대규모의 화장품 매장이 있는데, 역시 주류는 에스티 로더, SK-II, 클라란스, 맥과 같은 수입 브랜드들이다. 그런 와중에 한국의 설화수와 후, 라네즈, 닥터자르트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도 할랄화장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랜드 인도네시아는 규모에 걸맞게 곳곳에 화장품 단독 매장이 위치해있다. 자연주의 대표 브랜드 더바디샵 매장의 벽면에는 ‘100% VEGETARIAN’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드디어 할랄 인증 마크를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역시 허사였다. 매대에 있는 제품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인도네시아에서 할랄화장품임을 나타내는 MUI(무이) 로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왜 할랄 인증 제품이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비록 할랄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더바디샵의 제품들은 그에 준한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애니멀 프리’라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유통과 판매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애타게 찾던 할랄화장품은 그랜드 인도네시아 지하의 왓슨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니베아, 레블론, 올레이, 메이블린 뉴욕, 바이오더마, 눅스 등이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매장 한 구석에서 와르다(Wardah)를 발견했다. 와르다는 모든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왓슨스에 있는 와르다의 각 제품에는 패키지와 용기에 무이 로고가 찍혀 있었다.
 
왓슨스 매장 직원은 “와르다는 여기(왓슨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는 편”이라며 “할랄화장품의 경우 아직까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와르다에 수요가 몰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리나는 자카르타의 대표 백화점 중 하나다. 그러나 역사나 명성과 달리 내부 모습은 1980년대 한국 백화점과 유사했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어쨌든 여기에서도 와르다 매장을 만날 수 있었다. 단독 매장인 만큼 판매 직원들은 브랜드 콘셉트에 걸맞게 모두 히잡을 쓰고 있었다. 물론 사리나백화점에서도 할랄 인증 화장품은 와르다가 유일했다.
 
 와르다 매장 직원들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 판매원은 “와르다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할랄화장품 업체”라며 “독실한 무슬림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도로 해마다 두드러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흔히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로 인식돼 있지만 이슬람이 국교는 아니다. 또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종교로 갖고 있으나 신앙심이 강한 사람들은 그 중에서 10~15%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할랄 인증 여부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동물성 원료로 제조된 화장품이 아니라면 별다른 거부감 없이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활용품을 유통하고 있는 국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인구는 많지만 빈부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국이 우선적으로 진출을 검토할 만한 도시는 자카르타, 반둥, 수라바야, 메단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 도시의 주요 화장품 소비층인 젊은 여성들은 종교성이 약하고 한류를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 화장품업체들은 할랄 인증에 대한 부담없이 무난하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곳에서 삼성, LG, 롯데, CJ가 가전,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부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 반해 한국 화장품은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는 단계”라며 “인도네시아 젊은층에게 K-팝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트렌디한 국내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보며 열광한다. 당연히 K-뷰티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한국 화장품을 사고 싶어도 살 데가 없다는 불만이 적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곳보다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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