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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182)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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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971회 작성일 2021-08-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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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나요?
 
조은아
 
 
최근 한 프랑스인이 롬복의 린자니 화산에 널린 1,600kg 상당의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린자니 화산을 처음 올랐을 때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에 큰 충격을 받아, 바게트 빵을 팔아 자금을 모으고 롬복의 환경단체인 그린린자니(Greenrinjani)와 함께 쓰레기 원정대를 꾸려 3일에 걸친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도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일을 먼 타국 그것도 해발 3,000m 화산에서의 쓰레기 수거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어 달 안에 끝나주리라 기대했던 코로나 팬더믹은 일 년 반이 지나도록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집 안에 피해 있으면 곧 밖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여전히 불가능한, ‘뉴 시대’가 되어버렸다. 전파력과 그 속도가 빠른 이 위협적인 새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 방식 또한 급전환 시켜버렸고 먼 미래에 벌어질 것이라 상상했던 막연한 것들이 미쳐 준비도 못한 채 현실이 되어 버렸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상황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위험’, ‘개인위생이 곧 최선의 방어책’으로 귀결되었다.
 
처음엔 갇혀 사는 것, 자유롭지 못한 것, 답답함, 외로움, 두려움으로만 여겼던 것들이 ‘집콕’ ‘혼밥’ ‘비대면’ ‘재택’ 등등 바이러스가 불러들인 새로운 생활 방식들로 변화되었다. 우리는 그동안 막연히 두렵기만 했던 여러가지 새로운 상황들 속에서 홈펀HOME Fun, 홈트레이닝HOME Training, 홈디자인, 홈워킹 등등의 새 이름으로 나름 꽤 괜찮은 방식들을 찾아 적응해가고 있다.
 
전 세계의 대기 상태와 공기 청정도도 크게 개선되었다. 한국의 봄 불청객이었던 미세먼지도 덜해졌고 특히 중국과 인도의 대기 질이 크게 좋아졌다고 한다. 중국의 오염물질 농도가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월등히 낮아졌고,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 뉴델리에서는 지난 3월 말까지 별자리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국가 봉쇄령, 산업 시설가동과 차량 운행의 감소 등은 유럽, 미국 할 것 없이 잠시나마 전체적인 대기질 향상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전 세계 대기질의 상태가 좋아진 그 뒷면에는 다른 문제들이 있다.
 
(사진= 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2020.6)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전기와 가스 등을 많이 쓰게 되니 가정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배달’, ‘포장’ 등의 일회용품 사용의 급증과 방역 폐기물까지,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배달 음식, 포장 음식의 수요가 급증하고, 한국에서도 카페 등지에서의 일회용품 사용과 식품접객업소의 일회용품 사용 등이 일시적으로 허용됐다. 일회용 마스크와 비닐 장갑 등의 방역 물품 사용의 폭증까지 코로나 시대는 한동안 NO! 플라스틱을 외치던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말았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떠오른 신 오염 물질 중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단연 마스크다. 마스크의 주 소재는 폴리프로필렌 즉 플라스틱이다. 폴리프로필렌을 녹인 뒤 아주 가는 실처럼 뽑아내어 접착한 멜트브라운 부직포가 중간의 필터 역할을 하고,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스터를 열을 가해 붙여 만든 부직포가 필터의 양면을 덮는다. 귀에 거는 밴드는 스판덱스에 폴리에스터를 감아 만들고 코부분 지지를 위해 가는 철사도 사용된다. 폴리프로필렌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소각과정에서 여전히 일산화탄소와 다이옥신 등의 성분이 발생하고 수백년 동안 썩지 않는, 이 얇고 가벼운 마스크 한 장은 플라스틱 덩어리다. 그리고 매달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이 마스크의 수가 약 1290억개에 달한다고 한다. 분리수거와 허술한 관리로 인해 해양 동물들까지 바다로 떠내려간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죽어가고 있다.
 
거기에 일회용 비닐 장갑 사용량이 추가된다. 지난해 한국의 총선에서 사용된 비닐 장갑의 수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날 단 하루 사용된 일회용 비닐 장갑의 수는 약 5,800만장으로 수직으로 쌓았을 때 63빌딩 4개의 높이라고 알려졌다.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일상과 다중 시설 이용이 줄어든 만큼 온라인 쇼핑과 배달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포장재는 말할 것도 없고 신선 식품, 냉동 식품의 배달까지 늘어 스티로폼, 아이스팩 등의 사용량도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카페, 음식점 등의 영업이 제한되어 포장이 늘었고 머그컵과 텀블러 사용자들도 일회용 컵 사용으로 돌아섰다. 거기에 코로나 환자의 치료 등에 사용된 어마어마한 양의 의료 폐기물까지...
 
우리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곧 쓰레기 지구인 것일까?
 
‘코로나’라는 솥뚜껑을 보고 심하게 놀란 탓에 우리는 이제 평생 마스크를 멀리 할 수 없을 것이고, 비대면, 온라인 문화도 꾸준할 것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가 오랜 기간 노력해 왔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느슨해졌었다면 다시 분리수거, 재활용, NO! 플라스틱 등 작은 실천들을 기억해내고 이어가야 할 것이다.
 
요즘 처음에는 무료하기 짝이 없던 집콕 시간이 더 바빠졌다는 주변 분들도 많다. 배달 음식보다 맛은 좀 덜 하더라도 꽉 차 있던 냉장고를 파며 직접 한 건강한 ‘집밥’ 재미에 푹 빠진 친구도 있고, 작은 통에 흙과 약간의 EM액을 섞어 넣어두고 야채와 과일 껍질을 넣어 분해시켜 그 흙으로 화분에 예쁜 꽃과 야채를 키우는 분도 있다.
 
집에서 딩구는 아이들과 재활용품을 모으고 아이의 친구들을 온라인으로 초대해 함께 재활용품 작품 만들기를 하거나, 매주 등산을 핑계 삼아 산에 올라 쓰레기를 모아 내려오는 분도 있다.
 
우유팩을 뜯고 씻어 말려 차곡차곡 모아 묶어두고, 패트병은 비닐 상표와 뚜껑을 분리해 헹구고 말려 납작하게 접어두고, 재활용 되지 못하는 색패트병에는 과자 봉지, 라면 봉지 등을 꽉 채워 패트병 블록을 만드는 일도 나름 뿌듯하다. 집콕에 도우미도 없고, 기사도 없는 요즘 나는 독립투사처럼 집안일을 하고 전투적으로 ‘분리수거’를 하며 혼자 기특해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나의 이런 수고로움이 단지 안 쓰레기장에서 한꺼번에 섞여 물거품이 되어버렸었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다 섞어 봉투에 담아 던져버린 적도 있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폐종이와 패트병 수거 업자가 등장해 패트병과 종이 뭉치들을 수거해가고 과일껍질과 야채 껍질을 모아 말려두면 이웃의 농장에서 수거해가고 다시 계란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 팬더믹에 당황하고 지구의 종말이 온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다시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잠시 멈춰지고 환경 문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길거리, 맑아진 하늘,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과 호수 등이 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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