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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럽의 아시아 지배를 종식 시키는 신호탄 『막스 하벨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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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7-12-14 11:17 조회 6,69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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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아시아 지배를 종식 시키는 신호탄 막스 하벨라르
                                                      
                                                   사공 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1999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욕 타임즈가 지난 1000년 동안에 있었던 사실 가운데 100대 베스트를 뽑았다. 그 중에서 ‘최고의 이야기’로 선정된 것은 인도네시아 르박 군수 보좌관으로 온 네덜란드인 에두아르트 데커르(Eduard Douwes Dekker: 1820-1887)가 쓴『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라는 소설이었다. 데커르는 1860년 5월 15일, 물따뚤리(Multatuli)라는 필명으로 암스테르담 De Ruyter 출판사에서『막스 하벨라르』를 출간한다. 1859년 9월 부인으로부터 이혼 독촉을 받을 때 벨기에 브루쉘에 있는 한 호텔 방에 틀어박혀서 쓴 소설이며 원제는 『Max Havelaar, of de Koffie – veilingen der nederlandsche Handelsmaatschappij (막스 하벨라르 또는 네덜란드 커피무역회사 경매)』이다. 그의 나이 39세 때의 일이다. ‘물따뚤리(이하 물따)’는 라틴어로 “(나는) 이미 많은 고통을 받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설 속에서 물따는 인도네시아에서 자행되고 있는 특히 서부 자바의 르박 지역의 식민통치의 폭정과 비열함, 그리고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귀족 계급의 적나라한 모습을 파헤치고 네덜란드 권력과 봉건 지배자의 압제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신민들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네덜란드 동인도(인도네시아)의 식민지 정책은 독특했다. 봉건 제도는 식민지 지배자들에 의해 바뀌지 않았고, 심지어 원주민을 강탈하는 데 사용되었다. 보흐(Van den Bosch: 1830-1833) 총독이 권력을 잡을 때 봉건적 통치 체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인간에 대한 평등, 자유, 박애라는 위대한 프랑스 시민 혁명 슬로건의 핵심에 바탕을 두는 유럽의 도덕성에 위배된다고 그는 고발하고 있다.
 
소설에서 네덜란드 정부의 강제재배 정책으로 이 넓고 기름진 땅에서 굶어 죽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수 없이 많았고 심지어 자식을 파는 어미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강제제배정책은 주로 커피, 차, 향료, 설탕 등이었다.

이 책이 나오자 네덜란드 국민들은 물론 유럽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가혹한 식민지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게 되었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는 ‘피식민지 지역의 고통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일깨워 주었다.

마침내 네덜란드 정부는 지금까지의 강압적인 정책에서 ‘윤리정책’을 펴게 된다. 네덜란드 식민정부에 충성하는 엘리트를 포함한 인도네시아인 들에게 제한적이지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 진 빚을 갚는 시도를 하게 되는 동기가 되었다. 그 외 몇 가지 중점을 둔 정책은 관개 치수, 의료지원 체계 그리고 인구의 평균적 분산화였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 (Sussex University)의 박스올 (Peter Boxall) 교수는 『막스 하벨라르』를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21번 순위에 올려놓고 있으며,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이며 『꿈의 해석』의 저자인 프로이드 (Sigmund Freud 1856-1939)는 1907년 이 소설을 최고의 책으로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헤르만 헤세(Herman Hesse)도 세계적인 작품으로 평가했고 그가 감명 깊게 읽은 문학작품 목록에 기록하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는 UNESCO에 이 소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했다. 또한 2002년 네덜란드문예진흥원으로부터 ‘네덜란드 문학사상 최고의 걸작’이라는 영예를 받았다.
 
마지막 장에서 물따는 이 책을  "내가 아는 소수의 언어로, 그리고 내가 배울 수 있는 많은 언어로" 번역 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실제로 1868년에 영어, 프랑스어로 번역되었고, 이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인도네시아어로는 1972년이 되어서야 번역되었다.
『막스 하벨라르』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물따는 자신이 직접 펜을 꺼내며, 식민지 정책에 대한 맹렬한 비난과 인도네시아인 들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고 네덜란드 국왕에게 요청하는 탄원서에서 이 소설은 절정에 달한다.
 
물따는 정의 구현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으로 핍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관심을 가졌다. 부정에 대항을 했고, 잘못된 행동, 방향, 절차로 인해 인도네시아인 들이 노예처럼 전락한 것에 연민을 느꼈다. 또한 그들이 아메리카 인디언처럼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타 종교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존중, 즉 인간이 가져야 할 보편적인 가치가 이 소설 안에 모두 담겨져 있는 것이다
 
『막스 하벨라르』의 한 부분인 사이자와 아딘다 (Saijah와 Adinda)에서 당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물소가 빠랑 꾸장(Parang Kudjang) 지역 책임자에게 잡혀 갈 때, 그는 오랫동안 깊게 슬퍼했다. 상처 입은 시간들은 다가 왔다. 모내기  철에 뿌릴 볍씨는 이미 바닥이 났고, 결국 곡간에 쌓을 벼 한포기 남아 있지를 못했다.”고 쓰여 있다. 이 작품은 처음으로 민중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손꼽히고 있다. 자바 문학이나 인도네시아 문학은 그 때까지는 그러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따는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다.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과거 네덜란드 문학 작품의 언어를 크게 향상 시킨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유연하고, 확실하고, 감동적인 언어 스타일을 통해 죽어 있던 네덜란드의 문학을 깨어나게 했으며 잠자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소설가인 뿌라무디야 아난따 뚜르(Pramoedya Ananta Toer)는 “물따는 문학적 언어로 쓰여 졌으며, 주인공의 아픔과 투쟁 정신을 잘 그리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기록 된 작품으로 네덜란드와 유럽 공동체에 알려진 식민지의 비극적인 운명의 베일을 벗겨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다음 세대의 문학인들에게 큰 문학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 예로 ‘80 운동’을 들 수 있으며, 주역들은 반 디젤(Van Deyssel)과 클루스(Kloos)와 같은 물따의 문학 추종자들이었다.
 
『막스 하벨라르』는 인도네시아인 들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사실을 각성시킨 계기가 되었으며 그들은 자유와 독립의 필요성을 뼈아프게 느꼈다. 이로 인해 1945 년 이후, 민중들이 죽창으로 단결하여 1949년에 인도네시아는 마침내 완벽한 독립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이 소설은 제2차 세계 대전 뒤에도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로 남아 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탈 식민지화를 촉구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인도네시아 역사에 있어 물따는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그는 여성선구자 까르띠니(R.A Kartini), 소설가 띠르또(Tirtoo Adhi Soerjo)나 쁘라무디야, 시인 랜드라 (W.S. Rendra), 뿌장가(Pujangga Baru), 등을 통해서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현 세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강제 재배를 강요하는 식민주의에 대한 분노나 투쟁뿐만 아니라 전통과 권력, 그리고 봉건제도에 대항하는 힘찬 목소리가 되었다. 또한, 소설 제목은 1988년 “막스 하벨라르” 표 커피로 다시 태어나 공정무역의 지평을 열었다.
 
세계가 같이 살아가고 한국 경제에 희망이 실리려면 모두 다함께 가자고 외치는 물따뚤리가 얼마나 더 많이 나와야 할까.
 
 
*참고자료
양승윤 칼럼 고등학교(한국) 1학년 사회교과서
http://www.buruan.co/saijah readingmultatuli.co
 
**물따뚤리 삽화 by 배동선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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