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시. 최장오 순다의 어부는 노에 가락을 싣는다 누렇게 바랜 싯구에 막걸리 같은 텁텁한 목소리로 노랠 부른다 가락은 순다 해협의 높은 파고에 이내 묻혀버리고, 뽕밭이 바다로 가던 날도 선명한 높낮이의 노랫가락은 있었다 타클라마칸, 파미르를 지나 너
인문과 창작
2020-05-20
로소, 미안해. 정말 미안해! 사공 경(한인니문화연구원장) 바틱 작업장인 ‘바틱 로소(Batik Rosso)’ 에 천연염색 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색색의 다양한 문양은 여러명의 무희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작업장 뒤쪽에 펼쳐진
2020-05-18
피아노 치는 남자 홍윤경 / Pleats kora Indonesia 대표 그 남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펜더믹 코로나19라는 생소하고 낯선 상황으로 조금 망설여지는 그런 날이었다. 그를 만나기로 한 곳이 땅그랑 서르뽕 지역의 빈민가였기에 감염 걱정이 영 없지는 않은, 그래서인지 마음이 평온하지는
2020-05-03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 자카르타 슬럼에서 만난 아이들, 나 그리고 우리들의 꿈. 조인정 콘크리트에서 핀 장미 – 미국의 시인이자 래퍼인 투팍 샤커(Tupac Shakur) – 그대는 들었는가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장미에 대해 두 발 없이도
2020-04-29
Nuni(누니) 김은미 / CEO SUITE 대표 한낱 사랑에의 내 쉬임없던 관여와 정을 옮겨 지금은 이 한 포기 어린 꽃나무를 향기롭디 향기롭게 가꾸게 하소서. 아침엔 정결한 햇빛과 향을 잡아주고 밤이면 혼곤한 어린 잠을 지키는 결곡하고 따스한 등불이 되게 하옵소서. &n
2020-04-20
섬 마타하리 시.사진 박정자 1 날 때부터 나는 그 섬의 주민이었다 마타하리 맨발로 새벽바다를 걷다보면 저만치 나무 사이로 햇살이, 잘 웃는 친구의 얼굴처럼 볼우물 한가득 장난기를 물고 달려왔다 2 섬청년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기타를 칠 때 배를 타고 오
2020-04-15
코로나19가 앗아간 2020년 봄 글. 사진 이혜자 /푸드 코디네이터 4월 ,어느새 봄이다. 연두빛 어린 잎 사이로 봄의 전령사인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지금까지 없었던 계절에 살고 있다. '팬데믹(pandemic)'이라니 ,
2020-04-08
경제 발전(위기)과 중앙은행의 독립성 김성석 / UPH 경영학부 교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여러 번 연준이 지속적으로 이자율을 높인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발전된 자본 주의 사회에서는 거
2020-04-01
바오밥 나무와 나시고렝 노경래 마다가스카르 하면 바오밥 나무가 떠오른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서 개코원숭이들이 집처럼 뛰놀던 바로 그 나무다. 마다가스카르 하면 또 인도네시아인들이 Pisang kipas라고 하는 여행자나무(Traveler&
2020-03-25
보고르를 떠나며 조은아 “엄마, 이거!” 작은 아이가 또 등뒤로 다가와 주먹을 내민다. “노 땡큐!”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후딱 대답해 버린다. 모르는 이가 보면 참 무심한 엄마구나 싶겠지만 나는 속으로 떨고 있다. &
2020-03-18
쿠키를 추억하다 김현숙 쿠키 하나 눈부신 하얀 햇살 반짝이는 비늘하나 허공을 난다 무중력을 거스르고 땅에 닿으려는 몸짓, 이내 저쪽 어딘가로 사라진다 티셔츠에 박힌 털 하나 올 사이로 빠져 가슴 안쪽을
2020-03-12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남기- 나만의 인니 연관 검색어 조현영 어느새 인니 생활 20년차에 들어선다. 3년만 살고 돌아가자던 계획은 그저 계획이었을 뿐, 다들 그렇게 시작해서 20년을 훌쩍 넘기게 된다는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인니에 한번 발을 들였던 사람은 자바의 여신이 당겨 다시 돌아오게 만든
2020-03-05
프라무디아를 기억함 시. 채인숙 우리는 모두 망명자였다 꺾어진 길목마다 적도의 풀이 칼날처럼 흔들렸다 기
2020-02-25
“사람이 책이다” 조연숙 /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집필위원 “사람이 책이다.”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가제, 이하 한인사)를 취재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오게
2020-02-21
발리를 키운 것은 팔할이 예술이었다 - 자연과 종교와 예술혼의 합작품, 발리 – 사공 경(한인니문화연구원장) 여행을 가본 지역은 대부분 다시 가지 않는다. 발리는 다르다. 발리를 갔다 와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깊은 향수로 몸살이 나 다시 발리를 찾게 된
2020-02-14
맹그로브 숲에 가면 발가벗은 너를 만날 수 있다 시. 최장오 맹그로브 숲에 가면 바다가 가져다 준 달고 짭조름한 맛을 볼 수가 있지 썰물이 가져다 준 질그릇 닮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길게 난 상처를 치료하듯 둥그렇게 색칠을 하지 맹그로브 숲에 가면 맑은 수채화를
2020-02-05
특이점이 온 재인도네시아 한인사회 배동선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중국, 일본, 미국 같은 나라는 한인교민사가 100년을 훌쩍 넘은지 오래고 2019년엔 프랑스와 대만이 교민 100년사를 편찬했다. 이번엔 인도네시아 차례다. 자신이 일하던 은행에서
2020-01-27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는 새해맞이 음식 우리의 떡국 이혜자 / 푸드코디네이터 며칠 있으면 추석과 더불어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다. 설날은 한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설'은 '설다' '삼가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
2020-01-22
교도 민주주의 시기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 거듭된 개편, 조정 그리고 국립 인도네시아 은행의 제 1부처가 되기까지 김성석 / UPH 경영학부 교수 인도네시아사에서 교도 민주주의의 시기라고 불리는 1959-1965년 사이의 시기에는 의회민주주의가 많이 후퇴되는 시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러
2020-01-16
무대를 잃어버린 예술, 온델온델(Ondel-Ondel) 노경래 자카르타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Ondel-Ondel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생김새가 다소 우스꽝스럽고 음악 소리는 촌스럽게 들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있는 둥 마는 둥 그냥 지나칩니다. 어느 날인
2020-01-07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힌 거북이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물고기가 플라스틱 조각을 가득 주어 먹은 기러기가 쓰레기 더미를 헤집던 원숭이가 우리에게 말한다. 너희도 ‘멸종 위기종’이라고. 위기의 인간 조은아
2020-01-02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2019-12-23
[단편소설] 백골의 향연 배동선/’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산 속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씨티는 깊은 계곡 바위 틈과 정글 속 큰 나무들 밑에서 버섯을 따다가 해가 넘어가는 것도 몰랐습니다. “이 산의 마물들은 인간과
2019-12-19
별이 되는 마을 시. 김현숙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정다운 이들이 하나 둘 별이 되어 떠났다 함석집 할머니, 탱자나무집 아저씨, 고향을 떠나 살던 젊은이들이 반딧불 같이 깜빡이다 낯선 땅에서 지기도 여럿, 저녁이면 개들마저 더 소란하던
2019-12-11
나는 지금 우울한가? 글과 사진/ 조현영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다. 추적추적 비라도 내리면 괜히 울적해지고 힘들었던 과거의 한 장면이 스르르 떠올라 그것에 빠져들어 결국 ‘나 우울해’ 라고 느끼기 일쑤다. 슬픈 기분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