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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와스라야 피해 보상 타결의 주역, 코참 이강현 회장...이번엔 첫 할랄 한식당으로 무슬림들에게 더 가까이

작성일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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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니 한인상공회의소 이강현 회장, 

지와스라야 피해 보상 타결의 주역, 이번엔 첫 할랄 한식당으로 무슬림들에게 더 가까이...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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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식당에서 만난 이강현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장 (사진=배동선 촬영)

 


2022년 11월 <아시압맨(Ashiap Man)>이란 프라임비디오 인도네시아 오리지널 영화가 공개된 적이 있다. 넷플릭스가 지배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OTT 영화시장에서 그리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그런데 그 제목의 ‘아시압’이란 ‘알았어! 나만 믿고 맡겨!’ 정도의 의미여서 ‘예스맨’보다는 아이언맨 이미지를 살짝 덧입혀 ‘무엇이든 해결해 주려 나서는 초긍정의 수퍼히어로’가 보다 정확한 번역이 될 것이다.

 

지난 2 10() 자카르타 시내 한라 레스토랑(Halla Restoran)에서 만난 재인도네시아상공회의소 이강현 회장의 프로필은 그런 이미지에 딱 맞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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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임 비디오 오리지널 영화 <아시압맨> (출처=IMDb)

 

그는 무려 2세기(!)에 걸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요직을 역임했고 그 사이 9년 동안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코참) 수석 부회장을 맡은 끝에 2022년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최근 재선되어 2028년까지 한인상공회의소를 이끈다.

 

기업과 교민단체의 중책을 맡고서 현지 유력인사들과 끈끈한 유대를 심화하며 동포사회와 인도네시아 정·재계를 연결하는 활동에 정신없을 터인데, 현지 동포사회의 대소사에도 일일이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작은 문화단체 활동과 행사에도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온 그의 진가가 실로 유감없이 드러난 것은 2018년 발생한 지와스라야(Jiwasraya) 사태에서였던 것 같다.

 

부패한 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주가 조작 세력과 결탁, 부실 잡주에 투자해 고객들의 돈을 대량으로 날려버린 금융 비리 사건. 이 대목에서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보험사였던 지와스라야의 고이율 저축성보험상폼 ‘JS 세이빙 플랜의 모라토리움 사태를 새삼 잠깐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17조 루피아( 15,000억 원)에 달했는데 해당 보험을 판매한 유력한 한국계 은행의 공신력을 믿었다가 큰 피해를 입은 한인동포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한인 피해자들은 500명에 육박했고 피해액은 약 5,000억 루피아( 430억 원)에 달했다. 이 사태로 현지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인이 당한 피해액이 워낙 커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인 한인 피해는 보상 우선순위에서 한없이 뒤로 밀렸는데, 당시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총대를 매고 최전선에 나서 피해 한인들을 대변한 이가 이강현 회장이었다. 그 역시 지와스라야 사태 피해자였다.

 

아무리 큰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법. 심지어 교민신문들조차 이 사건의 추이를 더 이상 다루지 않게 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나 현지 신문을 통해 지와스라야의 당시 경영진들과 주가 조작 주범들이 무기징역을 받았다거나 정부가 지와스라야를 청산하고 새 국영보험사 IFG 라이프를 설립해 기존 지와스라야 고객들의 자산과 계약을 이전하는 채무 리스트럭처링 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 사건의 추이를 묻자 이강현 회장은 한인들에 대한 보상이 지난 7년간 무이자 할부로 진행되었고 올해가 보상 약속을 받은 피해액의 최대 70% 중 마지막 나머지를 정산받는 해라고 밝혔다. 사실상 보상 종료를 목전에 둔 것이다. 나머지 30%인 약 1,500억 루피아( 130억 원)가 결국 보상되지 않고 허공에 흩어진 것은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사실상 파산한 지와스라야를 대신해 국가가 보증하는 새 보험사(IFG Life)를 통해 그 만큼이라도 보상받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런 결과조차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이강현 회장이 인도네시아 국회에 출석해 한국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이라는 국가 신용을 믿고 투자했음을 강조하며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했고 국영기업부(BUMN)와 금융감독청(OJK)을 상대로 지속적인 면담과 집단행동에 앞장서 한인 피해자들이 보상 순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경주한 노력이 결정적인 동력이었다. 오직 그 한 사람의 힘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이 그렇게나마 타결된 것에 그의 지분이 가히 독보적이라 할 것이다.

 

당시 그는 국회에서 한인들은 물론 인도네시아인 피해자들의 위해 왜 국회가 나서 대변하지 않으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실제로 전체 피해자들을 대신해 수차례 공식 연설을 한 바 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후 8년이 지나 이제 보상 종료를 앞둔 현재 시점에 현지인 피해자들도 그에게 감사를 표해오곤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런 대단한 일이 벌어졌는데 왜 본국은 물론 현지 교민들 대부분이 지난 7년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설마 그 정도로 관심이 없어서? 아니면 누군가 그런 뉴스를 틀어막았던 걸까?

 

그의 책임감과 활동력의 기저에는 그가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현지 정·재계를 포함해 현지 사회와 한인 사회를 오가며 꾸준히 구축해온 공고한 네트워크가 있다. 그러니 외국인이 현지 국회 소위원회에도 나가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가 심지어 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 배우도 잘 안다고 한 대목에선 살짝 질투심도 생겼다. 그녀는 필자가 원작소설을 번역해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시가렛걸>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5부작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정야역을 맡았던 매력적인 배우다. 그의 네트워크가 비단 정·재계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주요 한인단체, 특히 한인경제단체의 수장을 맡은 사람들 중 내로라할 자기 자신의 기업체를 갖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역대 한인회장이나 한인상공회의소장, 심지어 각 업종별 협의회장조차 어딘가의 기업을 가진 사장, 회장들인데 이강현 회장은 평생 누군가의 기업을 위해 일해 온 사람이다. 그 점은 그의 약점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기업인들이 모인 단체에 대단한 재력가 기업인이 아니란 점에 감점을 준 회원사들도 분명 있겠지만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인맥과 신뢰를 디딤돌 삼아 꾸준히 성장해 온 능란한 협상가를 단체의 리더로 두 번씩이나 선택했다는 것은 고액 지폐와 수표, 유가증권이 가득 찬 기업의 금고보다 이해충돌을 비켜간 인물의 됨됨이와 탄탄하게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가 이 시대, 이 세계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유쾌하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그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그가 인도네시아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었다는 것이나 이슬람을 받아들여 숄랏 기도와 금식의 의무를 지키는 독실한 무슬림이라는 점, 그리고 한창 미디어에 자주 얼굴을 비치던 시절 그를 아이돌처럼 추앙하던 팬클럽까지 있었다는 것은 대체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나자고 하면 좀처럼 빼는 일이 없고 저 위의 고관대작부터 저 밑의 소외된 이들의 카톡에 모두 회신도 달아주는 등 소통과 교류의 스팩트럼이 넓고도 깊은 그는 현재의 직함과 위상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두 팔 벌려 환영하는 5성급 호텔 로비처럼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건 그가 걸출한 기업의 사장, 회장으로 재임한 적이 없고, 오히려 늘 어디선가 누군가를 섬기는입장이었기 때문에 체득된 독특한 포지션과 태도일 것 같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이들 중엔 대사관이나 한인회 말고도 그를 제일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점점 더 아시압맨에 한없이 수렴한다.

 

그런 그가 인도네시아의 첫 정통 할랄한국식당 한라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가 즐겨하는 투자 방식에 따라 이번에도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 동업이다. 자카르타 교외 알람수트라(Alam Sutra)에 만든 제주돈(Jeju Don) 식당도 하고 있으니 한라 레스토랑(이하 한라’)이 그의 첫 요식업 사업은 아니다. 참고로 제주돈 브랜드의 한식당은 서부 자카르타의 까뿍, 발리에서도 운영 중이며 수라뱌야에서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한편 한라는 한식당 중에선 할랄 인증을 받은 첫 번째 식당이다. 할랄(Halal)은 종교적 정결함을 뜻하는 이슬람 용어인데 레스토랑 이름 한라(Halla)는 한라산이란 의미 외에도 할랄의 직관적 뉘앙스를 유지하면서 스펠링 배치만 살짠 바꾼 애너그램(anagram)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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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 레스토랑 현관에 설치된 '할랄' 인증 표시 (사진=배동선 촬영)

 

현직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의 한식당 참여가 사뭇 뜬금없어 보이지만 최근 최태립 회장(PT. ITL, PT, KAL)의 예원, 성예식 사장(PT F1 Logix Indonesia)의 한옥 등 성공한 국제물류회사 기업가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자카르타 시내에서 이미 성업하고 있어 어쩌면 기업인들의 레스토랑 운영은 요즘 트렌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랄 식당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할랄은 단순히 돼지고기만 먹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식자재의 생산과 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구나 촉매, 첨가물 같은 것까지 정결해야 하며 소고기라 해도 할랄 도축 절차를 따라야 하고 돼지고기 요리를 조리했던 프라이팬으로 할랄 소고기를 조리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할랄을 추구하는 독실한 무슬림들로서는 아무리 한류에 심취하고 드라마에 나왔던 한국음식과 한국문화를 즐기고 싶다 해도 한국식당에 가는 것은 꺼림직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일반 한국식당이 할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편히 밥 먹을 공간이 필요해서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강현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마침 한라 건너편에 현대적 디자인으로 지어진 다아룻 따우히드 모스크(Madjid Daarut Tauhiid)에 다닌다. 한라는 그곳에서 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이 일말의 종교적 부담 없이 찿을 수 있는 한식당이며 이회장 가족이 늘 몇백 인분 씩 따로 도시락을 싸 제공하던 불우한 무슬림 이웃과 고아들을 불러들여 안전하게 한식을 먹일 수 있는 곳이다.

 

할랄 한식당의 아이디어는, 예전에 함지박, 명가면옥이 있던 자리인데 가족의 상을 치른 독실한 건물주가 할랄을 지키지 않는 기존의 한국식당을 퇴거시키자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바꿔 새로 개장한 한라의 2층에는 직원들과 손님들을 위한 기도실 무숄라(Musholla)가 준비되었고 K-드라마 주인공들의 소주 마시는 장면을 재현하려는 손님들을 위한 소주병 포장의 무알콜 탄산음료 모지수가 냉장고를 채우고 있다.

 

여담이지만 반둥에서 생산되는 모지수는 초기에 할랄소주'라는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종교부와 당시 할랄 인증을 담당하던 인도네시아 울라마 대위원회(MUI)에서 술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나 형태는 할랄 인증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해 이후 공식적으로는 '모지소 코리언 스파클링 워터(Mojiso Korean Sparkling Water)', 한글로는 모지수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Mojiso는 맛있다는 의미의 모지토(mojito)와 소주(soju)의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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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무숄라를 가리키는 이강현 회장(왼쪽)/ 소주병 포장의 무알콜 음료 모지수’ 

(사진=배동선 촬영)

 

현지 할랄허가청(BPJPH)의 엄정한 조건을 통과해 획득한 할랄 인증을 다는 것만으로 삼겹살과 소주를 찾는 한국인 손님 대부분이 배제되는 셈이므로 돈 벌겠다고만 생각했다면 내릴 수 없는 결단이었다. 이회장은 현 인도네시아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무상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밀키트, 패키지 판매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 레스토랑은 의외로 성업하며 순항하고 있다. 한식을 동경하면서도 종교적 이유로 한식당을 오지 못했던 현지인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이며, 동시에 정작 필자라도 인도네시아인 동료나 거래선에게 한식을 대접한다면 한라를 첫 번째 선택지로 꼽을 것이다. 한라 레스토랑에 대한 현지 무슬림들의 프랜차이즈 문의가 많아 조만간 자카르타의 다른 지역과 지방 몇 군데에 추가 매장 오픈이 계획되고 있다.

 

한류로 대변되는 K-컬처는 십자포화를 쏟아붓듯 물량을 대량 투하하는 것만으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상대국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며 우리쪽 문턱을 낮춰주는 세심한 배려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한라 레스토랑이 강변하고 있다.

 

자카르타와 수도권 지역만 해도 수백 군데가 족히 넘을 한식당들 가운데 유일한 할랄 한식당 한라는 어쩌면 현지 한국 요식업의 신기원을 기록하며 거꾸로 한국에 그 지점을 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감히 예상해 본다.

 

인터뷰를 마치며 인도네시아 정계 진출 의사를 물었다. 2024년 당시 김종성 변호사가 골카르당의 공천을 받아 현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차기 주자로 국립이슬람대학교(UIN)의 안선근 박사와 함께 이강현 회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교민사회와 취약계층을 위해 현실정치 참여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더 집중해야 하는 다른 일이 있어 뒤로 미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한인 출신 첫 인도네시아 정치인이 나온다면 이강현 회장의 이름이 또다시 일순위로 거론될 것은 분명하다. 인도네시아 사회와 교민 사회 양쪽 모두에서 이미 충분한 호감과 지지를 얻고 있는 그가 만약 정말 출마하려 한다면, 아직 한국 국적 보유자라는 사소한 문제만 하나 해결하면 된다.

 

팬클럽까지 가진 현지 한국인 직장인들의 롤모델, 한국과 인도네시아, 무슬림과 논무슬람 사이의 든든한 가교, 굴지의 기업인 단체를 이끄는 비기업인, 현지에서 곤란을 겪는 개인이나 기업들의 연락처 리스트 맨 위에 올라 있는 한인들의 핸디맨 등 이강현 회장을 묘사할 수 있는 많은 표현이 떠오르지만, 개인적으로 난 그가 바틱 셔츠 안에 아시압맨 로고가 들어간 쫄쫄이 수트를 입고 있을 것만 같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2026년  시가렛 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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