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수필가와 유튜버의 꿈 / 엄재석 > 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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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인니 지부 (137) 수필가와 유튜버의 꿈 / 엄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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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553회 작성일 2020-12-17 21:41

본문

< 수필산책 137 >
 
수필가와 유튜버의 꿈
 
엄재석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지난 일 년 동안엔 펜을 잡지 않았다.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글쓰기를 잊어버렸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편씩 발표할 정도로 열정을 가졌던 습작활동이었다. 모두 모으면 한권의 책을 낼 수 있는 분량의 수필을 써서 언론에 기고하기도 하였다. 이국땅의 교민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경험과 애환을 주제로 쓰면서 해외 거주 수필가를 꿈꾸었다. 급기야는 정식등단의 희망을 가지고 몇 군데 고국의 유명 신인문학 공모전까지 응모하였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어느 곳에서도 입상 소식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런 천재작가(?)를 몰라보는 기존문단 심사위원의 무지를 탓했다. 때를 잘못 만났구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붓을 놓고 말았다. 그러나 결코 잃어버린 일 년이 아니었다. 펜을 놓은 그 시간에 새로운 분야, 이 시대의 대세라는 유튜브에 도전하였다.
 
 
물론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올리는데 관심이 갔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대하여 낫 놓고 기역자 모르는 일자무식(一子無識)이었다. 어떻게 채널을 개설하는지, 어떻게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지, 어찌 유튜브에 올리는지 완전히 백지 상태였다. 단지 아는 거라고는 유명 유튜버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 하나였다. 휴가로 한국에 갔을 때 대형서점에서 관련 책도 구입했다. 스스로 공부하면서 유튜브 채널 계정을 열었다. 채널이름을 잘 지어야 성공한다 하여 고민도 많이 했다. 50~ 60세 장년층 은퇴 세대를 위한 채널을 지향하기에 "인해촌"으로 정했다. 물론 다른 의미도 있지만 채널의 구독자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기를 염원하였다.
 
채널을 개설하고 나서 소소한 일상의 사연들을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할 때는 사진이었는데 유튜브를 시작하니 동영상이 주가 되었다. 교민으로 인도네시아의 일상생활과 직업으로 건설현장의 영상을 재생 목록에 올렸다. 혼자서 기획, 촬영, 편집에 업로드까지 해야 하는 1인 크리에이터로서 이런 일을 한다는데 새로운 자신감도 생겼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누구나 손 안에 들고 다니며 영상을 시청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유튜버로 활동한다. 요즘은 정규방송의 뉴스를 보는 시청자보다 유튜버 영상을 보는 사람이 몇 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 엄청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한 유튜브는 2005년에 처음 개발되었다. 70대의 평범한 박막례 할머니는 구독자가 130만 명이 될 정도로 인기 스타가 되었다.
 
지금은 수십억 가입자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인터넷 사이트가 되었다. 덕분에 누구든지 자기가 만든 영상을 편집하여 세상과 공유하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다. 지금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유튜브의 검색창을 두드릴 정도로 유튜브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나도 유튜버이다. 하지만 남들처럼 유명해지기는 커녕 아직도 초보수준에 머물고 있다. 1천명 이상의 구독자가 있어야 소득이 발생하는데 내 채널은 불과 400명 정도이다. 잘 나가는 유튜버는 2달이면 된다는데 나는 2년이 지나야 기준을 달성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즐기면서 영상을 올리고 싶다. 한편 또 한편씩 올릴 때마다 창작의 산고와 희열을 함께 느낀다. 영상화된 내 삶의 흔적이 인터넷 공간에 시공을 초월하여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린다. 마치 밤새워 쓴 수필이란 옥동자를 세상에 내보낼 때와 똑 같은 설렘이다. 수필의 개념으로 백과사전에는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서정이나 사색과 성찰을 산문으로 표현한 문학 양식"이라고 규명하였다. 어떤 사물, 현상과 경험에 대하여 작가 나름대로 느낌과 성찰을 가미하여 쓴 산문이다. 지금도 좋아하는 수필로 작가 정비석의 "산정무한"이 있다. 금강산의 아름다운 서경과 작가의 정서적 서정이 조화를 이룬 수필이다. 이런 수필가가 되고 싶어서 산정무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마의 태자 부분은 지금도 외울 정도다. 그러나 내 필력의 한계인지 이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사실 수필이나 유튜브나 비슷한 장르이다. 사물과 경험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글이냐 영상이냐 차이일 뿐이다. 금강산의 소희를 정비석은 유려한 글 솜씨로 남겼지만 요즘 세대라면 영상으로 찍어서 유튜버에 올릴 것이다. 문자시대를 넘어 영상의 시대라 책보다는 핸드폰을 손에 잡는 시간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튜버의 삶을 병행하며 부족한 내 필력을 스마트폰 영상으로 만회하고 싶다. 그 누가 알랴, 어느 날, 수익이 빵빵하게 발생하는 유명 유튜버가 내가 될는지, 때로는 오프라인 책 속의 수필로, 때로는 온라인 유튜브 속의 영상으로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인도네시아 가룻의 아름다운 풍광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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