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코코넛 물이 알려준 지혜 /오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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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0-04-03 11:56 조회 8,686 댓글 0본문
<수필산책 100>
코코넛 물이 알려준 지혜
오기택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처음 인도네시아에 왔을 때 나는 무척 배탈이 자주 나곤했다. 새로운 나라에서 접하게 된 음식들은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그렇게 많은 음식들을 다채롭게 먹다보니 배탈에 자주 걸리곤 했다. 특히 길거리 음식을 자주 사먹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길거리 음식을 사먹으면 다음날 여지없이 장에 탈이 생겼다. 이렇게 자주 배탈이 나다보니 지사제를 자주 먹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자 약의 효력이 잘 듣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니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을 때 마다 항상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탈 설사로 고생을 하던 나에게 인도네시아어를 가르쳐주시던 현지인 선생님께서 코코넛 물을 사다주셨다. 처음 코코넛 물을 받았을 때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약으로도 잘 치료가 안 되는 상황에서 코코넛 물을 먹으면 배탈이 나을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나 우습게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배탈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적응 초기에 물갈이까지 하던 나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먹어야 했다. 그렇게 먹게 된 코코넛 물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코코넛 물을 마신 뒤 물갈이가 싹 나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생활이후 만성적으로 이어지던 배탈도 많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배탈이 나면 코코넛 물을 자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과학적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자연의 열매인 코코넛 물이 장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생활의 지혜에서 얻게 된 지식으로 인니어 선생님은 나에게 코코넛 물을 추천 해주셨던 것이다. 삶의 지혜인지도 모르고, 코코넛 물을 받고 처음에 속으로 우습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실 인도네시아에 체류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비교하는 생각을 갖곤 했다. 대부분의 결과는 당연히 ‘한국이 인도네시아보다 낫다’라는 쪽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곤했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인도네시아보다 한국이 좀 더 우월하다’ 는 편견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모습 자체를 받아들이고 배우려고 한 것이 아닌, 한국과 비교하며 인도네시아의 부족한 점만 보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경제적 차이도 있고 양국의 상황이 다르다보니. 일정부분에서 한국이 인도네시아보다 더 좋은 위치나 여건에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 그자체로 평가하고 생각하기보다는 한국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며 부족한 것만 찾으려고 했었던 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한국과 많은 비교를 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과가 ‘어떤 면에서는 한국보다 인도네시아가 좋다’ 라는 생각보다는 ‘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 왜 인도네시아에서는 안 되나? 이러니 인도네시아지’ 라는 말과 불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도네시아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손님으로 셋방 들어와 살면서 셋방 손님이 주인집을 함부로 평가했던 셈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인도네시아에 왔으면 인도네시아의 생활을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느 순간 ‘한국적 시각’ 이라는 편견으로 인도네시아를 평가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싶다. 그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라는 나만의 필터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연의 열매인 코코넛 물처럼 우리는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삶의 지혜가 무수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살면서 그들의 문화는 우리가 평가하고 비교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배워야하는 삶의 지혜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가 ‘한국적 시각’으로 보고 평가했던 것들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어색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나라마다 사람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환경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는 필연코 발생 할 수밖에 없다. 그 차이는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지 비교하고 평가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닌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삶 그 자체를 이해하며 그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인도네시아에서 더 ‘잘’ 생활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느꼈던 많은 불편함들은 어쩌면 그들의 문화를 물어보고 받아들였으면 사라졌을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매일 만나게 되는 현지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배우고 싶다. 더불어 그들에게도 나의 지식이나 노하우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 인도네시아 선생님이 나에게 코코넛 물을 주며 호의를 베풀어 주었던 것처럼 이제는 나도 한국적인 나만의 지식을 그들과 나누며 호의를 베풀고 싶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이방인이라는 낯선 신분으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반갑게 받아들여 준만큼 나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인도네시아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고 싶다. 뜨리마카시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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