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44> 3.1절 백주년 기획특집 아베마리아(Ave Maria, Hail Mary) - 위대한 어머니들에게 - 이영미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탕탕탕”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권총 세 발을 명중시키고 그 자리에서 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사나이 안중근,조국의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많은 민족 열사 중에 유독 안중근이라는 이름 석 자가 후세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와 주고 받은 옥…
< 수필산책 43 > 비린내론 이영미 / 수필가,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익히지 않은 것들은 비릿한 냄새를 풍긴다. 비릿하다는 것은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다는 은밀한 욕구이다. 때로는 누군가의 욕망이나 비밀이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처럼. 자연이 소유한 향기가 부러운 인간의 욕망이 향수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후각을 잃는 동시에 추억도 함께 잃어버린다”는 명대사가 나오는 <퍼펙트 센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효과적인 암기법으로 이미지 연상법이 유행이듯이 후각이 더해진 기…
< 수필산책 42 > 90세 아버지의 자카르타 방문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수카르노하따 공항의 1층 입국장 문이 열리자 아버지가 나오신다. 90세 아버지가 7시간이란 긴 여행 끝에 인도네시아 땅을 처음으로 밟는 순간이다. 장시간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신 아버지의 모습에 껴안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아니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이라도 했을 것이다. 이국 땅에서 연로하신 아버지를 뵙다니 이게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된다. 아버지와 함께 오신 형님과도 진한 포옹을 나누었다.…
<수필산책 41> 행복을 전하는 말 한마디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한주가 시작되는 활기찬 어느 월요일,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싱그러운 월요일! 건강 조심하고 행복하게 보내~” 짧은 글이긴 해도 어쩐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마음에 온기가 전해져 온다. 몇 년 전부터 각종 매체들로 연재가 늘어난 나의 하루는 머리도 몸도 편하게 쉬지 못하고 늘 많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
< 수필산책 40 > 여름산사에 두고 온 보름달 이은주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늦은 시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회사 마당 위로 보름달이 그윽하게 내 얼굴을 비추고 있다. 구부린 어깨를 힘껏 제쳐 보름달을 올려보려니, 어느새 발밑으로 내려와 보폭이 다른 발걸음에 하마터면 보름달 궁둥이에 부딪칠 뻔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뜨거운 열대의 적도 하늘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의 유일한 취미는 언제 어디서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지금쯤 고향의 밤하늘에도 보름달이 뜨고 있을까?사립문 마당에 …
<수필산책 34 > 기억 속의 산책-같은이름, 다른친구 조수미 하연수 / 한국문협인니지부 감사 며칠 전,아침시간에 문협단체 방에 올라온 ‘기차는8시에 떠나네’소프라노 조수미 노래를 듣다가 불현듯 아주 오래 전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마도 국민(초등)학교6학년 때였을 것이다. 옆자리에서 공부했던 같은 이름의 다른 소녀 조수미를 떠올려 본다. 졸업식 날, 새벽부터 내리던 눈이 온 해동 천지를 하얗고 부드러운 이불로 덮어주고 있었고, 눈 내리는 이른 아침 학교 가는 길 따라 …
< 수필산책 24 > 자유와 평화의 꿈을 실현한 사람들 서미숙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수필가, 시인) 얼마 전 시청자들의 아쉬움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아주 감동 깊게 보았다. 구한말 시대를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를 지키다 불꽃처럼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떠나와 살고 있는 환경 탓일까? 두고 온 기억들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너무나 가슴이 절절했다. 젊은 시절 한국에 살 때와는 달리 고국을 향한 뜨거운 마음은 더욱 커지는 것만…
< 수필산책 14 > 커피 한잔 이강현 / 문협 자문위원 소주 한잔, 와인 한잔, 커피 한잔, 삼삼오오 둘러앉아 인생을 논할 때, 때론 미치도록 고독할 때, 세상 모든 걸 다 가진듯한 충만함이 느껴질 때, 삶이 서글퍼 혼자 울고 싶을 때, 이슬비가 촉촉히 마음을 적실 때, 햇살이 너무 따뜻할 때, 이런 순간에 우리를 곁에서 지켜주는 바로 그 한잔 들이다. 그럼 왜 한잔이었을까? 한잔으로 여러 잔이 시작된다는걸 우린 인지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한잔으로 시작해야 하겠지. 그 한잔이 중독이 되기도 하고 …
<수필산책 4> 오만과 독단의 성(城) 신 정 근 / 수필가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거주) 삼월의 마카사르는 어느 시인이 언급한 사월 못지않게 잔인한 달이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다가도 갑자기 억수같이 폭우가 쏟아지는 도시 속에서 이방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변화무쌍한 날씨와는 반대로 변함없는 것은 하루 다섯 번씩 제 시간마다 온 도시에 울려 퍼지는 이슬람 사원의 기도소리뿐이다. 나는 얼마 전 개인전을 끝내고 벌써 몇 달째 그림도 그리지 않고, 글도 읽지 않고, 사랑도 하지 않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