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의 발리를 보았다 조현영 한국에 있는 딸이 방학을 맞아 그녀의 고향 자카르타를 다녀갔다.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늘 옆에 끼고 살던 녀석이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방문자 자격으로 부모가 있는 자카르타로 오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녀를 위한 특별이벤트로 발리에서 서핑을 배우기로 결정하고, 서핑 배우기 좋은 꾸따(Kuta) 인근에서만 지냈다. 꾸따는 발리를 갈 때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다. 꾸따로 들어가는 길은 늘 막혔고, 꾸따 해변에 가면 잡상인들이 너무 따라다녀 어수선하고 주변은 지저분해서 바…
꽃은 새벽에 진다 김현숙 꽃은 언제나 새벽에 진다 가장 장엄한 시간을 기다려 꽃잎 끝으로 피를 흘린다 소란소란, 여기저기 툭툭 터지는 환희에 늦을세라 봉오리를 펼쳤던 기억 비틀대며 자리를 잡고 저를 알아가는 날들은 비가 오듯 바람 가듯 바래고 얇아지는 영혼 쉼 없이 흔들리는 가지에 온전한 평온함이 있었던가 내가 아는 꽃은 새벽에 진다 별도 지고 밤도 숨을 멎는 순간 그쯤이어도 여전히 좋을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끝을 맺는다 …
모시 홑이불을 덮고 홍윤경 / Pleats koko대표 외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한 단어는 정갈함이었다. 단정하고 깨끗하고 그래서인지 조금은 까탈스러워 보이는 모습. 할머니가 기성복을 입으신 것을 본 기억이 그다지 없다. 손수 당신의 옷을 많이 지어서 입으셨고, 당신의 딸들에게 그리고 하나뿐인 첫 외손녀인 나에게까지 당신이 손수 바느질한 옷을 지어주셨다. 그 옷의 모양과 섬유의 종류가 간혹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지만 외출복으로만 안 입으면 그만이니까 할머니가 지어 준 옷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손수 …
미국 동부 여행, 중국 이민자들과 베트남 피난민들의 이야기 조인정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 10시간이 넘는 지루한 시간 동안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 화면에 보이는 영화들을 손가락으로 넘기고 넘겨본다. 고심 끝에 고른 영화는 미국 뉴욕 맨해튼 워싱턴 하이츠라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뮤지컬로 꾸며낸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다. 열렬한 뮤지컬 팬인 내가 어떻게 뮤지컬 영화를 지나치겠냐 만은, 내가 이 영화를 보기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가 푸에르토리코 ·…
족자 바틱 Batik Jogja 사공경/한인니문화연구원장 오늘은 어떤 바틱을 입고 출근할까? 출근하기 전에 바틱을 고르는 시간은 즐겁다. 어느 기관과 MOU를 체결 한다거나 격식을 갖추어야 할 미팅이 있는 날에는 나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족자카르타 바틱을 즐겨 입는다. 또한 인도네시아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 날에도 족자카르타 바틱을 입는다. 문화유산을 좋아하는 나는 족자카르타에서 만난 바틱이 첫눈에도 문화유산임을 알 수가 있다. 족자 바틱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큰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상징성을 추구하면서 전통을…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시간 벨에포크 테이블(Belle époque Table) 이혜자/ 리빙스타일리스트 'Belle époque'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끝난 1871년부터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40년동안 전쟁이 없었던 평화로 가득 찼던 유럽의 부흥기를 말한다. 특히 프랑스는 경제와 문화 예술을화려하게 꽃피우며벨에포크 시대를 열었다. 산업혁명과 식민지에서오는 풍부한 물자로봉마르셰 백화점를시작으로 소비의 시대가열렸고,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
꿈에 대한 이야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달러구트 꿈 백화점 조은아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무슨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최근에 읽은 두 권 책을 통해 꿈의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여고 시절 이후 소설을 읽을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더 솔직히는 소설보다는 더 현실적인 사실과 정보을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해 왔던 것 같다. 무엇에 이끌렸던가. 순식간에 읽어버린 두 권의 소설은 의도치 않게 모두 선택과 꿈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 권은 선택하지 못하고 버린 ‘꿈’에 관한 이…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글과 사진 이혜자/ 푸드코디네이터 팬데믹 시대, 코로나와 맞서 싸웠고,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는 것 만으로도 고단했던 2021년.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소중한 것을 잃은것 같지만 더 크고 귀한 것을 배운 시간. 무언가를 이루는 것 만큼이나 벼텨내는 것, 지켜낸다는 것이 위대한 마음임을 새삼 깨달은 한해 였다 . 2021년의 끝자락 12월.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 앞에 가까이 찾아온 크리스마스에는 내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어제 그리고 오늘 2021 (부제: COVID19) 최장오 또꼬페디아쇼피블리블리라자다부까라빡알리바바 아마존까지 넘나들다 끝내 잠든 손가락 관절에 바늘 끝 통증이 시름을 더하는 하루 계수나무 아래 금방아를 찧어 대는 21세기, 역사책 한 귀퉁이 처박힌 14세기 흑사병이 구석구석 거리를 휩쓴다 꿈인지, 쉬지 않는 앰블런스에 잠을 깬다 아직도 대낮…… 온몸을 들썩이며 뿜어대는 하얀 기침들 흰 방역복 속 누군가 지옥의 야차처럼 빠짐없이 검문하며 잡아들인다 창틈으로 빠져나와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나요? 조은아 최근 한 프랑스인이 롬복의 린자니 화산에 널린 1,600kg 상당의 쓰레기를 수거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는 린자니 화산을 처음 올랐을 때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에 큰 충격을 받아, 바게트 빵을 팔아 자금을 모으고 롬복의 환경단체인 그린린자니(Greenrinjani)와 함께 쓰레기 원정대를 꾸려 3일에 걸친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도 쉽게 실천할 수 없는 일을 먼 타국 그것도 해발 3,000m 화산에서의 쓰레기 수거라니, 대단한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