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161> 와이파이 좀 나눠쓰시죠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친한 친구의 선배라고 소개받은 P가 있었다. 마주칠 때마다 항상 허리를 깊게 굽혀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사람이 참 단정하고 공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 3년 전부터 P는 내가 일하는 곳의 옆 칸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 내 일터에서 다섯 걸음 정도면 닿는 곳에 P의 사무실로 들어설 수 있는 문이 있지만 한 번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일이 없었다.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
< 수필산책 160 > 코코넛 빗자루의 교훈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열대 각 곳에 서식하여 남국의 정취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야자수에 얽인 추억도 많고 매력도 다양하다. 야자수는 우리 인간에게 주는 유익함도 수없이 많다. 한마디로 야자수로부터는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다 쓰임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야자수는 전적인 헌신을 인간에게 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야자수에서 얻는 것 중에 잎줄기에서 얻는 빗자루는 인간 삶의 주변을 청소할 때 필요한 소박하고 전통적인 도구…
< 수필산책 159> 듣기의 기술 전현진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말이 넘쳐난다. 눈뜨면 쏟아지는 정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이곤 한다. 두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 올려 누구보다 높은 곳의 말을 잡으려 한다. 딛고 선 발은 땅에서 한 뼘도 올라서지 못하면서 두 팔만 허공을 휘젓는다. 우리는 무슨 말을 잡아 귀에 담아야 할까? 두 발에 잡힌 몸통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말을 듣는다는 것은 정보를 취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취하고자 함은 이상을 좇아 바라던 바를 이뤄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여기저기 가득한…
<수필산책 158> 스승과 제자 하승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최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 최초의 연기상이라는 사실 때문에 국내 언론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지만 작품상이나 감독상 등 후보에 올랐던 나머지 다섯 개 부문들의 수상이 불발되면서 아쉬워하는 보도기사들도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작년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네 개의 ‘오스카’를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 …
<수필산책 157> 인니어 해프닝 ‘Puyeng puyeng!’ 함상욱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Puyeng puyeng 뿌영뿌영! (머리 아프구만!)” “저기, 이거 맞는 거지?” “이 숫자 틀린 거 아니야?” “MR. PUYENG PUYENG BANGET” (미스터! 머리 아프게 하네, 진짜!) 나하고 업무를 함께 하는 현지 여직원 얼굴이 붉은 사자 마냥 화가 난 얼굴로 총총히 사라진다. …
<수필산책 156> 거짓말에 관한 설화[說話]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옛날, 옛적에 과거 산을 지키는 신이 있었다. 이 과거 신은 신선만이 먹는 '진실' 이라는 열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매년, 이 열매를 수확할 때만 되면 두 마리 짐승이 나타나서는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한해 지은 농사를 완전히 망쳐 놓는 것이었다. 한 마리는 '핑계' 라는 놈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변명' 이라는 놈이었다. 이 두 마리 짐승은 날래고 성격이 포악하여 잡아 두는 게 여간 힘든 …
<수필산책 155> 타임머신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거실 시계의 배터리가 다하여 멈추어 버렸다. 말끔한 건전지를 찾아 교체해 주었더니 다시금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거꾸로 바늘을 돌렸더니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순간 타임머신이 별건가 하는 생각이 반짝 머릿속을 스쳐 갔다. 시간이 흘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원을 일곱 번 그었으니 나는 일주일 전의 나이겠구나. 그럼 만 천 번 정도를 되감으면 박박 머리 꿈 많던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남고에…
<수필산책 154> 가을과 남자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꽃이 피는 화창한 날씨의 봄을 일컬어 여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봄은 골짜기에서 얼어붙은 눈과 얼음이 녹아 낮은 지대로흐르며 물기를 머금은 대지가 만물을 품어 꽃과 열매를 풀어내듯, 희망의 봄이 여성으로 비유되는 것은 여성이 사랑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아름다움의 상징이기 때문이리라.그런가 하면 잎이 떨어지는 서늘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남자는 거칠고 황량한 야생의 둔덕에서 억새풀처럼 질긴 의지로 살아남아야 하는…
<수필산책 153> 나의 피터 팬은 어디로 갔을까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한 달을 준비하던 본사와의 회의가 끝나고 오늘은 기필코 일찍 퇴근하겠다는 일념으로 급한 보고서만 몇 개 처리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럭다운 하던 시절이 그리울 정도로 오늘 수디르만 대로는 차량들로 꽉 막혀 있었고, 이른 퇴근에도 불구하고 차량 정체에 지친 몸은 차량 시트로 자꾸 파고들었다. 막힌 차량들 사이로 날 파리 떼처럼 요리조리 쏙쏙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들을 보면서 괜한 짜증만 낸다. 내 삶은 언제부터…
<수필산책 152> 창공에서 느끼는 ‘푸에르토프린세사’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나의 비행기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도착지인 자카르타까지 2시간 50분이 남은 시점에 있다. 현재 지도상 자카르타까지 거리는 2402km 지점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내에서 글을 쓰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지는 불과 몇 년이 안되었다. 20여년을 서울과 자카르타를 오가면서 비행기를 잘 못 타는 일들이 많았다. 자주 겪는 난기류의 공포와 인도네시아 땅에서의 지진피해 공포였는지 모르지만 힘든 시간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