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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인도네시아 독후감대회 1등 "여성끼리 도와야"

대사관∙정부기관 작성일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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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장과 나디라씨[자카르타=연합뉴스]
 
반둥공대 졸업 후 국영석유회사 근무 나디라 알리야씨
 
"김지영은 한국 여성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차별과 불이익 속에 사는 여성들이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이 개최한 '82년생 김지영' 소설 독후감 대회에서 336명 가운데 1등을 차지한 나디라 알리야(27)씨의 독후감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26일(현지시간) 자카르타의 한국문화원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난 나디라씨는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김지영과 자신의 경험, 인도네시아 여성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나디라씨는 "대학 다닐 때부터 한국 드라마, K-팝을 좋아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개봉된 영화로 먼저 봤다"며 "독후감 대회 소식을 접하고 책으로 읽었는데, 책의 내용이 영화보다 훨씬 상세했다"고 말했다.
 
나디라씨는 소설 속 김지영의 이야기에 비춰봤을 때 자신이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자카르타에서 태어난 나디라씨는 인도네시아의 명문대인 반둥공과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에서 일한다.
 
그는 세 자매 가운데 맏이로, 둘째 여동생은 간호사로 일하다 의료회사에 들어갔고 막내 여동생은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를 다닌다.
 
나디라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다행히 남아선호사상이 많이 사라졌다"며 "만약 내가 김지영과 같은 분위기에서 컸다면 막내 여동생을 갖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디라씨는 "엄마가 대학을 졸업하고 19년 동안 회사에 다니셨다"며 "어렸을 적 엄마 회사에 따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부모님은 여자도 일해서 자립할 수 있어야 하고, 경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이런 가족 분위기 속에 공부하고, 직장을 가졌지만, 시골에 사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법정 혼인 최저 연령이 19세임에도 17세나 더 어린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키운다"고 말했다.
 
나디라씨는 "여성이 어린 나이에 결혼하면 경제권이 없기에 가족 안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은 고학력일 필요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나는 여성들이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디라씨는 "여성의 적이 여성이 되면 안 된다. 여성들은 질투와 경쟁심보다 서로 돕고 의지해야 한다"며 자카르타 통근 열차 안에서 임신한 여성이 다른 여성들로부터 자리 양보를 받지 못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나디라씨는 "소설에 보면 김지영이 임신하고 퇴직한 뒤 친구가 찾아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사 왔다'며 립글로스 하나를 선물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나는 여성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나디라씨는 미혼이다. 그는 명절 때 가족 모임에서 스무살이 넘은 여성이 결혼을 안 하고 있으면 친척들이 '언제 결혼하니?', '가족에게 애인 소개를 안 하니'라는 질문이 쏟아진다며 "수십 번도 넘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디라씨는 한국의 최근 '비혼주의 문화'에 관한 의견을 묻자 "인도네시아인의 시선에서 보면 평생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는 있지만,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기에 다른 사람이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개인적으로 내 일을 더 하고, 인생을 즐기다 적합한 상대가 나타나면 그때 결혼하고 싶다"며 "딸을 낳으면 어머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강한 자아를 가지게 해주고 싶고, 아들을 낳으면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나디라씨는 "한국 영화·드라마도 물론 좋아하지만, 소설책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한국작품을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용운 한국문화원장은 "최근 들어 한국 현대문학에 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화화된 작품을 원작으로 읽고 싶어한다"며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사업으로 '82년생 김지영'이 인도네시아어로 번역 출판됐기에 독후감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인들의 한국 사회 이해도를 높이고, 문화 저변을 넓히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여러 장르의 한국 문학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해 현지에 소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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