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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인도네시아 사회불안의 본질, '무너진 계층 사다리와 불평등' 정치 편집부 2025-09-1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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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5일, 자카르타에서 국회 하원(DPR)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지난 8월 하순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위와 폭동의 기저에는 줄어드는 기회, 뿌리 깊은 불평등, 계층 간의 깊은 간극으로 인한 좌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자카르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학생, 노동자, 시민단체, 그리고 승차 공유 기사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애당초 경제적 부담과 구조적 불의의 타파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 직접적인 계기는 국회의원들의 누리는, 과도해 보이는 수당과 혜택 때문이었으나 그로 인한 박탈감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며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13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자카르타공립대학교(UNJ)의 사회학자 라흐맛 히다얏은 이번 시위가 단지 최근 몇 주 동안 발생한 문제만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불만이 그 정점을 찍으며 마침내 분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은 자신이 뽑은 국회의원들이 받고 있던 호화로운 특혜, 기득권층을 위한 세금 감면과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차관들의 국영기업 이사 겸직으로 인한 이중 수입과 이해충돌, 고통받으며 투쟁하는 국민들 위에서 뻔뻔스럽게 군림해온 탐욕스러운 공무원들의 모습에 애써 침묵하며 오랫동안 비참한 박탈감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터진 이번 시위와 폭동은 심화되어 가는 경제적 불의와 서민들에게만 더욱 제한된 기회 접근성의 심각성이 마침내 어떤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 경제경영대학원 경제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17~2024년 기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4% 성장한 반면 실질임금은 연평균 0.6% 상승에 그쳤다. 일자리 창출 역시 부진해 전체 일자리의 80%에 해당하는 1,40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가내 사업체, 즉 영세중소기업에 집중됐다.

 

라흐맛은 지난 8월 시위대가 맞서 싸운 것은 권력자, 즉 세금을 적게 내고 인맥과 연줄을 이용해 더 높은 직업 안정성과 기회를 누리는 엘리트들만 철저히 보호하는 견고한 기득권끼리의 사회적 계약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시민들은 가파른 세금 인상, 열악한 공공 서비스, 점점 더 좁아지는 신분상승의 기회 속에서 허덕이는 중이다.

 

지난달 자카르타에서 시위와 폭동이 정점에 이르기 직전, 전국적으로 토지세 및 재산세가 급격히 인상되는 등 반민중적 경제 정책에 대한 시위가 발생했다.

 

경제학자들은 지방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중앙정부의 지방교부금이 대폭적인 삭감을 당하자 지자체들이 국민들의 고통을 도외시하고 오직 충분한 지역 재정을 확보할 목적으로 지방세를 가혹하게 인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정부는 2025년 국가 예산에서 지방 교부금 예산을 5.6% 삭감했고, 2026년 예산 초안에서는 대통령 지시 1/2025호에 따라 추가로 25% 삭감하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따라서 정부가 이 문제를 해소할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기 전까지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라흐맛은 지적했다.

 

빠라마디나 대학교 경제학자 위자얀또 사미린은 정부 정책이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지 이미 오래이며 화려하기만 하고 실제 깊이는 턱없이 부족한 포퓰리즘 프로그램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치솟는 생활비의 무게를 짊어지게 만들고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점점 더 멀어져가는데 정부가 이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정치인들의 시민에 대한 조롱, 그들이 받는 특혜, 그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부정부패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무너진 사회계층 간 사다리는 교육 접근성 향상과 일자리 증가를 통해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산업화, 투자, 더 많은 공식적이고 투명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위자얀또는 주장했다.

 

부패 자산 몰수법도 국민들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부패 등 중범죄로 취득했거나 또는 발생한 자산을 최종 유죄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매각 또는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우선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부패자산몰수법안은 일찍이 2009년 국회에 넘어갔으나 아직까지도 입법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부유세 개념 역시 이번 시위 기간 동안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부유층에 대한 별도의 세금 부과가 계층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위한 재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위자얀또는 부유세가 도입되면 투자자들이 보다 확실한 법적 보장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웃 국가로 빠져나가 인도네시아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음을 경고했다.

 

끝나지 않은 저항

지난달 시위 이후 시위의 과격 양상이 대부분 사라져 어느 정도 평온이 돌아왔지만 개혁 요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이른바 ‘17+8 국민 요구'를 내세우며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17+8 국민 요구운동은 9월 초, 유명 인사와 온라인 활동가들이 주도하여 정치 엘리트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시한을 정해 의미있는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지난 9일에는 인도네시아 경제학자연합 소속 약 400명의 지역 경제학자들은 사회 복지와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7가지 긴급 경제 요구의 일환으로 정부가 지출 우선순위를 지키고 제도적 독립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쁘라보워 대통령이 원칙을 무시하고 자기 공약사업에만 우선적으로 예산을 몰아주고 있음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해당 청원서는 현재 사회적 역학 관계와 정부의 행태가 빤짜실라(Pancasila) 건국이념의 다섯 번째 원칙인 '모든 국민들을 위한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건국 이념에서 크게 벗어났음을 지적했다.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은 정부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 표출을 환영한다면서도 8월 시위와 폭동의 흑막 배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하며 시위가 끝난 후 온라인 인플루언서 등 반정부 발언을 한 인사들을 배후로 지목해 속속 체포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쁘라보워는 내각 개편을 통해 명망 높은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띠 재무장관과 이번 폭동 사태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부디 구나완 정치안보조정장관에 대한 문책성 해임을 단행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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