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대통령 선거개입 저격한 다큐멘터리 <Dirty Vote> 정치 편집부 2024-02-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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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선거(Dirty Vote)> 화면 캡쳐 (사진=PSHK 유튜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이번 주에 있을 대통령 선거가 유력 후보인 쁘라보워 수비안또 국방장관에게 유리하게 펼쳐지도록 그간 대통령 권한을
활용해 국가 자원을 사사롭게 동원했다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지 하루만에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근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 2019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한 쁘라보워가 이번엔
마침내 확실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NGO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그의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의
출마자격을 얻어 주려고 헌법재판소의 대선후보 연령하한선 관련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선거일을 코 앞에 둔 시점에 ‘사회부조’라는 미명으로 국민들에게 금품을 살포하면서 자신의 정책
승계를 최대 공약으로 내건 쁘라보워를 선거 레이스에서 압도적 선두주자로 만들어 주었다며 비난하고 있다.
탐사보도 전문으로 명성을 얻은 언론인 단디 락소노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추악한 선거(Dirty Vote)>가 2월
11일(일) 유튜브를 통해 무료 공개되었는데
해당 다큐멘터리는 쁘라보워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조코위 행정부가 국가공무원들과 재정을 동원했다는 혐의를 비롯해 여러 의혹들을 다루고 있다.
이를 보도한 AFP통신은 해당 다큐멘터리가 주장하는 내용을 자체적으로 모두 검증하진 못했다고 각주를 달았다.
쁘라보워 측 선거본부는 해당 다큐멘터리가 제기한 모든 의혹들을 즉시 부인했다. 쁘라보워
진영 선거본부 부본부장 하비부로끄만은 다큐멘터리의 내용 대부분이 중상비방에 해당하며 가정에 근거한 비과학적 요소들로 점철된 증오발언일 뿐이라고
반격했다. “이건 사보타지의 경향이 엿보입니다. 아니, 그보단 근거 없는 이야기로 선거 자체의 위상을 추락시킨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세 명의 저명한 헌법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일요일 유튜브에 공개된 후 하루 만에
800만 회 이상 조회되었고 이를 본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서 주장하는 바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수많은 코멘트를 남겼다.
“인도네시아의 진정한 정치상황에 대해 눈뜨게 해준 <추악한 선거> 제작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해당 동영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의 내용이다.
<추악한 선거>는 일요일 밤 사이 전세계적인 트랜드가 되었고 50만 명 이상이 X 플랫폼에 관련 트윗을 남겼는데 여기엔 정치인들도
다수 동참했다.
2014-2019년 기간 동안 조코위 대통령의 부통령을 역임한 유숩 깔라도 해당 다큐멘터리의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코멘트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모든
것을 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각 지역, 각 마을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들, 사회부조라는 딱지가 붙은 금품들이 어떻게 배포되는지,
공무원들이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까지 모두 다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조코위처럼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를 지정하여 노골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는 경우여서 선거기간 동안은 물론 그 이전부터도 줄곧 논란과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코위 대통령이 직접 특정 후보, 즉 쁘라보워를 지지한다고 대놓고 발언한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그는 대통령이 특정후보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학가에서 쏟아지는 비난성명에 결국 그 뜻을 접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2월 10일(토) 중부자카르타 글로라붕까르노(GBK) 경기장에서 열린 쁘라보워-기브란의 마지막 대규모 유세 행사에 대통령이 얼굴을 비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그렇게 손을 맞잡은 조코위 대통령과 쁘라보워 국방장관은 앞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격돌했던 숙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는 전국의
유권자들은 눈꼬리를 치켜 뜨며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철천지 원수가 갑자기 서로 죽고 못사는
절친이 되었다면 그 배후에 대오각성과 개과천선의 기적이 일어나기보다는 모종의 납득할 만한 거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옵저버들은 조코위 재임기간 중 인도네시아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한 것에 대한 우려, 과거
쁘라보워의 활동가 납치 등 인권침해사건 가담 의혹,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왕조 구축 시도 등이 지식인들과
운동가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었지만 조코위 대통령이 겸허한 인격의 소유자이고 여전히 민생에만 주목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수천 만의 민초들에게
그런 이슈들이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처남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헌법재판소장이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기브란의 대선 출마자격을 억지로 만들어 주었을 때에도 온라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대규모 노상시위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대통령의 인기와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하려는 것을 대놓고 반대하다가 총선에서 국민적 역풍을 맞을 것이란 반대진영의 정치적 고려와 두려움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수하르또의 사위로서 특전사 사령관을 역임한 수하르또 정권 최후의 호위무사였고 이후 2014,
2019 대선에서 패배하자 매번 선거결과에 불복해 헌법청원을 불사했던 쁘라보워는 2019년
조코위 정부에 국방장관으로 입각한 후 순식간에 골수 친정부 인사로 변신해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가, 열정과
확신에 가득 찬 민족주의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굳이 선거 냉각기가 시작되는 2월 11일(일)을 기해 해당 다큐멘터리를 공개한 것에 대해 단디 락소노 감독은
선거일인 14일(수)이
되기까지의 사흘 동안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그간의 선거운동기간을 반추할 교육자료가 되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세 명의 헌법학자 페리 암사리, 비비뜨리 수산띠, 자이날 아리픽 목따르는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부정행위들을 적시하며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자카르타포스트/기사제공=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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