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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도 피할 수 없는 인도네시아 민간 폭력의 실태

사건∙사고 작성일202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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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일) 새벽 차량 도둑으로 오인받은 자카르타 주민 위얀토 할림(89)이 성난 대중들에게 맞아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콤파스TV 뉴스 캡처)
 
1월 23일(일) 이른 새벽 자신의 차를 몰고 가던 위얀토 할림(89)이 차량 도둑으로 몰려 성난 대중들에게 맞아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폭력사건의 비디오 파일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자카르타 경찰청 대변인 엔드라 줄판 총경의 설명에 따르면, 위얀토가 일요일 새벽 2시 경 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동부자카르타 뿔로가둥(Pulogadung)에서 오토바이 한 대를 살짝 긁는 가벼운 사고를 냈는데,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고 여겨 화가 난 오토바이 운전자(JI. 23)가 차량을 향해 ‘도둑이야’라고 외치면서 사건이 촉발됐다고 28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오토바이 운전자는 주변의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선동해 마치 위얀토가 차량을 절도해 도주하는 것처럼 몰아 도로에서 추격전을 벌였다고 이를 본 경찰차 한 대도 추격에 가담했다.
 
그들이 차량을 강제로 세우려 했으나 위얀토가 응하지 않자 십수 명의 오토바이들이 추격에 합세해 결국 뿔로가둥의 뿔로깜빙 도로(Jl. PuloKambing)에서 차량을 막아 세웠다. 그러자 군중들이 차에 달려 들어 위얀토를 차에서 끌어냈고 돌과 몽둥이, 헬멧 등을 사용한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되었다.
 
경찰차를 타고 온 두 명의 경관이 공포탄을 쏘며 군중들을 해산시키려 했으나 경찰보다 수적으로 우세한 군중은 해산 명령을 듣지 않았고 결국 위얀토는 치명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이 공격을 선동한 JI를 포함해 다섯 명을 체포했는데 모두 18-23세 사이였고 이와 별도로 14명의 목격자들을 대상으로 증인조사를 진행했다. 줄판 총경은 이 사건에 가담한 다른 용의자들을 추가로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위얀토의 죽음은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심심찮게 보도되었던, 정의구현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벌어지는 집단폭력의 병폐를 또 한 번 여실히 보여주었다.
 
2020년에도 일단의 남성들이 47세의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지갑과 핸드폰을 훔쳤다는 날조된 혐의를 걸어 구타하다가 끝내 산 채로 몸에 불을 붙여 불태워 죽인 사건도 있었다.
 
부디 루후르 대학교의 범죄학자 차지자 구스니타(Chazizah Gusnita)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학생들 패싸움에서 부족 간 무력충돌 등 집단폭력 사태가 자주 벌어지는 이유가 집단주의 문화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았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집단을 이루길 좋아하며 그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들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가까운 생각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성원 중 누구라도 집단 바깥의 사람들에게 위협을 당하면 나머지 구성원들이 물리적 행동으로 반응하려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렇게 집단적인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더 안전하다는 느낌 때문에 필요 이상의 대담함을 보여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폭력에 가담하는 등 평소라면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을 쉽게 하게 된다고 차지자 박사는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의 범죄학자 이크락 술힌(Iqrak Sulhin) 교수는 집단 폭력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배경에는 개개인의 집단주의적 정신상태뿐 아니라 법 집행 체계와 관련 당국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적 폭력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려 한 사건들은 수하르토의 신질서정권이 몰락하던 1998년 이후 무더기로 발생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법질서 체계가 결코 자신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음을 이미 오랜 기간 체험해 왔으므로 차제에 자신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정의를 이루려 한 경향이 컸다는 것이다.
 
가자마다 대학교의 사회학자 아리 수지토(Arie Sujito)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경제상황으로 인해 절망한 대중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국가적인 집단폭력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유사한 사건들의 발생을 막기 위해 아리 교수는 우선적으로 경찰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사법집행 체계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고 존경하게 된다면 범인을 향한 대중의 직접적 폭력적 보복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기 위해 현재 땅에 떨어진 경찰의 신뢰성을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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