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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란 잘란] 동남아 해충은 급이 다르다?…"약 뿌리면 다들 깜짝"

사회∙종교 작성일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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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인도네시아서 방역회사 운영 김명광씨 "벌레들 계속 성장"
 
 
연막기에서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교실 옆 웅덩이에서 모기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차례로 연막 소독을 마친 교실 안에서는 모기와 날벌레는 물론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 사체가 뒹굴어 이곳이 동남아시아임을 확인시켜줬다.
 
지난 29일 인도네시아 북부 자카르타 딴중 쁘리옥 항만 근처 방운(Bangun) 초중고에 방독면을 착용한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재인도네시아 한인들이 운영하는 방역회사 '하이-홈' 소속 방역 직원 세 명이 학교 소독에 나선 것이다. 이 업체는 17개 보육원과 학교에 무료로 정기 방역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방운 초중고 교장 플로리다 선생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제 다시 대면 수업을 재개할지 알 수 없지만, 미리 교실과 화장실 등 학교 곳곳을 방역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초중고생 250여명이 재학 중이다.
 
방역 회사 직원들은 30개의 교실 문을 차례로 열고 연막 소독을 한 뒤 문을 닫는 작업을 반복했다.
 
특히 교실 앞 하수도가 개방된 형태라 고인 물에 모기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방역 직원들은 하수도에 연막소독을 하고, 분무기 소독도 이어서 했다.
 
연막소독은 기름이 섞여 있어 모기 등에 해충 약이 달라붙도록 하고, 분무기 소독은 소독약이 고인 물속에 섞여 유충을 죽인다.
 
이 학교가 방역작업을 한 것은 처음이기에 교장은 물론 여러 선생님과 직원들이 모기와 날벌레들이 연막 분사와 함께 날아올랐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장은 "눈으로 직접 모기와 벌레가 박멸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며 "무엇보다 모기는 학생들 건강에 위험하기에 정말 잘됐다"고 손뼉을 쳤다.
 
인도네시아에서 2010년부터 방역사업을 해온 하이-홈 자카르타 지점 대표 김명광(44)씨는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인도네시아의 해충은 한국과 종류는 비슷해도 크기나 써야 하는 약이 다르다"며 "약을 뿌리고 나면 엄청난 벌레들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벌레가 겨울이 되면 죽거나 땅속으로 숨지만, 인도네시아는 일 년 내내 여름 날씨다 보니 계속 성장해 크기가 크다"며 "고양이들도 먹을게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쥐를 안 잡는다. 사실상 천적이 없다 보니 시궁창 쥐의 경우 고양이만큼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 초기 한국에서 쥐약을 가져와 써봤는데 인도네시아 쥐는 입맛이 다른지 입도 안 댔다"며 "쥐뿐만 아니라 해충별로 이 약, 저 약 쓰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안정적으로 박멸할 수 있게 됐다"고 웃음 지었다.
 
김 대표는 현재 자카르타의 130개 식당·사무실·공장·교회 등과 방역 계약을 맺고 있다. 80%는 한인 사업장이고, 나머지는 일본인이나 현지인 사업장이다.
 
그는 식당의 경우 위생상 쥐와 바퀴벌레가 문제고, 봉제공장 등 제조업체는 개미와 하루살이 박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미 중에는 옷에서 단맛이 나는 원사를 찾아내 그 부분만 갉아먹는 경우가 있다.
 
가장 박멸하기 힘들지만 중요한 해충으로는 '흰개미'를 꼽았다.
 
김 대표는 "흰개미는 나무 속을 다 갉아먹어서 그대로 두면 집·공장이 무너질 때가 있다. 이빨이 어찌나 강한지 아스팔트까지 뚫고 올라온다"며 "일반 개미는 여왕개미 한 마리만 잡으면 전체가 박멸되지만, 흰개미 집단은 여왕개미를 네 마리까지 잡아야 해체된다"고 설명했다.
 
뱀의 경우 계속 돌아다녀서 먹이로 유인해 잡기가 힘들고, 작은 도마뱀(찍짝)은 집안의 해충을 잡아먹기에 굳이 죽일 필요가 없고, 화상 벌레(톰캣)는 빛을 보고 집으로 날아오기 때문에 방충망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방역사업이 더 잘되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고객이 늘긴 했지만, 해충 방역이 아니라 바이러스 살균 소독은 스프레이로 뿌리면 되기 때문에 한인 식당 등에 약품을 공급하고 직접 소독해 비용을 줄이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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