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국가에서 보내는 또 하나의 설, 임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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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부 자바의 한 시장에서 "임렉" 맞이 특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안따라(Antara)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서도 구정(음력 1월 1일)이 다가오며 떠들썩하다. 중국에서는 춘절이라고 부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Imlek(임렉)’이라고 부른다. 임렉이 다가오면 지방 곳곳에 임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각종 문화 행사가 개최되는 등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다.
자카르타 시내 곳곳에 붉은색과 금색으로 꾸민 각종 장식물이 설치되고 중국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뜻의 ‘공시 파 차이(恭喜發財)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인도네시아 유명 몰에서는 바롱사이(사자춤)과 리옹(용춤) 등 중국 전통 예술을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설날 풍습으로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는 붉은색 돈봉투 ‘양파우’에 일정 금액을 담아 고객들에게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곳도 있다.
임렉 분위기를 가장 완연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사찰이다. 대형촛불과 다양한 크기의 등불을 켜놓은 전국 주요 사찰에는 양띠 해를 맞아 소원성취를 빌려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임렉은 하나의 전통 축제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으나 공식적으로 재허용된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화교 자본 유치를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중국 문화를 전면 허용했지만, 수하르토 군사정권 아래 공포 때문에 화교들은 조용히 설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임렉이 전국적인 축제로 확산되는데는 무슬림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데다 대부분 상가들이 부유층인 중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 덕분이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라흐마씨는 다가오는 임렉에 잔뜩 들떠있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기 때문에 임렉에 대해서도 오픈마인드”라며, “가족들과 몰에 방문해 오랜만에 중화요리도 먹고, 바룽사이와 리옹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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