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인니 국가역사서, 펼쳐보니 역사적 오류·인도네시아 중심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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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가역사서 'Sejarah Indonesia: Dinamika Kebangsaan dalam Arus Global' 표지 (이미지 출처=pustaka.taratsa.id)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간한 국가 역사서에서 역사적 사실과 연대 설명의 오류, 지나치게 ‘인도네시아 중심적’인 서술이 발견됐다는 역사학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향후 발간될 독립투쟁과 역대 대통령 집권기 관련 권에서 민감한 역사적 사건들이 어떻게 다뤄질지를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부가 주도해 집필한 『인도네시아사: 세계적 흐름 속 국가의 역동성(Sejarah Indonesia: Dinamika Kebangsaan dalam Arus Global)』은 지난해 12월 집필 작업이 완료됐지만, 올해 8월 말 10권 가운데 우선 5권이 공개됐다. 전체 시리즈는 약 8,000쪽 규모로, 수십 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1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공개된 1~5권은 선사시대부터 유럽 세력의 진출과 식민지 국가 형성까지를 다루며, 전체 시리즈는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 집권 초기까지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개된 내용을 검토한 역사학자들은 일부 역사적 주장에 대한 근거 부족과 연대 서술의 혼선, 인도네시아 중심적 관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역사학자 아스비 와르만 아담은 1권 서문에서 1958년 중앙정부에 반기를 든 PRRI-쁘르메스따(PRRI-Permesta) 반란을 당시 수까르노(Sukarno) 대통령의 국제적 역할 강화 노력과 연관 지은 부분을 ‘시대착오’라고 지적했다.
아스비는 22일 중부 자카르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는 역사를 거꾸로 묘사한 것” 이라며 수까르노의 국제적 야망은 반란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955년 반둥 아시아·아프리카회의를 통해 이미 구체화됐다고 주장했다.
가자마다대학교(UGM)의 역사학자 스리 마르가나는 유럽 상업세력이 인도네시아에 점차 정치적으로 개입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데 연대기적 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이 여러 장에 흩어져 명확한 시간적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책의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고학자 하리 뜨루만 시만준딱은 특히 선사시대 인류와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한 서술을 문제 삼았다. 책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약 180만년 전 인도네시아에 살았다고 서술되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정적인 증거가 없으며, 인도네시아에서의 가장 이른 존재 시기는 약 150만년 전으로 보는 연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2권에서도 인도네시아 문화가 “외부의 영향에서 비롯되지 않았다”고 서술한 부분도 비판했다. 뜨루만은 힌두·불교, 이슬람, 이후 서구 문화의 유입이 인도네시아 사회와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축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뜨루만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내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외부의 영향은 엄연히 존재했던 사실”이라고 말했다. 뜨루만은 당초 집필진에 참여했지만 편집 방향을 둘러싼 이견으로 이후 집필에서 빠졌다.
역사학 박사 학위 소지자인 파들리 존 문화부 장관은 앞서 초기 인류가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동했다는 이른바 ‘아웃 오브 누산따라(Out of Nusantara)’ 가설을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역사서가 식민주의적 관점이 아닌 ‘인도네시아 중심적 관점’을 의도적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해왔다.
1~5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립투쟁과 역대 대통령 집권기를 다루는 나머지 5권에 대한 검증의 눈길도 매서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쁘라보워 대통령의 전 장인이었던 수하르또(Suharto) 전 대통령의 신질서(New Order) 체제 하에서 자행된 인권침해가 초기 초안에서 축소돼 다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역사 서술의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불거진 상태다.
인도네시아 역사투명성연대(AKSI)의 전 법무장관 마르주끼 다루스만은 이번에 확인된 문제들이 역사서 편찬 과정이 정부의 정치적 우선순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연대의 기존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기존 공식 역사자료를 일부 수정·보완하는 수준으로 생각했지만, 앞서 공개된 내용을 보면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파들리 장관은 자카르타포스트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문화부는 나머지 책을 9~10월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혀왔다. 한편 문화부는 이 역사서 편찬 사업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거듭 부인해왔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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