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시행된 인도네시아 새 형법, 자유침해 논란과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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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조코위 정권 10년에 대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평가하는 대학생들이 자카르타에서 시위를 벌였다. 2024.7.22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의 개정된 형법(KUHP)이 2026년 1월 2일부터 공식 시행됐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제정된 기존 형법을 대체하는 이번 형법은 총 345쪽 분량으로, 2022년 국회를 통과한 뒤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발효됐다.
정부는 이번 형법 개정을 “인도네시아의 법·문화적 현실을 반영한 자국 중심의 법체계 확립”이라고 평가하지만, 시민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사생활 침해와 표현의 자유 위축, 권력 남용 가능성, 소수자의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쁘라뜨만 안디 아그따스 법무인권부 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법에는 권한 남용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시민의 감시와 통제”라고 밝혔다. 그는 “새 형법은 회복적 사법 제도 등 최신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는 다른, 인도네시아만의 법체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실제 집행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혼전 성관계·동거 처벌 조항… ‘사생활 개입’ 논란
새 형법은 혼인 관계가 아닌 남녀 간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고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배우자, 부모, 자녀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로 제한됐다. 기존에는 간통만 처벌 대상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남녀의 동거 역시 최대 6개월 징역 또는 벌금형 대상이다. 관광업계는 친고죄 요건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국가가 개인의 사적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비판한다.
대통령·국가기관 모욕죄 부활…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가장 논란이 큰 조항 중 하나는 대통령 및 부통령 모욕죄(제218조)다. 최대 3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며, 과거 헌법재판소가 “식민지 유산이자 평등권 침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던 조항이 사실상 부활했다.
정부는 대통령 본인이 직접 고소해야 하는 친고죄라고 설명하지만, 경찰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있는 구조상 권력 남용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합법 정부나 국가기관을 공개적으로 모욕해 사회 혼란을 초래할 경우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관습법/사회규범(Living Law)’ 인정… 자의적 적용 가능성
형법 제2조는 관습법과 지역 사회의 규범을 인정한다. 국가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적용되는 규범을 위반한 경우 처벌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관습법/사회규범(Living Law)’의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 조항이 차별적인 지방 규제나 자경단식 처벌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인권단체들은 경고한다.
집회·시위 제한 및 이념 규제
사전 통보 없이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할 경우 최대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이 ‘공공질서 침해’를 이유로 집회를 쉽게 해산하거나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공산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 나 국가이념 ‘빤짜실라’에 반하는 사상의 전파를 금지하고 최대 4년형을 부과하는 조항 역시 논란이다. ‘빤짜실라에 반하는 사상’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정치적·학문적 표현을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 관련 범죄 확대… 소수자 인권 우려
종교 및 신앙과 관련된 범죄 조항도 기존의 신성모독죄를 확대한 형태로 포함됐다. 종교적 적대감 조성이나 무신론 선동 등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다수 종교가 소수 종교나 다른 해석을 가진 집단을 압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률 전문가 아스피나와띠는 “이번 새 형법이 식민지 법을 대체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새로운 식민지 법’이 될 위험이 있다”며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공권력이 올바르게 적용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경찰과 사법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새로운 형사소송법과 함께 권력 남용을 막을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하지만, 시민사회는 실제 집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뗌뽀닷코/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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