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큰 인기 얻고 있는 한국 제과류와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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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츠(Fragments)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K-크런치 클래식은 한국 전통 과자인 누룽지를 겹겹이 쌓아 구운 치즈 디저트인 '누룽지' 치즈케이크다 (자카르타포스트/Fragments)
한류가 이미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음악, 패션, 미용, 음식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며 인도네시아인들의 취향 형성에 기여해 왔는데 이제는 한국식 제빵과 디저트 분야까지 그 영향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른 나라 못지않게 트렌드가 빠르게 전파되는 곳으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더욱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나타난 최근의 경향이다.
입소문을 탄 소금빵과 티라미수부터 크루아상과 와플의 새로운 퓨전 음식까지, 식음료 업계에서는 한국 브랜드와 셰프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해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프랑스식 페이스트리 브랜드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가 인도네시아에서 그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뚜레쥬르는 이미 자카르타, 땅그랑, 브까시, 반둥, 발리, 메단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6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체인점에서만 한국식 빵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 셰프들이 자신만의 독특하고 창의적 방향성을 가지고 현지에서 작은 규모부터 사업을 키워나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메뉴를 더욱 세심하게 구성하고 맛과 재료에 대한 특유의 접근 방식으로 고객들을 불러들인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해 수용성이 높아지고 거기에 해당 한국인 셰프와 사업주들이 온라인에서 인도네시아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업 확장을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적인 정체성
바스크 치즈케이크(Basque cheesecake)와 다양한 맛의 스콘빵으로 유명한 파티스리 프래그먼츠(Fragments)의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파티시에인 라이언 김은 전주 출신으로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서 공부할 때 만난 인도네시아인 아내 미셸 따누자야와 함께 2020년 팬데믹 기간에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
소규모 가정 주문 판매로 시작한 프래그먼츠는 이후 꾸준히 자카르타의 주요 지역에 매장을 확장해 왔다. 시내 최중심가인 그랜드 인도네시아 몰의 작은 매장은 이미 문을 닫았지만 또 다른 시내 아스타(ASHTA) 몰의 매장은 성업 중이고 남부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뽄독인다몰3(PIM III)의 매장은 곧 오픈 예정이다. 이들 세 개 몰의 공통점은 각 지역에서 최고급으로 통하는 고급 몰이란 점이다.
그는 자카르타 중앙통 남쪽 입구인 블록M(Blok M)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수 마(SU MA)'의 파티시에이기도 하다. 라이언은 자신의 대표 메뉴로 ‘누룽지 치즈케이크’를 꼽는데, 바삭하게 구운 쌀가루가 겹겹이 쌓여 달콤짭짤한 식감을 선사하는 이 치즈케이크는 그 메뉴 자체와 제작 과정에 한국적 정체성의 정수를 담았다. 사실 누룽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누룽지가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변신한 모습은 이들에게 새롭지 않을 수 없다.
라이언은 어떤 재료를 사용할 때 대개 그 재료에 얽힌 추억을 토대로 현지인의 입맛이 새로운 메뉴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려 한다.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이 단맛과 짠맛에 대해 비슷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메뉴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라이언은 최근 수 마의 시즌 메뉴를 위해 인도네시아의 검은 견과류인 끌루웩(kluw다)을 사용한 블랙 포레스트 가토 디저트(Black Forest gâteau dessert)를 선보이며 음식 속에 문화적 조화로움을 구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대적 영향에 힘입어 그의 열정도 더욱 불타올랐다.
트렌디한 식욕
서부 자바 반둥 다고(Dago)에 12석 규모의 프라이빗 다이닝 레스토랑 ‘정찬 다이닝(Jung Chan Dining)’을 연 정찬혁 셰프는 초심을 강조한다. 그는 아내 미야기 스텔라 셰프와 함께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이 인도네시아 최초의 한국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고 자부한다.
▲반둥에 위치한 정찬 다이닝의 대표 디저트인 된장 크렘 브륄레와 누룩 아이스크림에는 한국의 발효 기술이 접목되었다. (자카르타포스트/Jung Chan Dining)
처음에는 사업허가 신청단계부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한국식 바비큐나 분식집은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식 파인다이닝’이라는 개념이 현지에서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셰프는 자신의 레스토랑 콘셉트와 발효를 기반으로 한 철학이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이제 11번째 시즌 메뉴를 선보인 정 셰프는 한국에서 누룩으로 알려진 박테리아 발효균을 이용해 직접 만든 막걸리 소금과 간장 등 다양한 한국의 맛과 전통을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재료는 그의 대표 디저트인 된장 크렘 브륄레의 핵심 재료이기도 하다. 된장 크렘 브륄레는 발효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다.
그는 한국에서 사찰 승려에게 이 발효 기술을 배웠다. 한국산 박테리아(누룩)로 쌀을 발효시키면 자연스러운 단맛이 나는데 그걸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된장 페이스트도 일본식 된장인 미소나 동남아의 발효콩 양념인 타우초(taucho)와는 전혀 다른 콩 페이스트인데, 크렘 브륄레에 넣으면 치즈케이크와 비슷한 풍미가 난다.
정 셰프는 요리사이자 관찰자로서 주방과 시장 사이의 역동성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익숙한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시도하는 것을 즐기는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새로운 트랜드를 빨리 받아들이므로 레스토랑에서 셰프와 고객으로 만난 두 국민의 상성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식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들이 퍼져나가면서 일부 요리들이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모방되거나 마케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자연스러운 창조적 순환의 일부일 뿐이다. 사실 그러한 모방과 재해석 없이는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그는 다행히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국 트렌드를 얼마든지 많이 뒷주머니에 숨겨놓고 있다며 낙관했다.
소금빵 전성시대
자카르타에 새롭게 문을 연 베이커리 중 하나인 다리부(Daribu)는 부산 출신이란 뜻의 다리 부산(Dari Busan)의 줄임말로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달콤짭짤한 소금빵으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소금빵은 이미 자카르타에서 리틀 솔트 브레드(Little Salt Bread)나 말레이시아 브랜드 로티보이(Rotiboy)처럼 자체 버전을 출시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다리부는 빠르게 독자적인 팬층을 확보했다.
부산 출신 공동 창업자 겸 총괄 셰프인 장문석(Jang Munseok)은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 심플하면서도 버터 향이 풍부하고, 다양한 토핑과도 잘 어울리는 소금빵이 매력적인 아이템이라 전제하면서 이미 한국에서 10년 넘게 사랑받아 왔지만 자카르타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리부는 평일 평균 약 700개, 주말에는 최대 1,300개의 빵을 판매하며, 가격은 38,000~45,000루피아(약 3,300~4,000원)다.
하지만 장 사장은 트렌드만으로는 빵집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식 빵과 디저트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 열정은 금세 식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보다는 꾸준히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자신의 빵집 브룩스(Brooks)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도 장 사장에게는 하나의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부산 팀과 끊임없이 소통하기 때문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도입하고 실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카르타의 제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크루아상과 같은 대표적인 빵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했다. 반면 한국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카르타 제빵 시장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한국의 크고 작은 제빵 브랜드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속속 들어오는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본 내용은 자카르타포스트 12월 15일자에 게재된 Cindy Julia Tobing의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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