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묵은 부패자산몰수 법안, 올해도 그냥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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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회(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국회의원들은 새로 통과된 형사소송법(KUHAP) 개정안의 파생 정책 논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편으로는 해당 개정안이 통과하는 대로 심의를 시작하기로 약속한 부패범 자산몰수 법안 처리를 연기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24일 전했다..
형사소송법(KUHAP)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지 하루 만인 11월 19일, 법무를 감독하는 국회 제3위원회 하비부록흐만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남은 회기 동안 형사조정법안을 심의하여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조정법안은 2022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사법(KUHP)이 내년 1월 발효되기 전 다른 법률들과 동기화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조정 대상 법률에는 개정 형사법(KUHP)에 따라 지방 조례들의 관련 규정들을 조정하기 위한 지방행정법도 포함된다. 올해 국회 마지막 회기는 12월 10일까지다.
그린드라당 소속 정치인 하비부록흐만 의원은 이 법안이 형사소송법 파생법안으로 형사소송법 발효 전에 완성해야 해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개정 형사법, 개정 형사소송법은 모두 2026년 1월 2일부터 발효된다.
부패자산몰수법안 심의를 언제 시작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비부록흐만 의원은 형사조정법안들을 우선 마무리한 후에야 비로소 다른 긴급한 법안들의 심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긴급 법안’에는 자산몰수법안 외에 현재 국회 제3위원회가 실무위원회를 구성한 2002년 경찰법 개정안도 포함되어 있다.
두 법안 모두 2026년 국가우선입법프로그램(Prolegnas)에 등재되어 있다. 하비부록흐만 은 경찰법 개정도 자산몰수법안만큼이나 시급하므로 두 법안 모두 즉시 심의되어야 된다는 입장이며 동시에 진행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올해 안에 심의를 시작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문제의 자산몰수법안에 대해서 국회 입법위원회가 아직 제3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초안도 넘기지 않은 상태이며 하비부로흐만 의원은 제3위원회가 해당 초안 관련 작업까지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요컨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안디 아그따스 수쁘랏만 법무장관도 하비부록흐만 의원의 발언에 동의하면서 정부가 개정 형사법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앞서 미리 개정해야 할 관련 법령들이 십 수개가 있다고 말해 경찰법 개정안, 부패자산몰수법안의 심의 지연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아그따스 장관 역시 그린드라당 소속 정치인이므로 최소한 그린드라당 차원에서 문제의 두 법안을 이번 회기에 처리하지 않기로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부패범들이 불법으로 취득한 자산을 국가가 압류할 수 있도록 해 부패 척결 의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몰수법안은 2008년 처음 발의된 후 우선입법프로그램(Prolegnas)에 올라간 후에도 원내 정당들의 반발로 무려 17년 동안 본회의 심의에 부쳐지지 않고 있다.
2024년 대선 당시 반부패 공약을 거듭 강조했던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이 법안 심의가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했으나 2025년에는 오히려 우선입법프로그램에서 제외됐다.
의원들의 과도한 수당 지급과 경찰의 만행 등을 둘러싼 전국적인 폭력 시위가 8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자 국민들의 눈치를 보던 의원들이 민심 진정 차원에서 이 법안을 뒤늦게 우선처리법안 목록에 추가했고 쁘라보워 대통령도 종교단체 및 노동단체 지도자들과 회동하며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또 다시 해당 법안의 심의를 늦추고 있는 국회의 행동은 정부와 국회가 자산몰수 법안을 입법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유일 야당인 투쟁민주당(PDI-P)을 제외하고는 모든 원내 정당들이 쁘라보워의 거대 정당연합 소속이며, 특히 쁘라보워의 소속 정당인 그린드라당 정치인들이 제일 앞에 나서 자산몰수법안심의 연기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가 이끄는 투쟁민주당조차 쁘라보워 행정부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임하며 정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 지 오래다. 따라서 쁘라보워 대통령이 이 법안의 신속한 심의와 입법을 원한다면 국회가 발목을 잡을 리 없는 상황이다. 몇 개월 전 쁘라보워 대통령조차 부패범 자산을 몰수하면 아무 잘못 없는 그 가족들이 너무 불행해지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자산몰수법안의 심의가 한없이 지연되는 이유는 누구나 다 짐작하듯, 해당 법안이 언제 국회의원들 자신이나 고위 공무원들을 향한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심지어 법률 전문가와 반부패 운동가들조차 자산몰수법안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강력한 구제책이자 억제책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정치적 라이벌을 표적으로 삼아 그 개인은 물론 그 집안과 가문을 경제적 파탄으로 밀어넣는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원들이 취득 과정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재산에 대한 조치 조항을 명확히 도입하되 자산몰수법안이 투명하고 책임 있게 시행되도록 명확한 매커니즘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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